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요한복음 강해](4) 참 예배에 대하여

본 글은 본지 자문위원인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가 지난해 9월 [수유너머R]에서 진행한 요한복음 강해 네 번째 원고입니다. 본 글은 김경재 교수의 숨밭 아카이브에 실린 글입니다. 이번 강해에서 김 교수는 요한복음 4장 1~26절을 본문으로 예수와 사마리아 여인과의 샘가에서의 대화를 통해 영과 진리에 안에서의 참된 예배의 본질을 밝혔습니다.- 편집자주

오늘의 주제: 참 예배, 영광 진리 안에서, en pneuma kai aletheia

-요한복음 4장 : 1절-26절, 예수와 사마리아 여인과의 샘가에서의 대화-

[1] 들어가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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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베리타스 DB)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본지 자문위원)

① 오늘의 주제는 참 예배란 무엇인가? 어떻게, 어떤 자세로 드리는 것인가?의 문제이다. 지구상에 출현한 종교들을 유형적으로 세가지 범주로서 대별하면 다음같다.

*인도계 깨달음의 종교 .....브라만교, 자이나교, 불교 .....범아일여(梵我一如), 해탈의 종교

*중국계 자아완성의 종교 .... 유교, 노장사상, 선도(仙道)...극기복례(聖人), 자연일치(道人)

*셈족계 예언자의 종교 ....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초자연적 인격신 경배, 래세

② 세 범주의 종교특징중 예배를 가장 강조하는 종교가 셈족계 종교이지만, 불교나 힌두교에서 예불(禮佛)과 신들의 경배가 있고, 중국종교에서도 상제제사(上帝祭祀)는 군왕의 최고 중요한 임무요, 평민들도 제사가 중요했다. 욧점은 종교에서 '예배'는 본질적 요소라는 점이다.

③ 그러나, 예배해서는 않되는 대상을 예배하는 것은 인간을 비인간화시키는 것이며, 비신격화(非神格化)되어야 마땅한 축적된 종교전통과 권위, 사이비 이념과 성직주의, 종교의례 자체를 절대시하는 위기를 겪는다. 예수의 출현은 잘못된 '종교의 종언'을 의미하는 종교혁명이었다.

④ 요4:1-26에 나타난 <예수와 사마리아 여인과의 샘가에서 대화>는 종교에서 핵심인 '예배'의 본질을 밝히고, 종교전통에 사로잡혀 도리혀 인간을 비인간화시키는 당시 유대교와 경직된 종교현상 전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는 매우 중요한 담론자료가 된다. 함석헌은 오늘의 짧은 성경구절(요4:1-26)이 신약성경의 최고경지의 진리담론이라고 평가했다.

[2] 본문 강해

①요 4: 1-2. 예수께서 제자를 삼고 세례를 베푸시는 것이 요한보다 많다 하는 말을 바리새인들이 들은 줄을 주께서 아신지라, (예수께서 친히 세례를 베푼 것이 아니요 제자들이 베푼것이라)

◈ 새로운 종교개혁운동으로서의 세례요한 공동체, 전통 유대교 권위를 대표하는 바리새인집단, 그리고 초기 예수제자운동체 간에 긴장과 갈등이 있음을 암시한다. 예수는 그러한 불필요하고 비본질적인 경쟁을 피하려고 잠시 북방 갈릴리지역으로 제자들을 데리고 퇴수(退修)하려 하였다.

②요4:3-6. 유대를 떠나사 다시 갈릴리로 가실새 사마리아를 통과하여야 하겠는지라, 사마리아에 있는 수가라하는 동네에 이르시니 야곱이 그 아들 요셉에게 준 땅이 가깝고 거기 또 '야곱의 우물'이 있더라.

◈ 예수당시 유대인과 사마리아인들 사이의 불화감정이 전제되어 있다. 고대 이스라엘 역사의 희생자로서 뿌리가 같은 아브라함-이삭-야곱을 공동 조상으로 갖는 유대와 사마리아 지역민의 지역감정, 문화적대감, 경제사회적 분리주의는 극심했던 상황이었다. 사마리아도시를 중심한 지역전체가 BC. 722년 당시 앗시리아 제국에 의해 점령당했고 제국의 이민정책과 혈통교혼정책에 의하여 사마리아인을은 유대순전파 눈에는 혈통이나 종교적-문화적으로 이방인, 이교적 집단이 되었다. 예루살렘 성전재건에 참여를 허락하지 않았다. 동일 민족집단간에 생긴 적대감정은 극에 달해 있었다.

