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북한 엘리트 자제 기독교학교가 가르치다

최상훈 (뉴욕타임즈)

평양과기대
(Photo : ⓒDavid Guttenfelder/Associated Press)
▲2011년 평양과학기술대학의 학생들. 이들은 다수가 미국인인 기독교자원봉사자들에게 가르침을 받는다.

평양과학기술대학(총장 전유택)은 평양에서 약 1천 제곱미터의 넓은 땅에 세워져 있다. 이 학교도 김씨 일가의 숭배 대열에서 예외가 아니다. 본관 건물의 꼭대기에는 커다란 붉은 글씨로 "김정은 장군"을 찬양하는 글귀가 씌어져 있다. 

그러나 이 학교에는 놀랍게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종교를 금지하는 나라에서 이 학교는 개신교 기독교인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몇 년 전 남한 출신 재미교포가 설립한 이 학교는 지도부와의 협상을 통해 발전해 왔다. 이 학교는 북한 엘리트의 자제들에게 다른 곳에서 배울 수 없는 교육을 제공한다. 컴퓨터 공학, 농업, 국제 금융 및 경영 등을 외국인 교수가 영어로 가르친다. 교수들은 절반이 미국인인데, 설교를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이 학교는 북한 정권에게 이외의 다른 것, 즉, 일종의 압박수단도 제공하고 있을 수 있다. 지난 달 이래로 북한 정권은 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2명의 미국 시민을 체포했다. 박찬모 명예총장은 체포된 두 사람이 학교의 교수행위와는 연관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지만, 그들은 "적대적 행위"를 한 것 때문에 체포됐다. "적대적 행위"란 간첩이나 포교 행위의 혐의가 있는 사람에게 적용되는 죄목이다. 이들이 평양과 워싱턴 사이의 도박 같은 갈등 상황에서 거래조건이 되는 것이다. 김정은은 핵무기 개발로 위세를 역전시키려 하고 트럼프 행정부는 "전략적 인내"의 시간이 끝났다고 경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학은 북한 정권에게 미국 시민이라는 자국 내의 진귀한 상품에로 접근할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자원봉사자들을 체포한 것은 이 학교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이 학교가 비록 의도적이지는 않더라도 북한 정권을 돕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혹자는 이 학교가 독재정권의 미래 엘리트를 양성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것도 그 정권이 인권을 유린하고 핵무기로 인접국들을 위협하고 있는데 말이다. 남한의 우익 활동가들은 이 학교가 미래의 해커들을 교육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잠입 기자였던 김숙희(수키 킴)는 이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는데, 그녀는 이 학교가 "북한 정권과 돈으로든 정보로든 타협하지 않고서는 운영될 수가 없다. 나는 그 타협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불편했다"고 지적했다. 추후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너가 없으면 우리가 없다』(Without You, There Is No Us)로 출판했다.

그러한 타협의 징후들이 캠퍼스 곳곳에서 눈에 띈다.

박찬모 총장
(Photo : ⓒLee Jae-Won/Reuters )
▲2012년 서울을 방문한 평양과학기술대 박찬모 명예총장. 그는 최근 학내 자원봉사자들이 체포된 사건에 대해 이 사건이 학교와는 상관없으며 이로 인해 학교가 북한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지도 않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김정은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노래를 부르면서 학생식당으로 행진한다. 모든 교재는 북한 당국의 검열을 받아야만 하고 검열관이 캠퍼스에 상주한다. 교수들은 캠퍼스 바깥으로 나가려고 할 때 "안내요원"을 동반해야만 한다. 외국인 교수들은 검열 없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지만, 학생들에게는 불허된다. 교수들은 학생들의 발언을 감시해야만 하고 학생들도 교수들의 반동적인 발언에 대해서 고발해야만 한다.

한 미국인 교수는 한 학생에게 성경을 건네주려다가 추방당했다. 비록 외부 관광객의 조롱거리가 되어 있지만, 대학 내에는 북한 공산당이 김일성과 김정일에게 헌정한 오벨리스크가 건립되어 있다.

반공 홀리코리아 네트워크를 이끌고 있는 이호 목사는 "한국교회들이 결국 거기에 우상숭배를 위한 신전을 지어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대학 당국은 그 기념물과 그 외 국가 선전물들은 "의무적"이며 북한 내 모든 학교 및 관공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상적인" 풍경이라고 말했다.

10여개 국 출신의 90여 명의 외국인 자원봉사자들에게는 이 학교에서 가르치는 일이 미래의 북한 지도자들과 친분을 쌓고 그들에게 국제적인 사고방식을 깨우쳐줌으로써 무신론적인 국가에 기반을 확보할 기회가 된다.

