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요한복음 강해](6) 생명의 떡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본지 자문위원)

본 글은 본지 자문위원인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가 지난해 9월 [수유너머R]에서 진행한 요한복음 강해 여섯 번째 원고입니다. 해당글에서 김 교수는 요한복음 6장을 중심으로 '생명의 떡'으로 오신 예수의 육화의 비밀을 오병이어 기적 사건에 잇대어 밝혀냈다. 본 글은 김경재 교수의 숨밭 아카이브에 실린 글입니다. - 편집자주 

오늘의 주제: 생명의 떡-"내가 곧 생명의 떡이다"(요6:48)

[1] 들어가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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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 지유석 기자)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본지 자문위원)

① 요한복음 제6장의 주제는 사람의 생존에 필수부가결인 '먹는 것' 곧 양식(떡, 밥, 고기,음료)등을 상징으로 하여 예수가 "영원한 생명을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생명의 떡"임을 증언하려는 것이다.

② 제6장의 내용은 읽는 자들에게 '거리낌'(스칸달론,scandalon)을 주며, '역설'( 逆說,paradox)로서 다가오기 때문에 예수당시 청중에게나 21세기 우리들에게나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여기에 그리스도교가 다른 여타 세계종교들과 구별되는 종교로서의 독특한 특징이 드러나고 있다.

[2] 예수의 메시야적 권위는 어디에 근거하는가? 존재(being)가 행위(doing)를 낳는가 아니면 행위가 존재를 결정하는가?

① 신약성경 전체는 한가지점에서 공통목적을 지닌다. 그것은 나사렛 예수, 갈릴리 예수, 그들가운데서 33년 살고간 역사적 예수가 메시야(그리스도, 구세주, 세상을 구원하는자)라는 고백적 주장이요 증언이다. 왜 그런 고백과 증언을 하는가? 그에 증언의 신앙적 담론을 학문적으로 <그리스도론>이라고 부른다. ② 초대 교회 공동체안에 크게보면 두가지 흐름이 있었다.

(A) 아래서 위로 그리스도론 : 유대계 그리스도인들의 입장은 영-그리스도론(pneuma-christology)을 선호하였다

* 대표적 증언은 베드로의 처음설교(첫 케류그마, 사도행전 2:22-36)에 나타난다.

역사적 인간예수가 하나님의 영에 충만한 능력을 받아 각종 선한일을 행했고 그를 메시야로 삼아세웠다.

* 영 그리스도론의 입장의 증언 : 내게는 요한의 증거보다 더 큰 증거가 있으니, 아버지께서 내게주사 이루게하시는 역사(役事) 곧 내가하는 그 역사(役事)가,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을 나를 위하여 증언하는 것이요(요5:37절)

(B) 위에서 아래로 그리스도론 : 헬라계 그리스도인들의 입장은 로고스-그리스도론(Logos christology)을 선호하였다.

* 대표적 증언은 빌립보서2장에 나타난 '그리스도찬가'이다. "예수 그는 근본 하나님가 같은 본체이셨으나, 자기를 비워 사람같이 되셨고, 고난받고 죽으시고 부활하셔서 구세주로 높임을 받게되었다.

③ 요한 복음 5장에서 증언하는 요한신앙공동체 입장은 무엇인가? 로고스 그리스도론을 기본입장으로 바탕에 지니면서도 영그리스도론을 동시에 통섭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로고스 그리스도론의 입장의 증언: 아들이 아버지께서 하시는 일을 보지 않고는 아무것도 스스로 할수 었나니(5:19절) / 내 말을 듣고 또 나 보내심 이를 믿는 자는 영생을 었었고...(5:24절) / 나는 나의 뜻대로 하려하지 않고 나를 보내신 이의 뜻대로 하려하므로 내 심판을 의로우니라(5:30절). 나는 내 아버지의 이름으로 왔으매 너희가 영접하지 아니하나..(5: 43절)

[3] 예수의 하나님체험의 특징과 그가 메시야가 되는 이유

① 직접적 하나님 체험:

예수에게서는 하나님(신성한 존재, the sacred)이 간접적인 믿음의 대상(the secondhand belief)이 아니라, 직접적 종교체험의 대상(firsthand religious experience)이었다. 그의 하나님 체험은 너무나 생생한 '체험적 실재'(experiential reality)였다. 그의 하나님과의 일치체험, 함께하시는 체험, 가까이 계시는 체험은 그에게 창조적 변혁의 능력을 주었고 세상을 세롭게 보는 눈을 주었다. 그 체험 때문에 예수는 "아버지와 나는 하나이다"라고 말했고, 마치 하나님의 권위로 말하듯이 말했고 행동했다.

