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기독대학교가 훼불사건에 사과하고 모금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손원영 교수를 파면한 일이 크나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동료 신학자와 성직자들은 소셜 미디어에 학교 측의 처사를 비판하는 한편, 한국 교회의 편협함을 성토하는 글을 잇달아 올리는 등 연대에 나서는 양상이다. 대한성공회 서울 주교좌교회 주낙현 신부는 "다른 곳도 아닌, 기독교 학교, 그것도 목회자를 양성하는 학교가 이런 행패를 부리는 현실 안에서, 우리는 일부 '한국적' 개신교의 민낯을 본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배척과 횡포가 지금 우리 사회를 여전히 좀 먹는다"고 개탄했다. 이어 한일장신대 차정식 교수도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손 교수를 응원하는 글을 올렸다. 차 교수의 양해를 얻어 글 전문을 싣는다. 편집자 주]
손원영 교수가 소속 대학에서 파면 당했다. 경상도 한 절에 난입해 불당을 파괴한 한 60대의 광적인 기독교인이 저지른 폭력에 같은 기독교인으로 양심의 가책을 느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피해를 배상하기 위해 모금을 한 게 죄목이다. 이전에도 몇 차례 학교의 재정운영에 미심쩍은 부분을 지적하여 학교당국과 마찰을 빚어온 미운 털도 작용했을 것이다.
실제로 모금한 그 돈은 그 사찰에서 극구 사양하여 불상을 다시 세우는 데 사용되지 않고 불교-기독교간 대화를 위한 학술단체에 기부되었다고 한다. 손 교수는 오늘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부과된 죄목을 조목조목 해명했다. 이 땅의 기독교가 전부 ‘개독'이 아님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고백했다. 자신은 해방신학자가 되기엔 너무 부유하다고도 했다. 100년 전 유행을 탄 서구의 자유주의신학에 자신이 헌신할 이유가 없다고도 말했다.
나는 그의 친구로 그와 산악자전거를 몇 차례 함께 탔고 함께 어울려 밥도 여러 번 먹었으며 전주에서 함께 놀기도 했다. 그를 5년 전 샌프란시스코신학대에서 처음 만나 내가 산악자전거계에 입문시켜주었는데 그 인연으로 우리교회 사경회 강사로 와서 ‘경건한 자태'로 하나님 말씀을 전해주기도 했다. 그는 천품이 온유하고 선한 사람으로 남을 독하게 해코지할 위인이 못된다. 그게 얼굴에 다 써 있다. 예술을 좋아해서 자기 돈과 시간을 들여 예술목회원을 만들었고, 나를 포함해 주변의 여러 신학자들을 고달프게 또 즐겁게 만든 사람이다. ‘진'과 ‘선'을 앞세워 교회가 개혁되지 못했으니 이제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때가 왔다고 그는 평소 주장했다.
그에게 죄가 있다면 오지랖이 넓게 처신한 것이고, 선한 양심으로 다른 이들보다 민감하게 행동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 교단, 자기 교회 지인도 아닌 익명의 미친 사람이 예수의 이름 앞세워 저지른 폭력을 부끄럽게 여기며 거기에 공개사과하고 손해배상까지 해주려 순수하게 힘쓰고 애썼을 것이다. 손 교수 대학이 속한 교단이 보수주의를 지향하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 교단과 대학에 똑같은 생각과 똑같은 주의에 속한 사람들이 인형같이 일사불란하게 말하고 처신하는 것보다 손 교수처럼 조금 다르게 생각하고 말하며 행동하는 사람 한둘쯤 있는 것이 그 타자성의 존재가치만으로도 해당 공동체에 유익할 줄 믿는다.
대학당국은 손 교수를 너그럽게 용납하여 품어주시고, 서로 부대끼는 점들은 지성인답게 대화로 풀어가주셨으면 한다. 손 교수가 소심하고 이기적인 우리 모두를 대신해 "고난 받는 종"의 역할을 잠시 떠맡은 걸로 여겨주시고, 한 점의 유머와 도량을 발휘해주시길 학교당국에 간절히 바란다. 연약한 손원영 교수와 역시 연약한 서울기독대를 주의 이름으로 축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