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생명살림 목회이야기(4) 김포 생명나무교회 이헌 목사

김문선 목사 (생명의 망 잇기 사무국장)

생명살림목회
(Photo : ⓒ 김문선 목사(생명의 망 잇기 사무국장) )
▲김포 생명나무교회 이헌 목사

15년이란 시간 동안 농촌 목회를 건실히 해왔다. 성전 건축을 위한 부지도 준비된 상태였다. 생명이란 가치를 붙들고 농촌사회와 함께 호흡하고 있었다. 어느 날이었다. 선배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도시에 있는 작은 교회로의 청빙 제의였다. 예배당도 없었다. 사택도 없었다. 준비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 도시의 작은 교회였다. 다만, 몇 사람의 개척 멤버들이 있었을 뿐이다. 그렇게 이헌 목사는 생명나무교회를 개척했다. 벌써 11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해야 했습니다. 아는 것도 없었습니다. 세상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무모한 도전이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선배의 전화를 받는 순간 가슴이 뛰었습니다. 지금도 이유를 묻습니다. 교회가 무너져가고 있는 시대를 살아가며 새로운 교회와 목회에 대한 갈망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목사는 미국 워싱턴에 있는 세이비어 교회를 롤모델로 삼았다. 개척 초기 지체들과 함께 세이비어 교회와 관련된 책을 함께 읽어나갔다. 교회의 존재 이유와 역할이 무엇인지, 이 시대에 필요한 교회란 어떤 모습인지 함께 질문하며 길을 찾았다. 이 목사와 생명나무교회 지체들이 찾은 이 시대의 건강한 교회의 모습은 무엇일까?

"요즘 많이 회자되는 단어이기도 하지요. 선교지향적 교회(missionary church)입니다. 교회 안에 갇힌 선교, 교리와 제도에 갇힌 선교를 넘어 세상 문제와 아픔에 관심 갖는 공동체가 되고 싶습니다. 오늘날 대형교회는 많아졌지만 예수께서 말씀하신 역동적인 생명이 살아있는 선교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도시교회들이 마을교회로 전환하지 못함으로 인해 선교가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하고 예수정신이 따른 선교를 위해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마을교회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생명나무교회가 생각하는 건강한 교회는 마을교회가 되는 것이다. 교회 안에 갇힌 선교가 아닌 마을과 함께 살아가는 교회가 되는 것이다. 생명나무교회의 주선교적 관심은 농촌 사회와 농촌교회, 생명나무교회가 위치한 지역 마을이다.

이 목사는 15년이란 시간 동안 농촌 목회를 해왔다. 누구보다 농촌 사회와 농촌교회의 애환(哀歡)을 잘 안다. 성인 100여 명이 출석하는 공동체다. 어느 대형교회보다 농촌교회를 위해 많은 일하고 있다. 얼마 전 새로운 장소도 마련했다. 마을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교회가 되기 위해서다. 이 목사는 이 장소를 통해 마을 사람들과 다양한 만남을 꿈꾸고 있다. 농촌교회가 생산한 건강한 먹을거리를 소개하고, 삶을 나누는 사랑방이 되기를 기대한다.

말과 행동 안에 중심이 담겨 있다.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삶의 향내를 맡을 수 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내어주며 차분히 말을 이어가는 그의 모습을 보았다. 건강한 목회를 위한 다양한 목회 프로그램을 꿈꾸고 있었다. 그러나 쫓기지 않았다. 조바심을 내거나 성도들을 재촉하지도 않았다. 이 목사에겐 사람이 먼저다. 프로그램과 부흥, 성과는 나중 문제다. 그는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소비되는 성도들의 삶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일이 먼저는 아닙니다. 교회도 봉사가 먼저는 아닙니다. 성도들이 소비당하고 있습니다. 충분한 신학적 탐구와 질문, 이유에 대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그 후 사역이 진행되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준비와 과정이 생략될 때 좋은 일을 했지만 헛헛합니다. 갈등과 오해가 생깁니다."

생명나무교회의 주일 모임 풍경은 독특하다. 떼제 찬양을 성도들과 함께 부른다. 예배시간도 다른 교회보다 긴 편이다. 오후에는 예배를 드리지 않는다. 소그룹으로 모여 사귐의 시간을 갖는다. 이유를 물었다.

