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21세기 벌어진 이단 심판, 그 결론은 공허했다

8개 교단 이대위 모임의 임보라 목사 이단성 의견서 분석 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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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8개 교단 이대위 모임이 임보라 목사의 이단성 심사와 관련해 내놓은 의견서. 의견서는 임 목사가 퀴어축제에 참여해 성소수자를 위해 기도한 일을 강하게 문제 삼았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임보라 목사는 정통 교회를 공격하면서 정통 교리의 성경해석은 성경을 잘못 해석한 것이고, 자기들의 이상한 교리와 주장이 성경적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여느 이단들이 주장하는 내용과 전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임보라 목사가 정통 교회를 공격하는 논리와 성경해석은 하나도 타당성이 있는 것이 없으며, 성경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예장합동을 포함해 8개 교단 이단대책위원장 모임(아래 이대위 모임, 위원장 진용식 목사)이 임보라 목사의 이단성 심사와 관련해 내린 결론이다. 이대위 모임은 이 같은 결론을 내린 18쪽 분량의 의견서를 8월8일자로 임 목사가 속한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아래 기장)에 보냈다. 해당 의견서엔 기장 교단에 "귀 교단이 어떤 견해를 갖고 있으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총회의 책임 있는 답변을 들은 후에 이대위 모임에서 다루려고 한다"는 방침이 적혀 있었다.

기자는 이 문건 전문을 지난 25일 입수해 분석했다. 이대위 모임이 임 목사를 이단으로 결론 내린 근거는 1) 신론적 이단성 2) 동성애가 성경적이라는 주장 3) 구원론적 이단성 4) 정통 교회와 신학에 대한 비판 등 크게 네 가지다.

애초에 예장합동 교단이 이단성 심사에 나선 명분은 임 목사가 퀴어성서 주석 번역본 발간에 참여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의견서엔 이 같은 내용은 전혀 없다. 그보다 예수목회세미나 설교, < 국민TV > 라디오, CBS < 크리스천 NOW > TV 토론 등 임 목사가 대외활동을 통해 한 발언 전반을 문제 삼고 있다.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임 목사는 2011년 2월14일 예수목회세미나에서 이렇게 설교했다.

"그래서 우리의 목회 현장이라는 것은 잃어버리거나 놓치고 있는 여성 하나님, 여성 야훼를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대위 모임의 의견서는 이를 불경스러운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여성 야훼'라는 개념이 성경에 없고, 성경의 하나님에 대한 개념을 심히 왜곡시킨다는 게 이유다.

최근 여성 신학자들을 주축으로 여성의 시각에서 그리스도교를 바라보자는 목소리가 활발하게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학자가 여성 신학자인 강호숙 박사다. 강 박사는 자신의 책 <여성이 만난 하나님>에서 이렇게 적었다.

"남성이 보는 남성의 하나님과 여성이 보는 여성의 하나님은 다를 수밖에 없다. (중략) 지금까지 교회에서 남성적인 하나님이 지배적이었다면 이제부터라도 여성적인 하나님 또한 말해야 온전한 하나님을 알게 되는 게 아닐까?"

임 목사의 설교 내용은 최근의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의견서의 판단 대로라면 여성의 시각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을 조명하려는 흐름 역시 불경한 것이 되고 만다.

유일신 사상은 성경적 진리이지 문화적 산물 아니다 !

의견서는 심지어 임 목사가 성경적 유일신을 부정한다고 지적했다. 그 근거로 임 목사가 2014년 4월26일 < 국민 TV > 라디오에 출연해 한 발언을 내밀었다. 당시 임 목사의 발언은 이랬다.

"흔히들 ‘나만이 하나님'이라고 해서 기독교가 유일신 사상이 있는 것이고, 그 유일신으로 고백하게 된 것은 유대교의 시작부터 시작해서 워낙 고대 근동 사회가 갖고 있는 다신주의와 관련해서 유대 사람들을 분리하는, 그리고 선민사상이라고 얘기되어지듯이 그런 독특성을 가지게 하는 것이 유일신 사상인데...(하략)."

이에 대해 이대위 모임 의견서는 임 목사가 "유일신 사상은 근동사회의 다신주의와 관련해서 유대인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한 것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유일신 사상이 성경적인 진리가 아니라 문화적 산물이라고 주장한다"라면서 "삼위일체 하나님의 성경적 진리를 부정하는 이단적인 주장"이라고 결론지었다.

이 같은 판단은 몰역사적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리스도교의 뿌리는 유대교다. 유대교는 아브라함을 믿음의 조상으로 추앙한다. 아브라함은 고대 수메르 지역, 그 중에서도 가장 문명이 발달했던 우르 지방에 살았다. 이 무렵 고대 수메르 지방은 다신교 사회였고, 특히 우상숭배가 만연했다. 그런데 아브라함은 다신교를 거부하고 인류 최초로 유일신을 믿었다. 유대교·그리스도교·이슬람교의 태동과 발전과정, 그리고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석한 홍익희의 책 <세 종교 이야기>는 이렇게 적고 있다.

"아브라함의 가족이 우상숭배와 음란의 도시를 떠나 순수한 광야 가나안으로 감으로써 아브라함의 유일신 역사는 시작된다. 아브라함이 부르심을 받아 하란을 떠날 때 그의 나이 75세였다. 이 시대에 다른 민족들은 다신교와 우상숭배에 빠져 있었다. 4천 여 년 전 한 노인의 결단이 오늘날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를 낳았다."

무릇 어느 종교를 막론하고 사회·문화적 환경은 종교의 태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유대교의 유일신 사상 역시 고대 수메르 사회문명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이런 이유로 "유일신 사상이 문화적 산물이라고 주장하는 건 성경적 진리를 부정하는 이단적 주장"이라는 논리는 다소 생뚱맞다.

성소수자 축복이 성서의 가르침을 거스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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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지난 15일 오전 서울시청 광장에서 ‘오 주여, 여기에 우리와 함께’라는 주제로 여는기도회를 집례한 임보라 목사. 예장합동 등 8개 교단 이대위는 임 목사가 성소수자를 축복한 걸 두고 배교행위라고 비난했다.

무엇보다 의견서는 임 목사가 퀴어축제에 참여해 성소수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축복한 점을 강하게 문제 삼았다. "성경에서 죄악으로 규정한 동성애를 축복하고 기도회를 인도한 것은 성경의 가르침을 거부한 배교행위"라는 게 이대위 모임의 입장이다. 또 성정체성에 대해서도 이대위 모임은 "하나님이 남녀의 사랑만이 아니라 다양한 성정체성을 심어 주셨다고 주장하는 것은 성경에서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이단적인 주장"이라고 못 박았다.

이 같은 입장에 대해 한국에서 처음으로 성소수자들이 모여 이룬 교회인 로뎀나무그늘교회 박진영 목사는 29일 오전 기자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박 목사의 말이다.

"성서를 근거로 동성애를 죄라고 전제하면 성소수자를 지지하거나 옹호하는 모든 활동이 죄로 보일 수 밖에는 없다. 그래서 하나님 사랑이나 자비 같은 덕목들이 들어설 공간이 없다. 예수께선 서로 사랑하라고 가르치셨는데, 죄로 바라본다면 사랑을 실천할 수 없다. 다 하나님께서 사랑하는 사람들인데 말이다. 참으로 안타깝다."

※ 2부로 이어집니다.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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