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루터를 파문했던 천주교에서도 이제 루터는 적대자가 아닌 공동개혁가로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천주교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65)를 거치며 개신교를 향해 '이단'이라고 명명하는 것을 금하고 개신교 신자들을 '분리된 형제'라고 표현하며 화해와 일치의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면서 로마 교황청과 루터교세계연맹(LWF)이 함께 내놓은 "갈등에서 사귐으로" 공동문서가 한글로 번역되어 출판됐다. 11일 낮 성공회대성당 프란시스홀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기자간담회와 한국그리스도인 일치포럼이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이하 신앙과직제협) 주최로 개최됐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직후 LWF와 로마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는 양자 간 대화를 시작했고, 1999년 '칭의/의화'(Justification) 교리에 대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후 2017년 종교개혁500주년을 기념하면서 루터교와 로마 카톨릭 교회 공동위원회는 양자 간 대화의 관심사에 초점을 맞춰 보고서를 작성, "갈등에서 사귐으로"란 주제로 지난 2013년 이를 채택해 발표했다. 이 공동문서가 한글로 번역된 것이다.
한국신앙과직제 신학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성공회 박태식 신부(성공회대학교)는 이 공동문서에 대해 "루터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증인 곧 공동의 유산으로 받아들이고, 교리적 관점을 '칭의/의화'에서 출발하되 그것에 머물지 않고 삼위일체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로 확정했다"고 평가했다.
박태식 신부는 이어 "교회일치와 세계화의 맥락에서 종교개혁을 새롭게 이해하기를 시도하면서, 교회일치가 역사 망각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과 세계화와 세속화, 문화, 오순절의 대두, 종교다원사회 등의 다양한 도전을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박 신부는 또 이 공동문서가 "종교개혁의 새로운 전망을 다루면서 카톨릭 측은 루터의 종교개혁을 분열이 아닌 개혁으로 보고, 루터교 측은 역사의 복합성과 복잡성, 즉 역사적 요소와 정치적 요소의 혼재 및 신학적 요소와 비신학적 요수의 혼재를 주목한다"면서 "양 교회가 수용할 수 있는 신앙의 공통요소들 때문에 대화가 가능하고, 교리이해의 차이와 대립으로 인해 반드시 대화가 필요하다고 문서는 지적한다"고 했다.
특히 박 신부는 이 공동문서가 "(루터교와 천주교의)상호 단죄를 거부하며, △분열이 아니라 일치의 전망에서 공동 유산을 강화할 것 △상호간의 접촉과 신앙 증언을 통해 지속적으로 변화할 것 △가시적 일치를 추구할 것 △우리 시대를 위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능력을 회복할 것 △복음 선포와 세상에 대한 봉사로 하나님의 자비를 증언할 것 등을 공동 기념을 위한 5가지 원칙으로 제시했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