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발족된 것을 계기로 "탈핵 에너지 전환에 이제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핵이 우리를 풍요롭게 한다는 말에 속아 지금껏 거짓된 풍요를 바라고 살아왔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이와 더불어 "정부가 먼저 탈핵 에너지 전환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지금 한국교회는 하나님께서 은혜로 베푸시는 재생에너지를 확대해 탈핵의 길로 나가도록"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래는 성명서의 전문이다.
탈핵 에너지 전환에 이제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
예수께서 성령으로 가득하여 요단강에서 돌아오셨다. 그리고 그는 성령에 이끌려 광야로 가셔서, 사십 일 동안 악마에게 시험을 받으셨다. 그 동안 아무것도 잡수시지 않아서, 그 기간이 다하였을 때에는 시장하셨다. 악마가 예수께 말하였다.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이 돌더러 빵이 되라고 말해 보아라." 예수께서 악마에게 대답하셨다. "성경에 기록하기를 '사람은 빵만 먹고 사는 것이 아니다' 하였다."(누가복음 4:1-4)
한국수력원자력의 발표에 따르면 핵 발전이 한국의 전력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6%이다. 고리 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한 1978년부터 지난 6월 수명이 끝나 가동정지될 때까지 핵발전소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핵발전소가 이렇게 늘어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방사능 피폭과 같은 핵발전소가 가진 잠재적 사고의 위험성 뿐 아니라 핵발전과 관련된 수많은 문제들이 시민들에게 전혀 공개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핵발전소에서 사용된 피복 등은 모조리 밀폐해서 처리해야만 하는 핵폐기물이 된다는 사실, 10만 년 동안 보관해야 하는 사용 후 핵연료를 안전하게 처리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 핵발전소에서 종종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고들, 부품의 결함과 부식, 그리고 폐로에 드는 엄청난 비용 등의 문제들이 공개되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그동안 정부는 매년 수백억 원의 예산을 들여 언론을 통해 시민들에게 핵발전소가 안전하고 깨끗하다는 가짜뉴스를 제공해왔다.
이러한 우리의 핵 발전의 현실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저버리고 바알신앙이 약속하는 거짓된 풍요에 속아 바알신앙에 빠졌던 성서 속의 이스라엘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한국 교회는 핵이 우리를 풍요롭게 한다는 말에 속아 지금껏 거짓된 풍요를 바라고 살아왔음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이제 이러한 잘못된 믿음과 결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교회가 앞장서서 생명을 살리시는 그리스도의 신앙과 양립할 수 없는 핵과의 결별을 선포해야 한다. 정부가 먼저 탈핵 에너지 전환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지금, 교회에 주어진 시대적 사명은 하나님께서 은혜로 베푸시는 재생에너지를 확대해 탈핵의 길에 앞장서는 것이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2016년에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10기의 핵발전소가 밀집되는 상황에 대한 안전성 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허가했다. 핵발전소 밀집지역 30km 반경인 부산, 울산 지역에는 380만 명이 살아가고 있지만, 이미 8개의 핵발전소에 설계수명 60년의 140만kW(킬로와트)짜리 핵발전소 2기의 건설이 추가로 허가된 것이다. 더군다나 이 지역은 경주 대지진으로 확인된 활성단층의 영향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곳이다. 애초에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계획단계에서부터 중단되어야 했던 잘못된 일이었다.
우리가 신고리 5,6호기를 건설 중단과 탈핵을 이야기하는 것은 단순히 일어날지도 모를 사고 위험 때문만은 아니다. 핵발전소 주변에서 방사성물질에 오염된 주민과 밀양을 비롯해 고압송전탑으로 고통 받는 주민들이 흘리는 눈물 앞에서, 우리는 우리의 행복을 위해 다른 이들이 눈물을 흘리는 정의의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로 인해 고통당하는 이웃들이 있다. 심지어 설계수명 60년의 핵발전소와 핵폐기물, 사용 후 핵연료의 처리 문제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들에게 우리 세대가 감당해야할 부담을 떠넘기는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회가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중단을 비롯한 탈핵을 주장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탈핵은 교회가 잘못된 현실을 바로 잡고 불의에 저항하여 에너지 정의를 세우는 일이다.
탈핵과 에너지전환 시대를 위해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
탈핵은 필연적으로 에너지전환을 수반한다. 산업화시대의 성장 중심 경제정책에는 국가주도의 전력수급계획과 국가주도의 에너지 생산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시민들은 원하지 않아도 석탄화력발전소와 핵발전소의 전기를 사용해야만 했고, 그 결과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핵폐기물 보관, 핵사고의 위험, 일상적 방사능 오염의 문제로 고민을 하게 된 것이다. 때문에 이제는 시민들이 스스로 원하는 에너지를 선택할 수 있는 에너지 민주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에너지 민주화를 이루는 길은 재생에너지의 확대로 시작된다. 핵발전소를 줄이기 위해 에너지의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과 동시에 우리는 적극적으로 더 생태적이고, 윤리적인 에너지인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모색해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쓰기에 충분한 햇볕과 바람과 물을 은혜로 베풀어주신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기술의 발전은 지역분산형 에너지인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돕고 있다. 핵발전이라는 불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에너지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이제 교회가 정부에 적극적으로 전력수급계획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의 확대를 요구하고, 나아가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보급하는 일에 동참함으로써 다시금 교회의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
핵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리라는 믿음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예수께서는 광야에서 40일을 금식하신 후 돌로 빵을 만드는 일을 권하는 악의 세력을 향해 사람이 빵으로만 살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핵발전은 돌로 빵을 만드는 일과 같다. 핵발전은 마치 풍요를 위해 하나님이 베푸신 기적으로 보였고, 놀라운 사건으로 보였지만 그것은 해서는 안 될 일이었고, 누려선 안 될 풍요였다.
이제 이 거짓의 길에서 벗어나야 한다. 돌로 빵을 만들어 먹으라고 권하는 악의 세력에게 한국 교회는 핵발전이 주는 풍요가 아니라 햇빛과 바람과 물,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로 살아간다고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탈핵 에너지 전환에 이제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
2017년 7월 25일
기독교환경운동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