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김용옥이 한국교회가 성과 속을 지나치게 구분한 나머지 자폐증에 빠져 교회의 사회정치적인 책임을 등한시하는 것에 경종을 울리며 교회를 향해 "세상으로 나아오라"고 발언했다.
1일 김용옥은 한신대 신학대학원에서 열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몰트만 박사 초청 특별강연'에 논찬자로 참여해 "아무리 교회가 중립성을 외쳐도 교회 자체가 정치적인 단체인데 어떻게 해서 이 사회에 대한 책임을 모면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교회의 정치사회적인 책임을 강조하고 나선 것.
김용옥은 몰트만 박사의 정치신학사상에 대해 "몰트만 박사는 단도직입적으로 이 세계의 삶과 운명을 결정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가 정치에 있다고 본다"면서 "정치가 부패하면 그 사회의 모든 영역이 부패하고 사회는 몰락의 길을 걷는다. 그래서 오고 있는 하나님 나라의 현실은 무엇보다도 먼저 정치의 영역에서 실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옥은 이어 "하나님의 의는 불의와 억압과 착취가 있는 모든 영역에 세워져야 한다. 몰트만의 정치신학은 한국의 민중신학이나 남미의 해방신학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고 몰트만은 역으로 이러한 운동으로부터 끊임없는 피드백, 신선한 의미를 공급받았다. 이 세계는 하나님 나라의 대기실이 아니라 이 땅에 임재하는 하나님 나라를 위한 건축작업장"이라고 몰트만의 신학을 분석했다.
김용옥은 몰트만의 종말론에 대해 자체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몰트만이 종말론을 인간의 정치적 성취로 귀속시킨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몰트만은 현재의 인간활동에 하나님 나라를 전적으로 귀속시키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그러나 그만큼 정치적 실현에 대한 구체적인 복안이 없다는 비판을 모면키 힘들다"고 지적했다.
자신이 몰트만 사상에 감명을 받은 지점도 몰트만의 종말론이라고 말한 김용옥은 "몰트만의 종말론은 폐쇄적이고 파괴적으로 설정하지 않고 개방적, 건설적으로 설정했다"면서 "사상의 중심을 미래에서 끊임없이 현재로 이동시켰다"고 평가했다.
또 십자가와 부활의 해석을 현세계에 대한 철저한 부정 위에 정초시켰다고 보면서 인권문제, 여성 문제, 생태학적 위기의 문제 등 현실 사회적 문제에 깊은 관심이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종말론의 텐션을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끊임없는 희망으로 던져준 몰트만과 같은 복합적이고 정직한 신학자를 다시 만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