② 자기 신격화 거부:

그러나, 자기자신을 곧바로 하나님이라고(神格化)하기를 거부했고, 하나님께만 돌아가야 할 영광을 가로채거나 가리우지 않았다. 자기를 투명한 렌즈기능처럼 비우고, 하나님의 사랑과 권능이 흐르도록 도관(導管)처럼 하나님의 뜻과 하나님의 사랑의 속성을 보여주었다.

③ 참 사람, 참 하나님을 드러내심:

신약성경을 전체적 조망에서 보면 두가지를 증언하려 한다. 첫째, 예수는 인간실존의 조건을 다 갖춘 참 사람 유대인의 한 남자였다. 그는 요셉과 마리아의 아들이었고, 목수였고, 가난했고, 목말라했고, 군중과 제자의 배신을 당할 때 괴로워 했고, 빌라도 법정에서 채벌을 당할 때 고통스러워했고, 피와 물을 쏟고 십자가에서 죽었다. 둘째, 인간 예수인 그를 다르게 보인것은 그의 말씀은 권위가 있었고, 능력을 발휘하여 병자를 고쳤고, 정신이상자를 정상으로 돌아오게했고, 죄많은 여인들과 민초들을 용서했고, 오만하고 거만한 종교인들과 지식인들과 부자들을 <거룩한 분노>로서 꾸짖고 심판했다. 그의 리성은 로고스 화육체처럼 명료했고, 그의 사랑과 용서의 권능은 하나님의 뜻을 대행하듯이 당당했다.

④ 교회공의회의 교리적 표현:

그리스도교 교회의 공교회 전체주교단 회의에서는(325년 니케아회의, 451 칼케톤회의) 예수생명의 실재와 그의 일하심에 나타나는 위의 두가지 특징을 헬라적 철학개념(본질, 실체, ousia, nature, essence, substance)으로 표현하여 <예수는 인간 본성과 신의 본성을 한 생명안에 갖춘 분, Jesus as Christ, Unity of God's nature andHuman's nature)> 이라고 표현했다. 요한 복음서 제5장과 6장도 그런한 예수를 증언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4] 요한복음 증언: 예수가 '사람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가져다주는 생명의 떡'

① 오병이어(五餠二漁) 기적설화(요6:1-15) 의미:

한 아이가 내미는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고 5천명을 먹이심>의 기적설화는 <가나의 혼인잔치집에서 물로 포도주를 만드신 기적설화> 처럼 "예수의 메시야이심"을 증언하려는 '기적 이야기'로 본다. 예수의 초자연적 능력의 가능성( 포도주 만듬기적)으로 해석하거나, 아기의 헌신에 대중의 감동의 가능성(오병이어기적)으로 해석하는 합리적 해석은 신자들의 신앙취향에 따라 자유이겠지만, 강해자는 상징적 설화로 보고자 한다. 왜냐하면 성경이 증언하려는 촛점은 예수를 <요술장이>라고 증언하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궁극적 궁핍과 결함을 해결해주는 <구세주>임을 증언하려는 목적이기 때문이다.

② 요6:26-27. 내가 진실로 이르노니 너희가 나를 찾는 것은 표적을 본 까닭이 아니요, 떡을 먹고 배부른 까닭이로다. 썩을 양식을 위하여 일하지 말고 영생하도록 있는 양식을 위하여 하라.

