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숭배를 했다는 이유로 파면 당한 서울기독대학교 신학대학원 손원영 교수가 20일 오전 서울 숭인동 돈암그리스도의 교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파면 결정 철회를 촉구했다. 서울기독대학교 이사회는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어 기독교인으로서 지어서는 안되는 ‘우상숭배에 해당하는 죄'를 지었다는 이유를 들어 손 교수를 파면했다.
사태는 지난 해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북 김천 개운사에서 자신을 개신교 신자라고 밝힌 60대 남성이 난입에 불단에 봉안돼 있던 불상과 관세음 보살상을 바닥에 내팽개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자신의 행동을 말리는 스님을 마귀라고 폄하하는 등 난동을 부렸다. 이 사건으로 1억 상당의 재산피해가 발생했고, 주지는 정신적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손 교수는 이 소식을 듣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운사 주지를 비롯한 관계자 및 모든 불교신자에게 용서를 구하는 글을 올렸다. 그리고 불당회복을 위한 모금운동을 벌였고, 이를 통해 모은 모금액을 개운사에 전했다. 이에 대해 개운사는 기독교와 불교의 상호이해와 종교평화를 위하는데 사용해 달라며 고사했다. 이에 손 교수는 종교평화를 위한 대화모임인 ‘레페스포럼'(대표:이찬수 서울대 교수)에 모금액 전액을 기부했다. 이에 레페스포럼은 지난 달 11일과 12일, "불교와 기독교,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를 주제로 기독교신학자 6명, 불교학자 6명 총12명이 참여하는 학술토론회가 열렸다.
손 교수의 모금운동이 알려지자 서울기독대를 세운 종파인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와 서울기독대 총동문회는 지난해 4월 학교 측에 공문을 보내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서울기독대 이사회는 지난해 12월19일 손 교수에 대한 징계안을 제청했고, 이사회는 파면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에 대한 파면 이유는 또 있다. 그의 학문활동이 학교 설립이념과 맞지 않는 ‘해방신학에 해당하는 자유주의 신학'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손 교수는 "‘가난한 자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이라는 해방신학의 기본적 방법론에 기울었을 뿐 해방신학자가 아니다. 난 해방신학자라고 하기엔 너무 부유하다"고 반박했다. 자유주의 신학이라는 비판에 대해선 "100년전에 유행한 바 있는 낡은 신학인데 지금 누가 이걸 연구하냐"고 반문했다.
손 교수는 기자회견을 통해 학교 측의 조치가 "학문의 전당이자 양심의 보고인 대학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종의 변란"이자 "헌법이 보장하는 학문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한 반헌법적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이번 결정이 아물어 가던 개운사 주지와 신도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격이 됐다"며 "행여나 이번 일로 해서, 우리 한국사회에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에 대한 편견이 심화되거나 혹 종교 간의 갈등이 더 커지지 않을까 심히 염려한다"는 심경을 밝혔다.
이에 대해 학교 측 최 아무개 법인처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손 교수가 ▲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 논란을 일으킨 바 있고 ▲ 그의 활동이 보수주의를 내세운 학교 학풍과 맞지 않으며 ▲ 손 교수에 충분히 소명기회를 줬다고 해명했다.
한편 손 교수는 당초 돈암그리스도교회에서 회견을 갖고자 했으나 교단 측이 장소 사용을 막아 교회 들머리에서 자신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