"교회 안에서의 수평적 관계형성이 주는 기쁨이란"
생명사랑교회 한문덕 목사는 교회 안에서 수평적 관계형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목회 현장에 구현하기 위해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적으로 한문덕 목사는 이러한 목회 철학을 현재 함께 목회활동을 하고 있는 부교역자들 간의 협동 리더십 차원에서 실천에 옮겼다. 한 목사에게 부교역자는 단순히 담임목사를 보조하는 보조자가 아니었다. 그에게 부교역자는 누구보다 담임목사의 속사정을 잘 이해하고 또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믿음직한 동료목회자였다. 아래는 한문덕 목사와의 일문일답.
Q: 목사님을 평소에 보면 전도사님들과의 관계가 매우 수평적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기성교회들은 대부분 "담임목사를 중심으로" 라는 프레임에 의해 매우 수직적인 위계질서를 갖고 있고, 또 그것이 진리인양 무언가에 홀린 듯 그 프레임에 끌려가고 있는 것 같아요. 성령의 공동체가 아니라 위계적인 군사 공동체랄까? 목사님의 생각은 어떠하신가요?
한문덕 목사: 저도 사실은 목사님들이 왜 그렇게 위계적인 방식을 택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우리 생명사랑교회는 작은 교회이지만 세 개의 교육부서 즉 유치부/어린이부/청소년부가 있고 각 부서마다 5-6명의 교우가 있지요. 교육부를 담당하여 우리 어린이/청소년과 함께 신앙을 나누고 사역하시는 전도사님이 두 분 계십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저를 포함해서 신학을 전공하고 목회를 전문직으로 하는 사람이 세 명입니다. 그런데 지난번에도 말씀드렸듯이 목회는 정말 복잡하고 다양한 영역을 다루어야 해서 종합예술 같습니다. 담임목사 혼자선 다 감당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한 사람이 다 잘할 수가 없어요. 결국은 함께 힘을 모아야 하지요. 셋이서 함께 노력해도 목회는 쉽지 않습니다. 평신도 지도자를 양육해야 하는 과제도 이것과 맞닿아 있습니다. 저는 우리 전도사님들과 늘 함께 공부하고 의논합니다. 흔히 부교역자를 담임목사의 보조자(Assistant Pastor)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단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함께 목회하는 동료 목회자(Associate Pastor, Cooperative Pastor)입니다.
동료여야지만 서로 배울 수가 있어요. 물론 제가 목회경험이 더 많기 때문에 우리 후배 목회자들께서 저에게 배워야 할 것이 더 많을지도 몰라요. 그러나 후배 목사님들이나 전도사님들은 저보다 더 신세대들이시기 때문에 그 세대들만이 갖고 있는 감각은 제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사람마다 자기가 더 잘하는 것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들은 제가 물어보아야만 하고 협력이 필요하지요. 저는 한국 사회가 서로 협력하는 시스템으로 이미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교회가 여전히 권위주의적인 옛 방식을 사용한다면 그것은 자멸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전도사님들에게 자기 목회를 하라고 말합니다. 자기가 맡은 부서에서만큼은 자신의 목회를 할 필요가 있어요. 학교에서 배운 것을 적용도 해 보고. 아직 경험이 적으니 때로 실수하기도 하지요. 그러나 누구나 실수합니다. 실수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실수를 통해서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부목회자들의 실수가 담임목사의 목회에 많은 지장을 주는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많은 담임목사들이 경직되는 것 같아요. 실수를 없애겠다고, 담임목사의 계획안에서 부교역자들에게 위계적인 방식으로 명령을 하달하고 그것만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목회하게 하면 세상의 변화와 다양한 교회구성원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습니다. 담임목사는 함께 사역하는 동료/후배 목사들과 함께 의논하고 일을 진행하는 민주적인 능력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후배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실수를 너그러이 받아주고 함께 상승효과를 일으키는 목회를 하도록 더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Q: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그런데 조금 더 목사님의 구체적인 노력들을 듣고 싶은데요.
한문덕 목사: 올해부터 우리 교회 전임전도사로 사역하시는 심민정 전도사님은 총회교육원의 어린이/청소년 교재개발과 관련한 일에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일들이 있을 때, 저는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필요한 경비가 있으면 가능한 지원도 합니다. 또 작년 9월 1일부터 10월 21일까지 7주 동안 세계 선교 협의회가 주최하는 국제 신학생 프로그램에 우리 정찬용 전도사님을 파견하게 되었어요. 보통 기성 교회에서는 파트타임 교역자가 7주 동안 교회를 비우는 것을 허락하기가 쉽지 않은데,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저를 포함해서 모든 교인들이 흔쾌히 허락을 한 것이지요. 물론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서 사례비를 다 드릴 수는 없으니까 제가 제안해서 선교 지원비 명목으로 원래 드리는 사례비의 절반을 전도사님께 지원해 드렸습니다. 많은 이들이 교회의 문제가 목사에게 있다고 보듯이 지도자를 잘 양육하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기회들을 통해 우리 전도사님들이 훌륭한 목회자로 성장하리라 믿고, 이것은 우리 생명사랑교회와 교단 그리고 한국교회에도 좋은 일이 될 것입니다.
