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9일 북한의 ICBM발사 직후 왜관 주한미군 기지에 보관 중인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를 지시하면서 배치 지역인 경북 성주와 김천 지역 주민들, 그리고 원불교계가 다시 술렁이고 있다.
먼저 원불교성지수호비상대책위,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 원불교사회개벽재가교도단,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원불교인권위원회, 원불교환경연대, 사단법인 평화의친구들,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사드 철회를 위한) 종교인평화연대'는 즉각 성명을 내고 문 대통령의 결정을 "주변국가들의 불신과 갈등을 조장하고 심화시키는 대단히 사려 깊지 못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종교인평화연대는 이어 문 대통령의 결정 수용 불가입장을 밝혔다. 아래는 종교인평화연대가 발표한 성명 중 일부다.
"우리는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가, 작년 7월 8일 사드 한국 배치 결정 발표 당시 문서 한 장 없이 한미 소장급 장성의 구두합의로 결정된 것에 대한 유효성 시비와 이후 불법으로 강행된 성주 사드 배치 과정에서 발생한 주권침해 사안들을 바로잡아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 그러하기에 오늘 새벽 북한 미사일 방어와 연동시켜 전격 발표한 "사드 잔여 발사대 4기 추가 배치"라는 문 대통령의 결정은 납득하기도 어렵고, 받아들이기도 힘들다."
31일 오전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회 소속 주민 약 60여 명은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사드 배치 결정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청운동 주민센터 들머리에서 주민들의 접근을 막았다. 주민들이 경찰에 도로 개방을 요구하면서 경찰과 주민 사이에 충돌이 불거졌다. 주민들은 "청와대 앞을 개방하겠다더니, 필요한 때만 개방하냐", "주민들의 자유로운 의사표시를 왜 막느냐, 박근혜 전 정권과 다를게 뭐냐"며 경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기자회견은 예정된 장소에서 열리지 못하고 청운동 치안센터 앞 도로에서 열렸다.
새 정부, 안보 콤플렉스 있지 않나
성주 소성리 이석주 이장은 "현재 배치된 사드 불법이다"며 "사드 추가 반입 결코 용납할 수 없다.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도로 위에서 사드 막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불교 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인 김선명 교무는 문 대통령의 공약 위반을 지적하고 나섰다. 김 교무의 말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 해 10월 사드를 군사적 효용성이 검증되지 않은 무기라고 했고, 4월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 말했다. 그리고 일반환경영향평가를 한다고 했을 때 우리는 (사드 배치를) 원점 재검토하고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를 이유로 이 모든 과정을 생략하고 임시라는 이름으로 4기 발사대 추가 배치를 포함한 협의 지시를 내렸다. 촛불 대통령이 누구의 이름으로, 누구의 마음을 모아 그런 협의를 지시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대책위는 항의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회견에 참석한 원불교 A교무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일단 북한의 안보위협에 적절하게 대처해야 하는 건 맞지만, 사드가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사드와 북한 핵-미사일 사이에 아무런 연관성이 없지 않은가? 아무래도 현 정부가 안보에 콤플렉스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성주 소성리 주민들은 문재인 정부에게 뒤통수를 얻어 맞은 것 같다고 했다."
A 교무의 말 처럼 사드 배치 지역 주민들과 원불교 교무들은 문재인 정부가 당초 약속을 어기고 추가 사드 배치를 결정한 데 강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당초 예정했던 청와대 앞 기자회견이 경찰로부터 제지 당하면서 이들의 감정은 더욱 격앙되는 양상이다. 마침 문 대통령은 이날 휴가를 떠났다. 주민들은 "박근혜 전 정권 때랑 별반 달라진 것 같지 않다"고 탄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