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차흥도 목사 | 농촌목회훈련원
첫 목회를 나간 게 엊그제 같은데 '교회 밥'을 먹으며 산지가 벌써 33년이 되었다. 33년 동안 무엇을 했나 돌아보니 '농촌선교와 교회개혁운동'에 몸을 바쳤다. 2년 전인가 그동안 해온 '농촌선교와 교회개혁운동'이 얼마나 성과가 있었는가를 되돌아 본적이 있었다. 결과는 성과는커녕 더 나빠졌다는 점이다.
농촌교회는 더 어려워졌고, 교회는 더 부패하고 타락했다. 그동안 난 무엇을 했던가? '바보처럼 살았군요'라는 노래제목처럼 33년의 목회여정을 되돌아보니 난 바보처럼 산 인생이었다.
한동안은 교회의 개혁과 민주화운동을 외면했다. 왜? 농촌선교에 주력하기 위해서다. 농촌선교의 활성화를 위해서 10여 년 동안 점점 몰염치해가는 교회의 모습을 못 본체 했다. 그러다가 몇 년 전의 '감리교사태'에 나서는 이가 없어 할 수 없이 나섰다.
그리고 개혁특위에 참여도 했고, 감독회장 선거에도 한발을 들여놓기도 하였다. 내가 외면했던 10여 년 동안 감리교의 양심적인 개혁그룹은 뿔뿔이 흩어졌다. 능력 있는 선배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걸었다.
후배들을 챙기지 않은 채.각기 서클과 학연에 몸을 실었다. 권력과 명예를 위하여 그렇게 각자도생하는 시간에 양심적인 그룹은 사라졌고 무력증과 패배감이 우리들 사이에 팽배해졌다.
교회의 양극화는 너무 심하다. 같은 목사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목사는 귀족처럼 살아가고 어느 목사는 노예처럼 살아가고 있다. 어느 목사는 연봉이 억대가 넘어가는데 어느 목사는 한 달에 몇 십 만 원으로 살아야 한다.
연결주의에 기초한 감리교회는 목회자의 생활을 보장하는 파송제를 택하고 있음에도 이제는 노골적으로 '네가 벌어 네가 살라' 한다. 전에는 사회운동을 하는 우리에게 선배들이 '목회에 전념하라'는 충고를 하였는데 지금은 먹고 살기 위해서 다른 직업을 같이 가지라 한다.
목사는 다 같은 목사다. 그런데도 지금 감리교회의 목회자 세계에는 계급(?)이 존재한다. 천민자본주의 시대에, 지독한 개인주의 사회에 교회는 이를 치유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편승하여 이 자본주의를 만끽하며 개교회주의에 천착하고 있다.
학연의 골은 얼마나 심한가? 단지 출신 학교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얼마나 더 갈라져야 하는가? 우리사회의 막힌 담들을 허물고 평화의 나라를 만들어야 할 우리가 그럴 자격이 있는가?
이제 시간이 별로 없다. 더 이상 이대로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공교회성을 회복하지 않으면 하나님의 심판을 막을 수 없다. 개교회주의를 넘어서서 감리교회의 연결주의를 회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부끄러움을 느낀 감리교회의 양심적인 목회자들이 먼저 모여야 한다. 보수건 진보이건 간에 이런 대의에 동참할 수 있다면 모두 모여야 한다. 이제까지의 삶이 어찌했던 건 간에 보다 건강하고 보다 새로운 감리교회를 만들고자 하는데 뜻을 같이 하고자 한다면 함께 가야 한다.
감리교회에 새로운 운동이 일어 날 때가 되었다. 이제 이같은 하나님의 부름에 '새물결'이 응답하고자 한다. 감리교회를 새롭게 하시고자 하는 이 길에 우리 모두 한 알의 밀알이 되자.
본 기고문은 (가)감리회목회자모임이 '새물결' 창립대회를 앞두고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단체에 참여하고 있는 차흥도 목사의 기고글을 보내와 이를 게재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