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어떻게 믿을 것인가』 등의 기독교분야 베스트셀러作을 펴낸 김형석 명예교수(연세대, 97)의 눈에 비친 교회는 어떤 모습일까? 이 철학자는 "교회가 너무 울타리를 치고 그 안에서 살아왔던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며 오늘의 교회를 향해 "교회는 무엇을 위해서 존재하는가?"라는 큰 물음을 던졌다.
지난 8일 저녁 경동교회(담임 채수일 목사)는 2017년 종교개혁500주년을 기념하며 "지성적 신앙과 일상의 성화"란 주제로 '평신도 포럼'을 시작한 가운데 김형석 교수를 초청에 그의 신앙적 통찰과 간증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강영안 명예교수(서강대 철학과)의 사회로 진행된 이 대담에서 김형석 명예교수는 오늘의 한국교회 세태를 진솔하게 평가했다.
김형석 교수는 한국교회의 대사회적 신뢰도 하락 원인을 교회의 존재 목적 상실에서 찾았다. 김 교수는 예수의 안식일 말씀을 인용하며 사람이 안식일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계명과 교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권이다. 예수 말씀을 진리로 받아들이면 교권 보다는 이 인권을 중요시하게 된다"고 말했다. 예수의 말씀을 교권이 아닌 진리로 받아들이는 크리스천들이 모이는 곳이 교회라면 그런 교회는 바람직하다라고도 했다.
그러나 김형석 교수는 오늘날 교회에 대해 "천주교도 최근에서야 '교회가 사회를 위해 있다'고 하던데 교권보다 인권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된 것"이라고 전하면서도 개신교에 대해서는 "교회가 너무 울타리를 치고 그 안에서 살았던 것 아니냐. 주님 말씀은 개인의 변화와 역사를 견인하는 큰 희망의 이야기인데 우리가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과 신앙적 운동을 너무 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한국교회 게토화 현상의 주범으로 대형교회를 지목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대형교회가 생기면서 '교회'(교권)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 교회가 작을 때는 교회에 신경 쓰는 시간과 노력이 많지 않은데 교회가 커지면서 그 안에서만 살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교회가 하나님 나라의 사명을 잃어버릴까도 염려했다. 교회 안에서만 하나님 나라를 누리려는 신자들을 고발하고 있는 것.
김 교수는 특히 "4복음서에 보면 예수께서 교회를 걱정하신다거나, '큰 교회를 만들어라'는 말씀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으신다"고 확인한 뒤 "오히려 이 민족을 하나님 나라로 바꾸는데 모든 것을 투입하라 하신다"고 전했다.
교회 게토화 현상이 낳은 부작용으로 김 교수는 사회와의 불통에 따른 교회 수준 저하를 들기도 했다. 김 교수는 과거 교회는 사회보다 수준이 높아 사회를 선도했지만 오늘날에는 사회의 수준이 월등하게 교회보다 높아져 교회가 지성적인 교인들을 품지 못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에 김 교수는 "교회가 목회자에게 신앙을 배우는데, 목회자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지 못 한다"며 "목회자들은 교인들을 자신보다 더 훌륭하게 키워야 한다. 교회에 성도들이 많지 않아도, 예수 말씀을 진리로 받아들인 참 성도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평신도포럼은 매월 김형석 교수와 같은 저명한 기독교 인사를 강사로 초청해 열릴 예정이다. 3월엔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4월엔 박상은 안양 샘병원 원장이 강사로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