"지체들이 떼제 찬양에 많은 은혜를 받습니다. 깊은 영성이 담겨 있는 찬양이기에 문화적 생소함을 뛰어넘어 누구든지 공감할 수 있습니다. 예전처럼 많은 예배에 참석할 수 있는 사회적 상황이 아닙니다. 대다수의 지체들이 주일에 집중해서 모임을 가져야 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드리는 예배인 만큼 어떻게 하면 지체들이 풍성하게 하나님을 만날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예배의 틀과 모임의 시간 등을 그에 맞게 재편하게 되었습니다."

소비사회를 살고 있다. 말 그대로 쓰고 버리는 시대다. 종교도 소비되고 있다. 목사는 교인들을 소비한다. 교인들은 목사와 교회를 소비한다. 이용 목적과 필요를 채우면 그만이다. 새로운 대상을 찾아 헤맨다. 슬픈 현실이다. 사람과 만남, 공동체가 목적이 아닌 수단화되어버렸다. 이 목사는 말한다.

"현대교회의 조직은 커졌습니다. 그러나 존재의 성숙을 이루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사람들의 외적 필요를 채워주는 교회는 많아졌습니다. 그곳으로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그러나 그곳에 예수의 사랑과 말씀의 성취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예수를 믿는다고 하지만 받기만 할 뿐 자신의 것을 먼저 내어주려는 이들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이런 사람들의 외적인 필요를 채우기 위해 더 좋은 환경을 만듭니다. 필요 이상의 큰 건물과 주차장을 만듭니다. 체계적인 시스템과 좋은 프로그램으로 무장합니다."

예수라면 어떻게 했을까? 사복음서의 말씀을 아무리 찾아봐도 예수의 여정은 소유가 아닌 존재의 성숙을 지향했다. 생존을 위한 하루의 양식을 위해 기도했지만 부의 축적을 위해 무릎을 꿇지는 않았다. 회당에서 사람들을 가르치고 당대의 지식층에게 진리를 변증했다. 그러나 그의 선교는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이뤄졌다. 그는 공동체를 형성했지만 수를 좇지 않았다. 생명의 길은 사람들이 찾지 않는 좁은 길이라 말씀하셨다. 분명 그의 삶과 메시지는 세상의 방식과 달랐다. 세상의 방식을 딛고 넘어서는 초월의 삶이었다. 작금의 교회 문화는 예수의 길을 따르고 있는가?

성숙은 어른의 다른 말이다. 생물학적인 의미가 아니다. 정신과 삶의 독립을 이루고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질 수 있는 이가 어른이다.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며 자신만의 길을 걸을 수 있는 이가 성숙한 사람이다. 신앙의 성숙도 매한가지다. 종속된 관계로 결핍만을 갈구하는 성도는 유아기적 신앙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건강한 신앙으로 건강한 성숙을 이뤘다면 주체적 신앙생활을 해야 한다. 하나님께 기대어 서야 한다. 예수와 그의 진리를 삶의 방향으로 따르되 나만의 신앙생활의 개성을 찾아야 한다. 말씀 안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생각하고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신앙의 연륜이 쌓여도 여전히 결핍에 구속된 이들이 있다. 부모를 떠나 독립을 이루지 못한 연약한 심령들이 있다. 떠나보내지 못하는 부모의 잘못인가? 부모를 떠나지 못하는 자녀의 잘못인가?

"그전까지 선배들에게 배운 목회란 무조건 돌봐주는 것이었습니다. 문득 의문이 생겼습니다. 돌봄의 목적은 건강이기 때문입니다. 과연 지체들이 건강한가? 목사로부터 건강한 독립성을 가지고 목사 없이도 스스로 판단하고 생각할 수 있는 신앙적 가치관을 갖는 것이 진정한 건강이라 생각합니다. 목사는 지체들이 성숙한 신앙을 소유하도록 돕는 이입니다. 하늘의 진리를 잘 전해주고 목사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설 수 있도록 세워주는 역할을 감당해야 합니다."

* 생명의 먹을거리 구입하고 농촌 교회도 돕는 생명의 망 잇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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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기 ihnklee@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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