그들은 자신들이 선발한 약 500여 명의 학생들과 함께 섞여서 식사도 한다.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거주한다. 그들은 교수들의 가족들을 포함하여 북한 내에서 유일한 최대의 외국인 공동체를 구성하는 집단과 함께 지내고 있는 것이다.

교수들은 대부분 기독교인인데 그들끼리의 종교행위는 허용된다. 하지만 포교행위를 할 수 없는 것은 불가역적인 규칙이다.

포항공과대학의 총장을 역임하기도 한 박 명예총장은 "우리는 북한 사람들에게 물고기를 주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고자 한다. 이것은 남북한 간의 경제적 격차와 궁극적으로 이루어질 통일에 소요될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주영공사였다가 작년에 남한으로 망명한 태영호 씨는 이 학교가 북한 엘리트의 자제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으며 경제를 근대화하고자 분투하고 있는 나라에 시장원리를 가르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학교가 미래의 해커들을 양성하고 있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이 대학은 평양 남부 지역의 캠퍼스에 새로운 의과대학을 설립할 계획을 갖고 계속 몸집을 불리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체포된 것 때문에 주목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이 학교는 그 사안을 중대하게 보지 않으려고 한다.

학교당국은 체포된 사람 중의 한 명이 김상덕 교수이며 회계학을 가르쳤고 미국명 토니 킴으로 불린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북동 지역을 자주 방문하여 탁아소에 인도적 지원품들을 배분했고 최근에는 담요 2만 포를 수해 이재민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또 다른 한 명은 김학송 목사이며 캠퍼스 내의 실험농장을 감독했다. 그는 중국에서 로스엔젤러스 교회의 선교사로 활동하면서 한 번에 한 달 정도의 일정으로 학교를 다녀갔다.

이 두 사람은 북한을 출국하려다 억류됐다. 북한 당국은 이 사안에 대해 이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의 여부를 포함하여 더 이상의 자세한 내용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박 명예총장은 서울에서 열린 한 대담 자리에서 이 같이 발언했다: "그들이 억류당한 이유가 학교 내에서의 활동과는 상관없으며, 그랬더라면 학교 운동장에서라도 체포되었을 것이라고 전해 들었다. 우리는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학교 당국은 성명을 통해, 교수들에게 북한 내에서의 규칙을 숙지시킨 것 이외에 다른 학교생활은 "완벽하게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최근에 자원봉사자들 몇 사람이 계획한 대로 아무런 사고 없이 북한을 출국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유엔제재를 위반하지 않으려고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도 밝혔다: "우리는 이 사안에 대해 미국 관리들 및 다른 행정부서와 정기적으로 대화하며 학교의 학사일정을 세세하게 공유하고 있다."

이 대학의 설립자인 김진경(제임스 킴) 박사는 남한의 교회를 방문하여 모금할 때, 성도들에게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는 북한동포들과 통일을 위해 "비용을 지불할" 것을 요청했다. 이 요청은 남한의 많은 기독교인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그는 화해가 남북한의 통일을 이루어내는 유일한 길이며 기독교적 사랑이 그 일에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자본주의자가 아니다. 공산주의자도 아니다. 나는 '사랑주의자'이다"라고 즐겨 말한다.

그 효과가 드러나고 있는 것인지, 이 학교는 학생들에게 외국인들과의 접촉을 허용함으로써 몇몇 학생들의 마음을 열어주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이 학교에서 컴퓨터 공학을 가르쳤던 윌 스캇 씨는 몇몇 학생들이 미국 출신 교수들을 처음 만났을 때 "악몽을 꾸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미국을 악마화하는 교육을 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 학생들은 결국 미국 정부에 대한 증오심을 해소할 수 있었고 그들이 그곳에서 만난 미국인들을 개별 인간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스캇 씨는 소셜뉴스웹사이트인 레딧의 토론방에 이렇게 글을 올렸다: "많은 학생들이 특정 전공을 배우기 위해서라기보다 외국인들과 접촉할 기회를 얻기 위해서 그 대학을 다니고 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학생들에게 매주 토요일마다 주체사상 학습을 시키며 충성심을 강화시키고 있다.

박 명예총장이 재임시절 그 학습 때문에 학생들이 과제를 작성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불만을 표시했을 때, 북한당국자는 날선 말로 이렇게 되쏘았다고 한다: "총장 선생, 선생은 매 주일마다 교회에 가지 않습네까?"

기사출처: https://www.nytimes.com/2017/05/29/world/asia/north-korea-university-christian-evangelical.html?mwrsm

이인기 ihnklee@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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