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샬롬나비, "미얀마 정부는 로힝야족 학살 멈추라"

샬롬을꿈꾸는나비행동(상임대표 김영한 박사)는 로힝야족의 학살과 관련하여 논평을 발표하고, "미얀마 정부는 로힝야족의 인종청소를 멈추고 이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한국정부는 지구촌 소수민족의 생존권 보호정책과 지원에 적극 나서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아래는 논평의 전문이다.

미얀마 정부는 로힝야족의 인종청소를 멈추고 이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

한국정부는 지구촌 소수민족의 생존권 보호정책과 지원에 적극 나서기 바란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2017년 9월 12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미얀마 정부의 로힝야족(the Rohingya) 탄압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안보리는 "미얀마 정부가 치안활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로힝야족에 과도한 폭력을 가했다는 보고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며 "민간인을 보호하고 난민문제 해결을 위해 법질서를 새로 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미얀마 정부군과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무장세력 간의 유혈충돌로 수백 명이 사망하자 국제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로힝야족은 미얀마 내 130여 개 소수민족 중 하나로, 불교 국가인 미얀마에서 이슬람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정부의 박해를 당했다. 유엔난민기구는 9월 10일 "미얀마 정부군과 로힝야족 반군단체의 유혈충돌이 시작된 지난달 8월 25일(이하 현지 시각)부터 9월 9일까지 미얀마에서 방글라데시로 탈출한 로힝야족 난민이 약 30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유엔난민기구는 국경 너머에 난민촌을 세우고 있으나 밀려드는 로힝야족을 감당하기에 부지와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방글라데시 당국이 제공하는 구호물자도 충분치 않아 상당수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샬롬나비는 로힝야족의 생존권과 인권을 중요시하면서 다음같이 천명한다.

1. 미얀마 정부는 로힝야족에 대한 탄압과 인종 청소를 적극 즉각 중단하라

이번 사태는 로힝야족 반군단체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이 미얀마 서부 군기지와 경찰 초소 30여 곳을 급습하면서 시작됐다. 미얀마 정부가 로힝야족을 박해한 데 따른 보복이었다. 정부는 병력을 투입해 대대적인 반군소탕작전을 벌이고 있다. 인도 유력지 <더 힌두>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현재까지 민간인을 포함해 약 천명의 로힝야족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은 10일 잠정휴전을 제안했으나 정부군은 거부한 상태다. 우리는 정부군에게 인종청소를 즉각 중단하고 휴전을 통한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다.

2. 미얀마 실권자 아웅산 수지는 민주화 투쟁과 노벨 평화상 수상에 걸맞는 인권행위를 보이라

이제 미얀마-로힝야족 갈등은 국제사회의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 미얀마 정부는 로힝야족에 대한 탄압을 당장 중단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미얀마 정부의 실권자인 아웅산 수지(72세) 국가고문 겸 외무장관은 최근 "우리 정부는 라카인 지역 주민을 보호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히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얀마 독립운동가 아웅산 장군의 딸인 아웅산 수지는 미얀마 민주화에 앞장서며 노벨 평화상까지 받은 인물인데 어렵게 잡은 정권을 놓칠까봐 로힝야족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민주화 지도자답게 문제해결을 위해 국제인권 규범에 맞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

3. 유혈 사태의 역사적 기원은 과거 영국 제국주의 식민정책의 산물이므로 영국은 과거 식민정책의 과오를 반성하고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라

미얀마-로힝야족 유혈사태 이면엔 19세기 제국주의 영국의 식민지 정책에서부터 20세기 미얀마 군부독재 정권으로 이어지는 아픔이 있다. 영국의 식민 지배 아래 핍박받던 미얀마인, 그런 미얀마인에게 탄압받는 로힝야족 모두 역사의 피해자들이다. 영국은 미얀마를 효율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분열통치 정책'(divide and rule)을 펼쳤다. 분열통치 정책이란 피지배층의 민족감정이나 종교·사회·경제적 이해관계 등을 이용해 피지배계층 내부의 갈등과 대립을 유발시켜 통일된 반대 세력이 나타나지 못하게 막는 정책이다. 영국은 미얀마가 수많은 소수민족들로 이뤄진 나라라는 점을 이용, 다수 민족인 버마족을 탄압하고 소수민족 우대정책을 시행하여 그들에게 식민지정부의 중간지배층 역할을 맡겨 내부 갈등을 유도하고 통합된 반영(反英)세력이 형성되지 못하게 만들었다.