◈ 예수의 새종교운동은 인종차별, 성차별, 지역차별, 민족차별, 신분차별의 담을 헐어버리는 '사해동포주의'(四海同胞主義,cosmopolitanism)였다. 본문 성경구절과 다른 공관복음서에서 사마리아인의 인권과 선행의 강조가 두드리지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예,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 루가복음 10장 25절 - 37절)

◈ <수가 동네의 야곱의 우물>은 지명과 유명한 샘에 연결된 오랜 전승을 말한다. 동시에 <물, 생수, 영생하는 생명의 물>등 종교적 상징으로 점진적으로 이야기가 심화 확장되어 간다. <수가>라는 동네는 현대 팔레스타인의 <아스카르>와 같은 지역이라고 본다. 탈무드엔 수카르(suchar), 시카르(sichar) 마을 이름이 나온다. <수가>마을은 세겜에 가까운 마을이었고 야곱과 요셉설화가(창48:22) 오랜세월 전승되어 오는 곳이다. <야곱의 우물>은 곧 이스라엘-유대민족의 자부심이자 상징이었다.

③요4: 6b-9. 예수께서 길 가시다가 피곤하여 우물곁에 그대로 앉으시니 때가 육시쯤 되더라. 사마리아 여자 한 사람이 물을 길으러 왔으매, 예수께서 물을 좀 달라 하시니 이는 제자들이 먹을 것을 사러 그 동네에 들어갔음이러라. 사마리아 여자가 이르되 당신은 유대인으로서 어찌하여 사마리아 여자인 나에게 물을 달라하나이까 하니, 이는 유대인이 사마리아인과 상종하지 아니함이러라.

◈ 요한복음 저자는 예수를 초인으로 묘사하지 않고 <피곤함을 느끼는 > 인간예수임을 강접적으로 암시하려한다. 고대신화론적 구원주신앙 도케티즘(Docetism)을 경계하려 함이다.

◈ 제6시는 당시 유대인의 시간계산법에 의하면 낮 열두시(정오)이다. 일반적으로 뜨거운 낮 12시는 집안과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다. 남들이 휴식을 취하는 시간에 물을 길르러 오지 않으면 않되는 사정에 처해있는 '사마리아 여인'의 사회적 신분을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 갈증을 느낀 예수가 물을 요청하는 이야기로부터 두 사람의 대화가 시작된다. 사마리아 여인은 경계심과 적대감을 나타낸다. <유대인이면서 남자신분인 당신이, 어떻게 평소에 멸시하는 사마리아 여인에게 물을 청하냐?>는 것이다. 예수제자들은 먹을 것을 구하러 마을안으로 들어가고 샘터엔 두사람 이외엔 아무도 없었다.

④ 요4: 10-12.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네가 만일 하나님의 선물과 또 네게 물좀 달라하는 이가 누구인줄 알았더라면 네가 그에게 구하였을 것이요 그가 생수를 네게 주었으리라. 여자가 이르되, 주여 물 길을 그릇도 없고 이 우물은 깊은데 어디서 당신이 그 생수를 얻겠사옵나이까? 우리조상 야곱이 이 우물을 우리에게 주셨고 또 여기서 자기와 자기 아들들과 짐승이 다 마셨는데 당신이 야곱보다 더 크니이까?

◈ 그리스도교 초기운동사 설화에서 예수와 사마리아 여인과의 만남과 대화를 불교발생 초기운동사에서 고행중에 피곤함과 자포자기에 빠질번했던 고다마 싣달다를 우유죽을 공양함으로서 살려낸 <처녀 수지타>의 선행과 비교하는 건은 무리지만, 물과 우유죽은 통한다.

◈ <생수>는 신선한 흐르는 물로서 생명을 창조하고 유지시키는 물을 의미한다. 상징적으로 샘에서 솟아나는 물은 궁극적으로 은혜와 성령을 상징하기도 한다. 여인은 <야곱의 우물> 곧 야곱으로부터 전해오는 전통과 종교를 지키며 자부심을 갖는다. "당신이 야곱보다 더 크니이까?"라는 질문은 예수의 새로운 생명운동이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결코 이스라엘 전통의 종교를 능가 할 수 없다는 간접적 선언이다.

⑤ 요4: 13-15.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이 물을 마시는 자마다 다시 목마르려니와,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내가 주는 물은 그 속에서 영원히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 여자가 이르되 주여 그런 물을 내게주사 목마르지도 않고 또 여기 물 길으러 오지도 않게 하옵소서.

