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NCCK, "한국교회 문제, 역사적 과오와 무관치 않아"

"작은교회운동, 한국교회의 신앙적 공백을 메우는 유용한 실천"

기억과 반성 NCCK
(Photo : ⓒ 이인기 기자)
▲NCCK는 종교개혁500주년기념 심포지엄 <기억과 반성>을 개최했다. 왼쪽으로부터 강성호 작가, 백종국 교수, 김진호 실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종교개혁500주년기념사업특별위원회(위원장 김철환)는 2월27일(월) 오후2시 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제2회 종교개혁500주년기념심포지엄 <기억과 반성>을 개최했다. 심포지엄에서는 강성호 작가가 "식민지 조선의 기독교와 제국일본"을, 백종국 경상대 교수가 "예루살렘의 바벨론화: 한국 기독교의 정교유착 사례연구"를,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이 "한국 자본주의와 대형교회적 신앙양식 비판"을 발표하며 오늘날 한국교회의 문제가 역사적 과오와 무관치 않음을 지적했다.

강성호 작가(『한국기독교 흑역사』 저자)는 일제 강점기에 교회가 일본제국주의에 협력한 사례가 생존의 논리와 수탈론적 시각으로 호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논리들은 교회를 살리기 위해서 수난자로서 살 수밖에 없었고 일제의 강요 때문에 친일부역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을 제시한다. 하지만, 교회는 자발적인 이유로도 친일협력의 길을 걸었다는 것이 강 작가의 주장이다.

당시 교회가 제도적 종교로 재편되고 있는 과정이어서 총독부의 행정적 지원이 필요했고, 교회내 교권장악을 위해 서북계열과 기호계열의 갈등하는 와중에 경쟁적으로 침략전쟁에 협력하게 됐으며, 당시 약육강식의 제국주의적 세계관을 사회진화론적 시각으로 내면화한 실력양성론을 설파하면서 일제의 정책을 선전하는 도구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백종국 교수는 정교유착을 교회가 한국 사회에 복음을 전파하고자 하는 목적에 따라 특정한 개인 혹은 조직의 개별적 이익과 관련하여 국가권력과 협력하는 현상이라고 규정했다. 이 현상의 구체적인 증좌는 대가성으로 입증되는데, 미군정이 한국교회에 적산을 불하했던 특혜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예를 들어, 미군정은 막대한 일제 천리교 재산을 조선신학교에 불하했다. 이후 이승만, 박정희 정권 및 최근의 기독교 뉴라이트운동에 이르기까지 정치와 교회의 유착사례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

백 교수는 한국사회의 정교유착이 한국사회의 역동적인 변화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전개되었으나 반드시 반성해야 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정치적 지지의 대가로 물질적 보상을 얻는 일은 줄어들었지만, 교회는 정교유착의 다른 측면인 사회선교에 앞장서야 했다. 하지만, "한국 사람의 대부분이 정교유착으로 인식되는 행위에 대해서는 강한 적대감을 보이고 있으나 막상 기독교인들은 이러한 인식이 약하다"는 사실은 범교회적 개혁의 필요성을 증명하고 있다.

김진호 실장은 해방 이후부터의 개신교의 사회적 신앙유형을 분석하면서 1945-60년경까지는 극우반공주의적 신앙(A)이, 1960-90년경까지는 성공지상주의적 신앙(B)이, 1990년경 이후부터는 극우보수주의적 신앙(C)과 웰빙보수주의적 신앙(D)이 개신교를 대표했다고 말했다. 각 신앙유형의 대표적인 교회(연합체)는 A의 경우 영락교회, B는 (여의도)순복음교회, C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D는 강남-강동-분당 지역에서 급성장한 후발대형교회들이다. 김 실장은 이 가운데서 성공지상주의적 신앙과 웰빙보수주의적 신앙에 초점을 맞추고서 자본주의와 신앙이 연결된 양상을 지적했다.

성공지상주의적 신앙은 절대적 주권을 지닌 카리스마적 리더에 의한 총량적 성공, 성장, 발전에 집중하는 경향을 지녔다. 놀라운 외적 성장을 이루기는 했지만, 그 성장의 문제를 비평할 능력이나 대안적 삶을 구성할 능력을 결핍하게 되는 한계를 노정하게 됐다. 한편, 웰빙보수주의 신앙은 신자들이 사회적 자존성과 신앙적 자존성이 높아지면서 비평적 주관을 갖고 성공지상주의적 신앙이 갖지 못했던 신앙적 '성찰'을 함으로써 형성됐다. 이 유형의 신자들은 그 성찰에 따라 교회간 수평이동을 하였고 그들의 성찰적 취향에 맞는 '캐릭터형' 대형교회의 수립을 유발했다. 예를 들면, 경배와 찬양, 제자훈련, 성장지상주의 해체, 재정투명성 등을 특화한 교회들이 생겨났다. 이는 신앙적 성찰이 신앙의 웰빙을 추구하는 양태로 전개된 결과이며, 중상위계층의 "자기미학화 내지는 현상유지"의 종교성을 대변한다.

그런데, 이러한 신앙유형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옴이라는 기독교의 원초적 성찰 자체를 신앙화하는 것에 실패했다. 한국교회는 '위'를 향하는 성장의 신앙을 추구했고 '위'의 범주에서 현상유지의 신앙을 발명했기 때문이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작은교회의 정치경제학적 신앙이 실천되어야 한다. 작은교회는 1인의 카리스마적 권력이 효과적으로 수행되기보다 공동체 안에서 수평적 네트워크가 강화될 수 있는 요소가 더 많다. 그리고 자원의 부족은 연대활동을 강화하게 하여 공공적 장들(fields)이 확대되고 복지의 확대를 위한 사회적 연대를 신앙화할 여지가 많다. 작은교회운동은 한국교회의 신앙적 공백을 메우는 유용한 실천인 것이다.

이인기 ihnklee@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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