영국은 1885년 불교국가인 미얀마에 이슬람교를 믿는 로힝야족을 의도적으로 이주시켰다. 로힝야족은 원래 방글라데시 등 벵골만 인근에 살던 소수민족이었다. 영국은 미얀마인들의 토지를 수탈한 뒤 로힝야족을 적극 농사에 활용하고 이들을 중간 지배계층으로 등용하는 등 많은 혜택을 주었다. 미얀마인으로선 로힝야족이 자기 일자리를 빼앗은 '이교도'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1942년 영국이 무장한 로힝야족을 시켜 2만5천여 명의 미얀마인을 학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얀마인과 로힝야족 간의 뿌리 깊은 적대감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미얀마 정부는 이슬람교를 믿는 로힝야족을 탄압하기 시작했다. 특히 1962년 세워진 군부 정권은 로힝야족에 대한 핍박을 제도화했다. 학교에선 로힝야어로 수업을 할 수 없었고, 로힝야족은 결혼이나 이사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또 불교 개종(改宗) 등을 조건으로 한 시민권법을 만들어 로힝야족의 시민권을 박탈했다. 로힝야족을 '무국적 불법 이민자'로 규정한 것이다. 미얀마-로힝야족 유혈사태는 19세기 제국주의 영국의 식민지 정책의 산물이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킨 영국은 당시 식민지 시대의 비윤리적 정책을 사과하고 이번 사태해결에 힘써야 한다.

4. 로힝야 족의 반군단체는 자기 민족의 생존권을 주장하기 위하여 생존투쟁을 한 것이다

핍박이 이어지자 로힝야족은 '아라칸로힝야구원군'(ARSA)이라는 무장단체를 만들어 정부에 저항했다. 피난행렬도 이어져 1970년대에는 약 20만 명의 로힝야족이 방글라데시로 탈출했고 1990년대 초반에는 25만 명이 미얀마를 떠났다. 2012년엔 로힝야족과 미얀마인 간에 심각한 유혈충돌이 발생해 로힝야족 200여 명이 사망하고 14만 명이 미얀마를 떠나는 비상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로힝야족의 인구 증가를 막기 위한 탄압도 이어졌다. 로힝야족 여성은 자녀를 2명 이상 출산하지 못하고 이를 어기면 징역형에 처하는 내용의 산아제한 정책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셋째를 가진 로힝야족 여성들은 비위생적인 불법 낙태 시술을 받아야만 했다. 최근엔 여성이 한 번 출산하면 3년간 아이를 갖지 못하고 불교도와 무슬림 간의 결혼도 금지하는 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5. 로힝야족 반군은 이슬람 극단주의와 다르다는 것을 선언하고 있다

미얀마군을 상대로 항전을 선포하고 경찰초소를 습격해 유혈사태를 촉발한 로힝야족 반군단체는 국제 테러조직과의 연계 주장을 일축했다고 AFP통신이 9월 14일 보도했다. 알카에다는 지난 9월 12일 성명을 통해 전 세계 이슬람교도들에게 탄압받는 로힝야족을 지원하라고 촉구하기도 해, ARSA가 국제 테러조직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추측을 낳았다. 그러나 반군단체 ARSA는 트위터 계정에 올린 성명을 통해 "이라크와 시리아의 알카에다나 이슬람국가(IS)는 물론 파키스탄의 라시카르-에-타이바를 포함한 어떠한 국제 테러그룹과 관련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 우리는 이들 테러조직이 아라칸(미얀마 라카인주의 옛 명칭) 갈등에 개입하는 것을 환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6. 한국정부는 유엔의 소수민족의 생존권 보호정책과 지원에 적극 나서기 바란다

오늘날 우리 한국인들은 미얀마인들에 의한 로힝야족의 제도적 인종차별과 탄압의 역사를 보면서 중국의 침략과 압제 그리고 일본의 침략과 노략 그리고 일제 식민지 수탈에 의한 민족의 상처를 떠 올리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36년간 나라를 강제적으로 빼앗긴 치욕을 역사로 가지고 있다. 이런 역사를 가진 한국정부는 적극적으로 로힝야족의 인권을 위하여 국제적으로 옹호하고 저들이 삶의 터전을 갖도록 유엔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2017년 9월 25일

샬롬을꿈꾸는나비행동

이인기 ihnklee@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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