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신학위원회(위원장 이정배)는 9월 14일(목) 오후 1시 30분 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종교개혁500주년기념 신학심포지엄 "종교개혁을 이끈 세 개의 'Sola' 교리에 대한 비판적 재조명"을 개최했다. 종교개혁 500년 이후의 개신교의 모습을 전망하는 것이 행사의 취지이다.
인사말을 통해 이정배 위원장은 오늘날 종교개혁의 '오직' 교리들이 중세 가톨릭교회의 면죄부보다 더 타락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로서 한국교회에 만연한 종교개혁 교리들의 오남용을 지적했다. '오직 믿음'은 행위(삶) 없는 신앙을 정당화시켰고, '오직 은총'은 모든 것이 가능하다며 자본주의적 욕망에 면죄부를 주었으며, '오직 성서'는 이웃을 배타하는 근본주의의 원리로 치환된 지 오래되었다. 이러한 오남용으로 인해 만인제사장직론은 본래 정신에서 한 없이 후퇴했으며 성직주의의 폐단이 가톨릭교회 이상으로 심각해졌다. 이에 심포지엄을 통해 오남용이 일상화된 성직자(제사장) 중심 기독교 체제의 한계와 실상을 지적함으로써 목회현실을 치유할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 것이다.
"오직 믿음으로!"를 발제한 김희헌 향린교회 목사는 '오직 믿음'이 당시 가톨릭적 관행과는 달리 그리스도와 신자 사이의 인간적인 모든 중재를 거부하고 그리스도와 모든 신자 개개인의 직접적인 관계를 주장하는 체제저항적 성격이 있음을 지적했다. 그리고 믿음이 율법과 대립적인 개념이 아니라 협력적 개념임을 설명했다. 또한, 종교개혁이 가능했던 원인이 바로 당시 사회에 등장하기 시작한 시민 계층의 자유와 해방을 향한 열의라고 평가함으로써 종교개혁의 민중적인 지평이 오늘날 교회개혁의 방향을 일러준다고 밝혔다.
"오직 은총으로?"를 발제한 최대광 정동제일감리교회 부목사는 루터의 은총론이 신의 은총을 과도하게 강조함으로써 인간의 수행인 영성을 억압하였다고 비판했다. 종교개혁 신학이 기대고 있는 어거스틴의 은총론이 '타락/구속의 전통'에 속해 있기 때문에 인간의 이성과 수행을 한정하고 신의 은총만을 절대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최 목사는 유식(唯識)불교의 유용성을 논증했지만, 기독교적인 은혜와 믿음에 대한 바른 이해를 시도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오직 성경'의 미래"를 발제한 김호경 박사(장신대)는 '오직 성경'이 성경 위에서 권위를 누리던 교황과 교회의 권위에 도전하여 하나님의 정의를 지향하게 하며, 모든 사람이 자국어로 성경을 읽고 성령의 조명으로 해석하게 하며 하나님의 의로 구원받고 이웃에게 헌신하는 삶을 살아가게 한 사상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단일성을 지양하고 다양성을 포용하는 '오직 성경'의 주장은 복음의 보편성, 확장성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할 현대 선교의 현장에서 개혁적 동력을 모색할 단초가 된다.
토론자로 나선 박일영 박사(루터대)는 각각의 '오직'이 개별적인 의미들로 충전되어 있지만, 사실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근본적으로는 '오직 그리스도'(Solus Christus)를 가리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는 "성서 안에 계시된 그리스도 때문에 은혜로 인해 믿음을 통한 의롭다 인정을 받음[혹은, 의롭게 됨]"이라고 표현된다. 루터의 신학은 교리적 체계로서의 신학이 아니라 비판적 기능으로서의 신학이므로 한국교회의 현장에서 개혁적 동력으로서 재조명할 충분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심포지엄이 끝난 뒤 이어서 NCCK 신학위원회가 출간한 『촛불 민주화 시대의 그리스도인』의 출판기념회가 진행됐다. 40개의 주제 아래 30명의 신학자들이 전개한 신학적 담론이 수록되어 있다. 비록 제목은 '촛불 민주화'를 거론하고 있지만, 그리스도인들이 무엇을 알고 행하며 희망하는가?에 대한 성찰이 주 내용을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