◈ 요한복음서 저자는 , 인간의 종교추구(예수를 찾는 군중들의 동기)가 '현세적, 물질적, 가시적 욕망충족의 동기와 목적'이 되어서는 않된다는 것을 증언한다. 그것들이 인간 생존에 필수불가결인 것을 모르거나 무시해서가 아니라, 인간이 궁극적으로 찾아야하는 것은 <영생하도록 있는 양식> 곧 <영원한 생명, 참 사람됨, 불생불멸의 차원으로 승화된 생명, 진인 됨>에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인간은 고대신화가 보여주는것 처럼 <불로장생약초와 물>을 찾는 근본욕구가 있다. 그러나, 그것을 헛되게 찾는데 문제가 있다.

③ 요 6:33-39. 하나님의 떡은 하늘에서 내려 세상에 생명을 주는 것이다...나는 생명의 떡이니, 내게 오는자는 결코 주리지 아니할 터이요, 나를 믿는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라. ...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리려는 이것이니라.

◈ 요한복음 저자는 수가성 샘터에서 사마리아 여인과 예수와의 대화를 다시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게 유도한다. <야곱의 샘물>은 잠적적으로 해갈을 가능케 하지만 다시 목마르는 물이다. <유대인들이 먹은 광야의 만나> 역시 다시 배고프게 되는 양식이다. 다시 주리거나 다시 목마르지 않는 물은 <예수라는 생명과 일치, 예수 생명을 먹고 마심>으로만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한다.학자들은 이 은유가 이미 1세기 교회 예배의 '성례전'을 반영한다고 본다.

◈ 요한복음 6장은 고도의 상징적 은유를 가지고 <예수 안에 나타난 생명실재>를 바르게 조우(遭遇)할 것을 독자들에게 권한다. 단순히 예수 선생의 높은 윤리저 교훈을 배워서 <품위있는 도덕적 삶>을 사는 문제도 아니고, 예수의 영을 받아 초능력을 힙입어 인생문제를 손쉽게 해결하자는 것이 아니다. <인자의 살을 먹고, 인자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이라고 표현하는 직설법적 표현은 고대원시사회의 <카니발 종교의식>을 상기시키는 말이다. 유교제사후에도 제사상에 올린 음식을 함께 제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나누어 먹고 마시는 <음복, 飮福>도 같은 종교적 무의식의 의례(儀禮)이다.

④ 요6:56-57.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는 내 안에 거하고, 나도 그 안에 거하나니, 살아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시매 내가 아버지로 말미암아 사는 것 같이 나를 먹는 그 사람도 나로 말미암아 살리라.

◈ <먹고 마심>이라는 생명존재의 기본행동을 통해서, 기독교의 신앙은 형이상학적 관념철학의 세계나 도덕적 모범인의 삶을 본받는 '윤리종교'임을 넘어서 <하나님, 예수, 신도>가 동심원적 일치를 경험하는 '신비적 합일종교'임을 추구하는 측면이 있다. <동심원적 신비적 합일체험>은 신비체험에 강조점이 있지 않고 <새로운 존재로서의 예수생명을 자기 안에 육화하는 삶>에 있다. 요즘 용어로는 기독교 신앙의 3단계 차원을 말하는 것과 같은 요지이다. 제1단계는 <예수 닮음>의 신앙생활이다. 수도원적 절제와 청빈과 명상의 삶이다.제2단계는 <예수 따름>의 신앙생활이다. 본훼퍼가 말하는 '제자직'(Discipleship)의 감당이다. 제3단계는 <예수살이>의 신앙생활로서 신자 각자가 작은 예수가 되어 생활로서 신앙을 육화시켜가는 것이다.

◈ 결국 요한복음 14:20-21이 요한복음서 기자가 증언하려는 기독교의 비의(秘義)이고, 바울사도의 고백으로 말하면 갈라디아서 2:20절로서 압축된다. "그 날에는 내가 아버지 안에, 너희가 내 안에, 내가 너희 안에 있는 것을 너희가 알리라. 나의 계명을 지키는 자라야 나를 사랑하는 자니, 나를 사랑하는 자는 내 아버지께 사랑을 받을 것이요 나도 그를 사랑하여 그에게 나를 나타내리라"(요14:20-21). 아프리카 톤즈마을 이태석 신부의 예처럼, 진정한 수많은 참 그리스도인들은 그 비밀스런 체험으로 '세상 한복판에서 초월경험'을 산다.

온라인이슈팀 newspaper@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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