교회의 목회에 있어서는 주일낮예배 설교도 우리 전도사님들이 일 년에 각각 2-3회씩 하시고요! 매주 토요일 교역자 회의에서는 주일에 있을 예배와 교육에 대해 자유롭게 공부도 하고 토론도 합니다. 그리고 제가 강요하는 법은 없습니다. 제안이나 부탁을 하는데, 부탁이 강요와 다른 점은 상대방이 선택할 자유가 있다는 것이지요. 부교역자가 하기 어려우면 제가 하거나, 아니면 하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담임목사가 부교역자를 자기의 비서나 수하처럼 부리면, 저는 그 부교역자가 그 담임목사 이상을 넘어서 성장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교회는 계속 하향 평준화되고, 그것이 오늘날 교회가 사회의 상식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교역자들이 서로 열린 마음으로 자유롭고 평등하게 서로의 지혜를 모아 목회를 해야만 교회가 바르게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을 겁니다. 이것은 교회의 생명이 달린 일이예요. 그리고 그럴 때 부교역자들도 기쁘게 일하실 수 있어요.
Q: 그럼 담임목사님으로서 진짜 기쁨을 느끼시나요? 제 질문의 취지는 이렇습니다. 많은 담임목사님들을 보면 섬김을 받고, 아첨을 받고, 대접을 받으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것 같은데 말이죠. 그런 위계질서의 맨 위에서 느낄 수 있는 만족감을 지향하지 않고 수평적 관계에서 목회를 하려고 노력하시는데 그것이 목사님에게 진짜 기쁨을 주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네요.
한문덕 목사: 네. 맞아요. 즐거워요. 이런 말씀을 드리기는 좀 그런데, 사실 목회는 외로운 직업이에요. 목회자는 목회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누군가와 의논해야 하는데 마땅한 사람을 찾기 어렵습니다.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함께 의논할 사람도 필요하지요. 그런데 목사가 교인이나 가족과 목회에 대해 의논을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교인이나 가족은 비전문가이고, 목회 활동에 대해 목사처럼 속속들이 알지 못하지요. 그래서 제일 좋은 의논 상대자는 역시 동료 목사들이지요. 그런데 동료 목회자들 또한 각각 자기 목회에 바쁘시니까 만나서 서로 자기 목회 이야기를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같은 교회 내에 목회자들과 의논할 수 있다면 최고입니다. 서로 공감하며 목회에 대해 충분히 나눌 수가 있잖아요. 서로 위로도 되고, 힘과 격려와 지지를 얻을 수 있으니, 참으로 즐거운 일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제가 어느 글에서 보았는데 한국 사회의 큰 문제는 고위직이 될수록 비전문적이 된다는 것이었어요. 높은 지위로 올라가면 올라 갈수록 전문성이 심화되고 안목도 깊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깐 상사들이 아랫사람들을 닦달해서 제안서를 받아내고, 그렇게 만들어진 제안에 대해 판단하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더군요. 이 모습이 딱 권위주의 시스템을 갖고 있는 교회 목사님들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목사는 목회를 그만 둘 때까지 끊임없이 배우고 새로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목회자의 관점으로, 제게 가장 솔직하게 조언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함께 사역하는 동역자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권위주위적인 방식으로 공동체를 운영하는 순간 타인의 솔직하고 비판적인 이야기를 듣지 못합니다. 교회가 그렇다면 교회 내에서는 저를 평가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되는 거예요. 그러면 그 목사가 어떻게 될까요? 목사는 독불장군이 되어 독선적인 목회를 하기 쉬울 거예요. 담임 목사는 자기를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위해서라도 부목회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야만 합니다. 그러려면 평소에 동역자들과 수평적인 관계가 되어야겠지요. 그래야 서로 편한 이야기가 나오지, 매일 명령만 하다가, "솔직하게 이야기해봐!"라고 말하면 될까요? 당연히 안 되겠지요. 될 수가 없어요!
Q: 그래도 담임자의 위치에 서면 부교역자들이 조금 더 사역을 잘 감당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기지 않나요? 지금 우리 시대의 꼰대 목사들도 어쩌면 그러한 보통의 마음가짐에서 출발했을 수도 있겠는데요?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고, 많은 목사님들이 자기가 신학교 졸업해서 처음 목회를 시작했을 때 실수했던 것은 생각 안하시고, 한 이삼십년 목회하신 그 역량으로 부교역자들이 해내기를 바라니시니깐 부교역자들의 목회가 탐탁치 못하게 생각되는 것 같아요. 이제 막 목회를 시작하고, 심지어 아직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는 후배들은 실수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실수는 역시 선배 목회자가 선배로서 견뎌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선배 목회자로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들을 잘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요. 그런데 부드럽게 소통하면서 차근차근 알려주지는 않고, 그냥 들볶기만 해서는 좋은 목회자로 성장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사실 함께 얘기하다보면 도리어 배울 것이 무척 많습니다.
저는 향린교회 조헌정 목사님께 많은 것들을 배웠어요. 향린에서 목회할 때 주일이 되면 주일예배 준비를 조헌정 목사님께서 다 하시는 거예요. 마이크 점검이라든가, 예배실 조명 상태 등등. 주일예배에 대해서는 담임목사인 자신이 책임을 져야한다는 생각을 하신 것 같아요. 목사님은 자신이 할 일은 특히 개인적인 일들은 절대 부교역자들에게 시키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담임목회자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정확하게 자신이 하셨습니다. 저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자신이 잘 못하면서 부목사 탓으로 돌리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행동입니다. 부교역자들의 실수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 담임목회자로서 부족한 자신의 역량을 더 키워가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