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옥같은 시구(詩句)들로 문학적 관심이 끊이지 않고 찬송가 가사로도 널리 쓰이는 구약 시편은, 사실 저자도 여러명이고 저작시기도 다양해 연구가 쉽지 않다.
유윤종 박사(평택大)가 한국구약학회(회장 왕대일)가 24일 주최한 춘계학술대회에서 '시편의 최근연구 동향'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윤 박사는 “2000년도 이후 시편 연구의 방향이 점차 확대되었다”며 최근 시편연구 흐름을 5갈래로 분석, 발표했다.
유 박사는 시편연구 동향을 ▲역사비평·양식비평 ▲최종형태 연구 ▲신학으로서의 접근 ▲고대 근동과의 관계정립 ▲그 밖의 사회학적 및 해방신학적 접근 등으로 나눠 발표했다. 다음은 강연문 요약.
▲역사비평·양식비평
게르스텐베르거(Gerstenberger)는 시편을 제의 문학의 유형이라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그는 고대 근동과 이스라엘 사회에서 제의적 시의 본질과 기능을 살피면서, 개별시편을 양식 비평적으로 구조, 장르, 배경, 의도 등을 주석한다.
고울더(Goulder)는 네 권의 그의 저서에서 현대적인 학문적인 경향을 수용하면서도 전통적인 역사비평이 제기한 질문들에 대해 답하려고 시도한다. 그는 시편은 그것이 쓰인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 가장 잘 이해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시편 42편에서 150편까지, 시편의 표제뿐만 아니라 시편의 나열 순서에 근거해 분류한 다음 연대문제를 찾으려 노력한다.
▲최종형태 연구
제럴드 윌슨(Gerald H. Wilson)은 학위논문으로 「히브리 시편의 편집」을 연구했다. 그에 따르면 150편의 시편 내에는 전체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증거가 있다. 이 과정으로 얻은 통일성은 단절된 항목을 편리하게 조합하다 보니 어쩌다가 우연히 형식적인 순서로 나열된 것이 아니라, 목적을 가진, 편집적인 조직의 결과로 현재의 최종적인 형태를 띤 것이다.
그는 편집활동이 명백한 수집물 사이의 이음새를 면밀히 관찰하여, 최종 편집자들이 150편의 시편을 나열시키는 데 사용한 편집 기술을 설명하고자 한다. 또 윌슨은 면밀한 분석을 통하여 현재의 시편 순서는 우연히 놓인 것이 아니라, 의도적인 편집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신학으로서의 접근
시편신학이라는 주제는 광범위하기 때문에 종합화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내용도 인간이 기도하고 찬양하는 내용이기에 오경이나 예언서처럼 계시적 성격이 아니다. 따라서 신학적 성격은 약할 수밖에 없다.
크라우스의 시편신학은 시편 신학에 대한 전통적인 방법론을 보여준다. 시편 신학이란 시편을 부르고 기도했던 사람들의 ‘케리그마적인 의도’라고 본다. 따라서 크라우스는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들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주요 주제를 추적한다.
부르그만 (Brueggemann)은 그의 책, 「시편의 메시지」에서 폴 리코르 (Paul Ricoeur)의 심리학적 분류를 빌려와 시편을 인간 경험의 현실의 형태와 관련시켜 세 단계로 분류했다. 첫번째 단계는 모든 것이 안정되고 질서 정연한 상태로 적응, 두번째 단계는 방향상실 (disorientation), 세번째 단계는 재적응 단계(reorientation)다.
맥칸 역시 시편 신학에 합류한다. 그는 시편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토라’로 설정한다. 이 경우의 ‘토라’는 모세오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가르침, 교훈’을 의미하는 일반명사로서의 ‘토라’ (시편 1, 19, 119)이다. 그에게 있어서 시편의 ‘하나님의 통치’ 즉 왕조시편(시편 2, 95, 96)은 토라와 결합되어 나타난다.
메이스는 시편에 나타난 가장 중요한 개념을 “야웨께서 통치하신다”에 둔다. 그는 토라 역시 “야웨께서 통치하신다”의 주제와 연결시킨다. 이때의 토라는 모세오경이 아니라, ‘가르침, 교훈’을 의미하는 일반명사로 본다. 즉 시편은 다윗을 통하여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야웨께서 통치하신다”는 교훈을 가르친다고 주장한다.
메이스의 제자인 크리치 (Creach)는 시편의 주제를 ‘피난하다’ 라는 단어로서 전체 시편을 이해하려고 시도한다. 시편 2:12에 처음 등장하는 이 단어는 대부분의 시편에 발견되며, 시편의 단락단락 마다 배치되어 전체 시편의 구조를 풀어내는 암호역할을 한다고 본다.
▲고대 근동과의 관계정립
19세기에 시작된 고고학적 발굴의 결과, 성서의 수많은 텍스트는 문화적 진공 상태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이집트, 가나안, 메소포타미아 등의 고대 근동 지역과 활발한 교류 가운데 영향을 주고받으며 탄생한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시편도 예외가 아니다. 시편은 고대 근동 지역의 음악 및 시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하면서 탄생한 것이다.
이집트와 시편의 관계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것은 시편 104편이다.
▲그 밖의 사회학적 및 해방신학적 접근
플레인즈는 시편의 해방적이며 사회구원적인 성격을 강조시켜 다뤘다. 그는 사회정치적인 주제인 정의, 자비, 희망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시편의 양식비평적 시도를 하고, 그 시편에 대해 자신의 해석을 내세우면서 현대적 상황에 적응시켜려 노력한다.
라이드는 시편을 다문화적인 관점에서 가난한자와 이방인이 주변인이 되는 현상을 다룬다. 그는 소외된 자들에게 시편이 얼마나 매력있는 책인지를 제 3세계의 관점에서 빌어와 이해하고, 현대사회에 주는 의미를 제공해 준다.
터커 (Tucker)는 시편 2-89편에 나타난 가난한 자들의 언어를 분석한 후 시편은 민주화된 왕권의 발전에 핵심적 개념이며 그 사상은 이사야 55장과 연결 된다고 주장한다. 즉 시편 89편은 민주화된 왕권을 통한 이스라엘 사회의 갱신을 요구한다고 보았다.
부르그만 또한 사회학적 방법론으로 시편을 읽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는 하나님에 대한 찬양은 믿음의 삶에 기초하며, 찬양은 반드시 ‘여기 그리고 지금,’ 즉 현실적 삶에 견고히 뿌리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