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생명살림 목회이야기(7) 충북 음성 농민교회 김재철 목사

김문선 목사(생명의 망 잇기 사무국장)

김재철
(Photo : ⓒ 김문선)
▲충북 음성 농민교회 김재철 목사

김재철 목사는 신대원 시절 목회란 가난한 자들의 이웃이 되어 함께 살아가는 것임을 깨달았다. 가난한 자가 누구인지 물었다. 그의 시선이 머문 곳은 농촌과 농민이었다. 그는 농촌에서 목회하기로 결심했고 농민교회에서 첫 목회를 시작하였다.

농민교회 5대 담임자로 부임한 김재철 목사. 벌써 16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농민교회는 그에게 첫 사역지다. 젊음의 열정과 소명, 부푼 기대를 가지고 이곳에서 첫 목회를 시작했다.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성도들의 마음은 닫혀있었고 마을 주민들의 눈총은 따가웠다. 목회자의 잦은 인사이동 때문이었다. 마을 어르신들은 김 목사를 보며 자주 물었다. "언제 떠날 껴?" 김 목사는 그들의 상처를 바라보았다. 다짐과 소명의 마음을 담아 어르신들께 답했다. "저 안 갑니다. 저 이곳에서 평생 살 겁니다."

농민교회 성도들도, 마을 주민들도 김 목사와 교회에 쉽사리 마음을 열지 않았다. 김 목사는 이들의 상처를 바라보며 교회 안의 목회보다 삶으로 살아내는 목회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사람들의 필요를 찾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장날 차량 운행'이었다. 김 목사는 노인들이 장터에 나가 장 보는 일이 쉽지 않음을 알고 차량 운행을 하기 시작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마을에 장례가 나면 함께 슬퍼했고 위로했다. 마을과 성도들을 섬기는 김 목사의 행동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었다. 그는 수년간 조용히 마을을 섬겼다.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성탄절이 되면 교회 앞에 선물을 놓고 가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김 목사는 어르신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다. 첫 목회지인 이곳에서 목사를 넘어 마을의 주민으로 함께 살고 있다.

농민교회는 1989년 개척되었다. 생명, 영성, 공동체를 모토(motto)로 농민과 함께하는 교회, 가난한 자와 함께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 힘쓰고 있다. 김 목사는 말한다. "농민 교회는 생명살림공동체입니다. 땅과 자연, 사람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삶을 지향하는 공동체입니다. 저희 교회 성도들은 생명살림의 관점에서 농사를 지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기농, 화학비료, 농약 제초제 등을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지으며 땅을 살리려는 신앙인들이 함께 예수의 길을 따르고 있습니다." 작년엔 농민교회 성도들 중 일곱 가정이 뜻을 모아 '땅이랑 영농조합'을 설립해 보다 체계적인 생명농업과 농가, 공동체를 세워가고 있다.

16년 전 김 목사가 부임했을 당시 대다수의 성도들은 노인이었다. 현재의 모습은 처음과 사뭇 다르다. 이젠 젊은 성도들이 더 많다. 5년 전부터 귀농, 귀촌의 발걸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현재 등록 가정은 열다섯 가정이다. 그중 귀농가정이 일곱이나 된다. 보기 드문 농촌교회의 성장이다. 성장 이면엔 한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김 목사의 소명과 믿음, 섬김과 자비의 헌신이 있었다.

김 목사에게 교회란 무엇일까? 김 목사는 말한다. "교회는 생명을 살리는 곳입니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삶으로 살아내는 모임이 교회입니다. 예수님처럼 낮아지는 섬김과 사랑을 통해 생명을 살리는 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곳이 교회라 생각합니다. 머리를 넘어 몸으로 살아내야 합니다. 예수 믿으세요라는 말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예수를 전하는 말 안에 삶이 배여 있는 것입니다. 농민교회와 제 자신의 삶 역시 이와 같이 되었으면 합니다."

김 목사에게 목회란 더불어 함께 걸어가는 여정으로서의 삶이다. 그의 말처럼 함께 걷는 여정은 느리다. 빨리 가는 사람도 있고 늦게 가는 사람도 있다. 모두가 함께 발걸음을 맞추기 위해선 영성과 인내, 노력과 기다림이 필요하다. 그는 말한다. "혼자 거룩해지는 것보다 함께 거룩해지는 것이 참 거룩이라 믿습니다. 함께 거룩해지기 위해 함께 걷는 것, 함께 걷기 위해 인내하고 배려하며 기다리는 것, 그 모든 것이 목회라 생각합니다."

김 목사에게 농민교회의 비전을 물었다. "거창한 것은 없습니다. 작은 등불과 같은 교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묵묵히 주어진 자리를 지키며 삶으로 살아내는 교회. 프로그램과 사업, 유행을 따라가는 교회가 아닌 예수 그리스도의 진리를 붙드는 교회. 함께할 사람들을 기다리며 누군가의 등불이 되어줄 수 있는 교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 농촌교회를 세우고 자연과 생명을 살리는 생명의 망 잇기 운동

농수산물 나눔터: www.lifenet.kr

블로그: blog.naver.com/goof_namu

페이스북 페이지: www.facebook.com/lifenet01

이인기 ihnklee@veritas.kr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16세기 칼뱅은 충분히 진화론적 사유를 하고 있었다"

이오갑 강서대 명예교수(조직신학)가 「신학논단」 제117집(2024 가을호)에 '칼뱅의 창조론과 진화론'이란 제목의 연구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정태기 영성치유집단이 가진 독특한 구조와 치유 의미 밝혀

정태기 영성치유집단을 중심으로 집단리더가 구조화된 집단상담 프로그램에서 무엇을 경험하는지를 통해 영성치유집단이 가진 독특한 구조와 치유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김학철 교수, "기독교 신앙인들이 진화론 부정하는 이유는..."

연새대 김학철 교수(신학과)가 상당수 기독교 신앙인들이 진화론을 부정하고 소위 '창조과학'을 따르는 이유로 "(진화론이)자기 신앙의 이념 혹은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아우구스티누스 사상의 모호성을 극복하는 원효의 체상용의 삼위일체론

아우구스티누스 사상과 원효의 체상용의 불교철학 사상을 비교 연구한 글이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손호현 교수(연세대 신과대학)는 얼마 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해 창조 신앙 무력화돼"

창조 신앙을 고백하는 한국교회가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신앙이 사사화 되면서 연대 책임을 물어오는 기후 위기라는 시대적 현실 앞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마가복음 묵상(2): 기독교를 능력 종교로 만들려는 번영복음

"기독교는 도덕 종교, 윤리 종교도 아니지만 능력 종교도 아님을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성령 충만한 자의 실존적 현실이 때때로 젖과 꿀이 흐르는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특별기고] 니체의 시각에서 본 "유대인 문제"에 관하여

""무신론자", "반기독자"(Antichrist)로 알려진 니체는 "유대인 문제"에 관해 놀라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유대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인? 무종교인들의 증가는 기성 종교에 또 다른 도전"

최근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무종교인의 성격을 규명하는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정재영 박사(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종교와 사회」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신의 섭리 숨어있는 『반지의 제왕』, 현대의 종교적 현실과 닮아"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의 섭리와 『반지의 제왕』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숭실대 권연경 교수(성서학)는 「신학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