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국세청은 종교인 소득 신고서식을 확정하고 전산 시스템 구축 등 신고지원 인프라를 준비했다"
한상희 국세청장 후보자가 25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요구자료에서 종교인과세와 관련해 밝힌 입장이다. 한 후보자는 "기획재정부와 함께 종교계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개최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납세절차 안내 등을 통해 종교단체 및 종교인의 신고·납부에 지장이 없도록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종교인과세와 관련,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 "철저한 준비 없이 내년부터 시행한다면 큰 갈등이 올 수 있다"며 논란을 일으킨 점을 감안해 보면 한 후보자의 발언은 주목할만 하다.
이에 앞서 24일 오후 SBS TV 시사고발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귀신 쫓는 목사님, 의혹의 X파일'편은 성락교회 김기동 원로목사의 성범죄 의혹 및 교회 재정의 방만 운용 등을 집중 검증했다. 김 목사의 성범죄를 기록한 이른바 ‘X파일'의 내용은 경악스럽다. 이 점에 대해서는 복수의 매체에서 경쟁적으로 다뤘으니 더 언급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성도들이 낸 헌금을 제 멋대로 사용한 점은 결코 묵과할 수 없다. 김 목사는 강단에서 버젓이 한 푼의 사례비도 받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것이 알고싶다>의 취재결과 김 목사는 매월 5,400만원의 사례비를 받아왔다. 뿐만 아니라, 교회 공금을 월 7.2%의 이자율로 굴려 매월 3,600만원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아들 목사와 며느리 명의로 수십억 대의 부동산도 사들였다.
성도들 헌금이 목사들 쌈짓돈인가?
김 목사가 매월 거둬들이는 수입은 봉급 생활자들에겐 그야말로 언감생심이다. 더구나 교회 공금을 사채놀이에 활용했다는 대목에서는 할 말을 잃는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같은 행태는 한국교회엔 흔하디 흔한 일이다. 올해 1월 서울 동부지법은 김삼환 명성교회 목사의 8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을 사실상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었다.
성도들이 피땀 흘려 드린 헌금을 목회자가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이용한 데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먼저 목회자의 탐욕이다. 불투명한 교회 재정은 목회자의 탐욕을 더욱 부추긴다. 목회자와 그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재정담당 직분자(대개는 장로)만이 교회의 재무재표에 접근할 수 있는게 대다수 교회들의 현실이다. 그리고 이 같은 관행은 따지고 보면 목회자 소득에 과세하지 않는 현행 제도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사실 종교인과세가 시행된다고 해서 세부담이 가중되는 건 아니다. 고용부에 따르면 승려의 연평균 소득은 2051만원, 목사는 2855만원, 신부는 1702만원, 수녀는 1224만원 수준이다. 소득만 놓고 보면 과세 대상은 많지 않다. 기획재정부는 과세대상이 전체 종교인의 20%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상희 후보자도 인사청문 자료에서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종교인 평균임금에 따르면 대다수가 면세점 이하로 실제 세 부담은 적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종교인과세를 시행하면 장점이 더 많다. 먼저 교회 재정의 불투명 관행을 타파하는데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 또 저소득층 목회자의 경우 세무당국에 소득신고를 하면 금융권으로부터 자금대출이 가능하고, 정부로부터 복지 수혜를 받을 수도 있다. 개척교회에서 목회 사역을 감당하며 근근이 생계를 꾸려나가는 상당수 목회자들에게 종교인과세는 반길 일이다.
이제 성추문, 공금 횡령 등 온갖 비리가 난무하는 교회에 자율성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성락교회 김기동 목사의 사례가 단적인 사례다. 교회는 사회법과 상식의 지배하에 놓여야 한다. 종교인과세가 그 중 하나다. 자정 기능을 잃은 기독교계는 침묵하고, 세상의 상식에 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