◈ 예수로부터 받는 물, 새로운 생수의 특징은 두가지라고 요한은 강조하다. 첫째, 한번 마시면 다시 목마르지 않는다는 것. 둘째, 마신자의 생명 중심 속에서 솟아나는 샘물이 된다는 것. 진정한 종교의 특징은 제사행위나 전례 혹은 교리공부 행위를 반복함으로서 인간의 근원적 갈증을 수시로 해갈하는 '갈증해소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더 적극적으로 스스로의 생명안에서 진리의 생수가 솟아나는 것과 닮은 진리의 자증성을 감득하게 된다.

◈ 여인은 예수의 높은 영적 정신적 의미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했다. 사실적인 실증적인 '현실욕망 충족의 종교가능을 하는 기적같은 물'을 자기에게도 달라고 요청했다.

⑥요4:16-19. 이르시되 네 남편을 불러오라. 여자가 대답하여 이르되 나는 남편이 없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가 남편이 없다 하는 말이 옳도다. 너에게 남편 다섯이 있었고, 지금 있는 자도 네 남편이 아니니 네 말이 참되도다. 여자가 이르되 내가 보니 선지로소이다.

◈ 남편 다섯은 이 여인의 고달픈 인생여정을 밝히는 주막집을 경영하는 동안의 <기둥서방들>일수도 있고, 현재살고 있는 자도 정식 남편이라 할수 없다는 말이다. 남편이 여인과의 관계에서 <진정한 남편>이 아니듯이 사마리아 종교사속에 등장했던 거짓종교신들, 더 나아가서 모세오경을 상징할 수도 있다. 그것은 불완전의 상징이요, 임시 방편의 상징이다.

◈ 여인은 자기의 과거를 환하게 꿰뜷어보는 영험자 앞에서 결국 자기주장과 고집을 꺽고만다. 대부분 사람들은 '영험한 영통자들의 말'에 굴복하지만, 영통술은 참 영성이 아니다.

⑦요4:20-26. 우리조상들은 이 산에서 예배하였는데 당신들은 예배할 곳이 예루살렘에 있다 하더이다.예수께서 이르시되 여자여 내 말을 믿으라 이 산에서도 말고 예루살렘에서도 말고 너희가 아버지께 예배할 때가 이르리라..... 하나님은 영이시니 예배하는 자가 <영과 진리로>(en pneuma kai aletheia, In Spirit and Truth)예배할 지니라.

◈ 예수로 대표되는 초대그리스도교 신앙 공동체는 특정한 장소와 종교전통에 사로잡혔던 종교사 시대가 끝났다고 선언한것이다. 제도종교는 전통을 신성시하고 성별하지만, 복음은 일체의 장소와 건물을 비신성화 한다. <장소나 전통>이 중요하지 않다.

◈ 진정한 예배는, 종교적 경건은 각 사람의 마음의 지성소에서 <영과 진리로> 예배하는 것만이 중요하다. <영과 진리로>는 <영과 진리 안에서>이다. <영>은 하나님의 현존, 은혜의 현존, 밝히고 자유케하는 진리현실성을 말한다. <진리>는 참, 진실, 거짓이 없는것, 진솔한 마음자세를 의미한다. 거창한 종교의식, 휘황찬란한 종교가람, 일체의 객관적 신성한 전통물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예수의 복음운동은 종교혁명, 종교파괴로 이해될 수 있으며, 복음은 일체의 <종교의 무거운 멍에로부터 해방>을 의미하기도 하였다.

◈ 돌로지은 성전이 아니라 '네 몸'이 성전이라고 선언한다. 제사행위 속에서 제물과 의례가 중요하지 않고 '너희 가운데 정의와 긍휼심을 풍성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선포한다. 수많은 사람들의 군중들의 숫자와 집단체의 위세로 신을 강요하지 못하며, 참 신은 <두 세사람이 진정으로 사귀는 인간사귀임>가운데 현존하시기를 바란다고 예수는 가르친다.

◈ 요한복음서를 남긴 예수 제자공동체는 유대인들에게, 기다리는 메시야는 이미왔고 갈릴리 예수가 그분이라고 증언한다. 유대교는 예수는 탁월한 예언자중의 하나이지만, 메시야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메시야갸 도래했다면 세상엔 악의 힘이나 부정불의가 완전 극복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고 유대인은 주장한다.

◈ 현실 속에서 종교가 존재하고 지속하려면, 제도와 조직과 건물과 성직질서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들은 콩깍지같은 기능을 위한 것이다. 콩알은 보이지 않는 신앙, 지혜, 진리다.

온라인이슈팀 newspaper@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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