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강호숙 박사, 학교측으로부터 부당해고 최종 인정 받아

지노위·중노위 잇달아 부당해고 판단, 인권위 권고 이끌어 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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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 지유석 기자)
▲강호숙 박사와 총신대 사이의 법정 분쟁이 일단락됐다. 강 박사는 학교측으로부터 부당해고임을 사실상 인정 받았다.

지난 해 2월 석연찮은 이유로 강의폐지 조치를 당했던 총신대학교 강호숙 박사와 학교 측간의 법적 분쟁이 일단락됐다. 강 박사는 "8일 총신대 측이 더 이상의 행정소송을 벌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이 학교 학부와 평생교육원에서 각각 '현대사회와 여성', '한국사회와 여성문제'를 강의해 강 박사는 여성 안수 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지난 해 2월 강의개설 유보 및 폐지 조치를 당했다.

이에 강 박사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제소했고, 지노위는 지난 해 8월 강 박사의 손을 들어줬다. 학교 측은 불복해 상급기관인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11월 부당해고가 맞다며 재차 강 박사의 손을 들어줬다. 국가인권위 역시 총신대 측에 "헌법 제32조 제4항이 특별히 규정하고 있는 근로영역에서의 여성차별금지를 위반했다고 볼 소지가 있다"며 여성차별 관행 개선을 권고했다. 결국 행정소송을 중단하기로 한 총신대의 입장은 부당해고를 인정한 셈이다.

강 박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의 사례가 총신대에서 좋은 선례가 되어, 여성 후학들의 진로와 역량에 의미있는 영향을 미치기를 바란다"는 심경을 남겼다.

강 박사의 양해를 얻어 페이스북 글 전문을 싣는다.

총신대 시간강사 부당해고 결말에 대한 소회]

1. 작년 5월부터 노동위에 제소하여 법적 다툼을 한 결과, 오늘부로 총신대의 시간강사 부당해고 인정이라는 최종 결론이 지어졌습니다.

2. 뼈 속까지 합동 총신 사람이었던 제가 학교의 성차별 관행의 피해자가 되었을 때, 그냥 지금까지 겪어왔던 차별이겠거니 하고 모교의 잘못된 관행도 내 탓이겠거니 하며 묻으려고도 했더랬습니다.

3. 하지만 제 맘 속에 삐집고 나오는 집요한 생각은 누군가가 "잘못된 관행이다"라고 외쳐야 한다면, 그건 제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4. 아무런 힘과 인맥 하나 없이 기자들을 만나 호소하고 노동위, 신문고, 국가인권위에 문을 두드려 학교의 부당함을 알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인력, 조직력, 재력 모두를 갖춘 학교를 상대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처음 여성노동센터에 문의했을 때, 종교와 관련된 소송은 다루려하지 않는다고 말리기도 했었습니다. 저는 그래서 학교가 여성한테 더 함부로 하기 때문에서라도 문제제기 하고 싶다고 간청하기도 했습니다.

5. 학교가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하면서 모교를 상대로 지난한 싸움을 싸워야하는 괴로움과 외로움도 만만치 않았고, 김영우 총장 편에 선 총신신대원 여동문 회원들조차 저에게 인신공격을 퍼부으며 함부로 매도할 땐 정말이지 다 포기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6. 그럼에도, 오늘 학교가 더 이상의 행정소송을 하지 않고 지노위의 판결 원심대로 지급하여 노동위와의 부당해고건이 최종 마무리 되었습니다. 아울러 국가인권회에서도 "교원 임용(신학과, 신대원)에서의 여성차별 관행을 개선하라"는 결정문도 학교에 권고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7. 지난 5월부터 오늘까지 고군분투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갑니다.

8. 용기와 힘을 주시며 저와 함께 해주신 주님께 머리 숙여 감사드렸습니다. 아울러 저를 격려해주시고 힘을 보태주신 페북 친구분들, 그리고 뉴스기사로 써주신 뉴스앤조이 이용필 기자님과 구권효 편집장님, 한국일보 김혜영 기자님, 베리타스의 지유석 기자님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9. 바라기는 저의 사례가 총신대에서 좋은 선례가 되어, 여성 후학들의 진로와 역량에 의미있는 영향을 미치기를 바라며, 학교도 자신이 배출한 여성자원들을 존중하고 지원하는 모교로서의 책임을 다해주기를 희망합니다.

10. 3월에 저와 함께 했던 노무사님과 함께 정의당 이정미 국회의원의 협력지원으로 국회 법률지원 컨퍼런스에 참석하게 됩니다. 누군가는 모교의 뜻에 무조건 따르는 게 모교를 위하는 일이라 말하겠지만, 저는 내부고발자가 되더라도, 모교가 더 이상 사회와 이 나라에 부끄럽지 않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지성"을 실현하는 학교가 되는 소원을 담은 용기있는 실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11. 남녀의 샬롬 없이는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진정한 샬롬을 경험하지 못할 것입니다. 향후 총신에 남녀평등이 이뤄지는 날이 오기를 소망해 봅니다~^^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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