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서광선 (이화여대 명예교수)
[편집자 주] 운산 김관석 목사의 평전 『자유를 위한 투쟁』 출판기념회가 6월22일(목) 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서광선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축사를 했다. 축사는 김관석 목사의 생애와 고인이 투신한 기독교민주화 운동의 의의를 응축해서 전달함으로써 참석자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이에 본지는 서 교수의 동의를 얻어 축사의 전문을 전재한다.
오늘 우리 김관석 목사님의 책 출판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이 자리, 김관석 목사님과 함께 한 기독교 민주화운동 동지들이 모인 이 귀한 자리에, 텅 빈 자리들이 눈에 띄는 것, 어쩔 수 없습니다. 김재준 목사님, 문익환 목사님, 박형규 목사님, 서남동 목사님, 안병무 박사님, 현영학 선생님, 강문규 선생, 오재식 선생, 나병식, 이우정 선생님, 박영숙 선생님, 이문영 교수님, 조요한 총장님, 노명식 교수님, 그리고 홍근수 목사님... (여러분 가운데 김관석 목사님과 함께 기억하고 싶으신 분이 있으시면 지금 호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함께 기억하고 싶어서요.)
감사합니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까지만 해도, 누구 흉내를 내면서, 내가 이러려고, 박정희에 이어 그 딸 박근혜 꼴까지 보려고 이렇게 오래 살았나라며, 한숨과 눈물을 머금고 광화문 광장의 촛불, 그 찬란한 불빛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정말 이런 꼴 보지 않고 먼저들 가신 것, 너무도 부럽다고까지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김관석 목사님, 그렇게도 눈물로 기도하시던 소원, 감옥에서, 재판장에서 민주주의를 위해서 투쟁하시던 그 간절한 희망과 비전이 지금 우리 앞에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 살고 볼 거다. 내 살아생전에 광장의 민중이 진짜 민주주의를 하겠다는 대통령을 뽑고 당당하게 역사의 주체가 되는 천지개벽의 변화를 눈앞에 보고 있습니다. 미안합니다. 오래 살고볼 일입니다. 그래서 먼저 가신 김관석 목사님과, 목사님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군사독재, 분단한국, 헬 조선을 뒤로 하신 선배님들, 동지들이 간절히 그리워집니다. 선배님들이 계셨기에, 김관석 목사님이 묵묵한 카리스마로 조용하게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투쟁하셨기에, 오늘이 있습니다. 김관석 목사님이 신앙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 그리고 선교의 자유를 위해서 싸우셨기에, 지금 우리가 이 자리에 편하게 마음 놓고 자유롭게 모여 앉아서 목사님의 삶과 투쟁을 책으로 출판하고 마음 놓고 축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목요일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경찰과 정보원들의 감시와 방해까지 받아가며 이 자리에 모여서 우리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최루탄에 맞아 죽어가는 사랑하는 아들딸들, 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가며 소리 내어 절규했습니다: "하나님, 언제까지입니까?" "저희들의 죄를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그리고 민주주의를 외쳤다고 남산 정보부 지하실에서 보안사 군인들에게 죽도록 고문당하는 학생들과 KSCF 학생들을 위해서 우리는 소리 질렀습니다: "하나님, 어디 계십니까?" "보안사 지하실에 우리 청년들과 함께 하십니까?" 엘리 엘리 라마사박다니 하고 부르짖은 십자가 위의 젊은 예수님의 피 흘리는 모습을 우리는 이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보았습니다.
그렇게 눈물을 흘리면서도 우리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죽음의 세력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보고 믿고, 창으로 찢긴, 상한 몸의 옆구리의 상처를 만져 보면서 우리는 웃었습니다. 결국 승리는 우리의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김관석 목사님의 이야기를 두 권의 성경책 옆에 열어 놓고 읽게 되었습니다. 김관석 목사님의 이야기는 한국의 현대사입니다. 김관석 목사님의 이야기는 목사님의 시대의 젊은이들이 일제하에서 무슨 꿈을 꾸었고 어떤 고생을 했으며, 그 고난의 역사 속에서 어떻게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살았고 일하고 투쟁해 왔는가를 보여주는 투쟁의 역사입니다. 포악한 군사 독재에 저항해서 하나님의 정의와 예수님이 부르짖은 하나님의 나라의 비전을 가지고 민주화 운동과 인권운동에 투신한 하나님의 나라 정치 운동의 역사, 한국 기독교 에큐메니칼 정치 행동과 정치신학의 역사입니다. 이 책은 김관석 목사님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우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역사, 자유를 위한 투쟁사이며 정치사입니다.
나아가서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한 신앙인이 어떻게 성서를 읽고 가르치고 성서에 기록된 대로, 성서의 교훈대로 살았는가 하는 이야기를 성서와 함께 읽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성서에 기록된 대로, 예수님이 사신 것처럼 인생을 하나님나라를 위해서, 하나님나라 건설을 위해서 일한 그 역사적 기록을 간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이 가신 길을 따라 김관석 목사님이 가신 길을 따라 갈 것입니다 이 책은 그 길의 길잡이이고 우리 모두는 예수님과 김관석 목사님의 길동무입니다.
마지막으로 5년 동안이나 발로 뛰면서, 한국이 나은 예언자, 하나님 나라를 갈망한 한 인간의 고뇌와 신앙과 희망과 사랑을 정성으로 기록해 주신 김흥수 교수님에게 감사와 축하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 책을 들고 읽기 시작하면 놓을 수가 없습니다. 여기 우리들의 이야기, 낯익은 이야기들, 우리가 함께 분노하고 함께 눈물 흘리고 투쟁했던 이야기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김관석 목사님 이야기만이 아니라 우리들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특별히 감동적인 것은 이 책을 쓰시기 위해서 김흥수 교수님은 김관석 목사님이 고생하셨던 일본 땅, 일본 도시와 시골을 찾아다니면서 김관석 목사님의 젊었을 때 모습을 낱낱이 보여주셨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완성하시는데 5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김흥수 교수님,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출판해주신 대한기독교서회 서진한 회장님과 편집진의 노고에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