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연구원(원장 전병금 목사)은 3월24일(금) 오후2시 기독교회관 701호에서 <한국교회개혁 94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종교개혁50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교회개혁의 지표를 94개조로 제시한 선언문은 향후 토론과정을 거쳐 수정된 뒤 10월31일 공표될 예정이다. 개혁지표를 94개로 제시한 것은 루터의 95개조에 대한 '겸손'의 표현이라고 전해진다.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는 "<한국교회 개혁 94선언>이 한국교회의 미래지향적 방향설정이 되기를 원하며 활발한 토론을 통해 한국교회에 자기갱생의 몸부림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선언문은 참회, 교회, 교회지도자, 총회와 교회, 한국교회 일치와 연합, 신학교육,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 창조질서 보존, 희망 등 9개 항목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한국교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에 대한 개혁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종교개혁의 정신들을 숙고하여 현재의 상황에서 철저하게 실천"할 것을 요청하면서 그것이 "먼저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통렬한 회개와 자기혁명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주요한 조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5. 교회를 바르게 섬기고자 노력하는 많은 목회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한국교회의 모든 문제의 원인과 책임은 전적으로 목사로부터 기인되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11. 목사는 우리 사회의 경제적 양극화와 사상 대립, 남북 분단 상황을 외면하고 오히려 갈등을 조장함으로써 예수 그리스도의 화평케 하는 사역을 감당하지 못했다.
24. 작금의 한국교회는 '성령'(Holy Spirit)보다는 '시장의 영'(Market Spirit)인 맘몬의 지배를 받고 있는 실로 비참한 상황에 놓여 있다.
28. 한국교회는 가난한 자와 부한 자를 균등케 하는 일에 힘씀으로 종말론적 대안 공동체로 변혁되어야 한다.
32. 한국교회는 직분이 계급화되어 소수 당회원과 담임목사 중심의 폐쇄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의사결정구조를 갖고 있다.
34. 이 계급적 권위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교회는 목사, 장로의 당회 시무연한을 현재 종신제 대신 임기제를 택해야 한다.
47. 교단 선거에서 자주 발생하는 불법, 타락선거는 한국교회가 명예와 권위주의에 사로잡혀 있음을 보여주는 산 증거이다.
50. 교단 지도자들의 진정한 권위(sols auctoritate)는 고난과 희생에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59. 한국교회의 분열은 사회적 공신력의 실추로 이어져 선교적 능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64. 한국교회가 이루어야 할 시대적 과제는 현재 세 개로 나누어져 있는 연합기구를 한국교회를 대표할 수 있는 하나의 기구로 통합하는 일이다.
66. 한국 기독교가 매년 저질의 신학교에서 양산되는 부실한 목회자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교회는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67.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구는 신학교육에 관한 통일된 기준을 만들어 이 과정을 마친 자들이 목사가 되도록 해야 한다.
71. 교회가 사회적 책임 및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원인들은 무엇보다 '종교의 사사화'(私事化)와 깊은 관련이 있다. 한국교회에서 개 교회주의는 날로 심화되어가고 있고, 공교회적인 기능과 역할이 계속 축소되어 왔다.
78. 교회는 정치권력의 남용을 감시하고 민주주의 신장을 위하여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86. 한반도에 더 이상 핵개발이나 핵발전소 건설이 진행되지 않도록 교회는 사회적인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
91. 교회는 생명존중, 에너지 절약, 자원의 재활용, 나누어 쓰기 운동을 신앙의 수준에서 실천해야 한다.
93. 한국교회는 여전히 희망이고 희망이 될 수 있는가? 그 희망은 교회의 통절한 회개와 자성으로부터 시작한다.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의 통치하심이 온전히 실현되는 곳이요, 하나님이 주체이시고 인간은 객체라는 사실을 말한다.
94. 종교개혁자들이 선포한 '오직 믿음'의 원리는 교회와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그리스도의 의와 지속적인 교통과 교제를 통해 정의와 평화, 생명세계를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고 섬기며 봉사하도록 초청하는 부름이다. 이 부름 앞에 우리 모두 겸손히 순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