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여성신학회 간담회, "예장통합총회 결의 반복음적"

"성소수자들도 하나님의 피조물, 예수의 친구, 교회의 동반자"

동성애반대
(Photo : ⓒ 이인기 기자)
▲한국여성신학회와 한국여신학자협의회는 공동으로 긴급간담회, “한국교회의 동성애 혐오를 경계하다”를 개최했다. 좌로부터 박경미 교수, 최형묵 목사, 임보라 목사, 윤관 장신대 총학생회장.

한국여성신학회(회장 이숙진)와 한국여신학자협의회(공동대표 김혜숙, 김신아, 이난희)는 공동으로 9월 28일(목) 오전 기독교회관 2층 에이레네홀에서 긴급간담회, "한국교회의 동성애 혐오를 경계하다"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최근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가 "동성애, 동성결혼 합법화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관련 헌법의 개정을 결의한 데 대하여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 위해 열렸다.

간담회에서는 박경미 교수(이화여대 기독교학과)가 "한국교회의 성소수자 차별에 대한 여성신학자, 여성 기독교인들의 입장"이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했다. 박 교수는 예장통합의 결의가 "로마제국의 황제숭배나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를 방불케 하는 시대착오적인 행위일 뿐만 아니라, 개인의 존엄을 짓밟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것은 사회적 약자인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짓밟는 것일 뿐만 아니라, 사상의 자유라는 헌법적 기본권을 무시하는 행동이다. 그리고 가장 근본적으로는 언제나 가장 낮은 자리에서, 약자들의 자리에서 그들과 함께 하며 그들의 입장을 옹호하셨던 예수의 복음의 원칙에 위배되는 행동이다. 박 교수는 교회에 의해 복음이 짓밟히는 상황에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소회를 밝혔다.

발제 후에는 최형묵 목사(NCCK 정의평화위원회 부위원장),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 윤관 총학생회장(장로회신학대학교)의 연대 발언이 이어졌다. 발언자들은 예장(통합) 총회가 "동성애 반대 입장 발표"와 함께 "헌법 개정안"('동성애 및 동성애 지지자, 옹호자까지 신학교 입학이 불가하고 교회 및 신학대학교 직원이 될 수 없다')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그 조처가 예수의 복음 정신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특히, 임보라 목사는 최근 본인에 대한 보수교계의 이단시비를 언급하면서 한국교회 및 한국사회에 '환대'의 개념을 환기시킬 필요성을 제기했다. 현재 보수교계의 기류에도 불구하고 성소수자들의 공동체 및 그들과 연대하는 단체가 늘고 있는 상황인데, 복음을 설파하는 교회가 혐오와 배제의 언어를 쏟아내는 것은 옳지 않으며, 이것에 저항하는 것이 시대적 결의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동주최 학회의 대표들이 성명서를 발표하고 "성소수자도 우리와 같은 하나님의 피조물이며, 예수님의 친구, 그리고 성령의 사역을 함께 하는 동반자"라고 천명했다. 이 성명서에는 현재 시간 40여개의 단체가 서명했고 계속 접수 중이다.

아래는 성명서의 전문이다.

"하나님의 피조물, 예수의 친구, 교회의 동반자"

교회(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의 "동성애와 동성결혼 합법화 반대"에 대한 여성신학자들의 입장

우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102차 총회의 "동성애와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한 입장"과 이에 따른 헌법 개정 결의안을 비롯한 각 교단의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정치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힙니다.

모든 사람은 하나님의 피조물로서 다양성과 차이 안에서 창조되었습니다. 또한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이들로서 존재 자체만으로 존중받아야 합니다. 존재의 다양성과 차이는 사회의 차별과 배제의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인간다운 존중을 받지 못한 채 혐오 대상으로 차별과 고통 속에 살았던 죄인들, 과부들, 장애인들, 이방인들, 바로 이들 곁에 예수 그리스도가 계셨습니다. 그는 정결과 부정, 거룩과 세속의 폭력적 경계를 넘어서, 하나님의 이름과 율법으로 차별과 혐오를 생산하던 이들의 죄악을 하나님의 빛 아래 드러내셨습니다. 그는 당신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모든 차별의 장벽을 허물고 참된 화해와 평화의 길을 열었습니다. 이 시대 한국교회는 차별과 혐오의 폭력에 저항하며, 하나님의 생명창조 역사의 파트너로 초대받았습니다.

이제 한국교회는 성소수자들을 하나님의 피조물, 예수의 친구, 교회의 동반자로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거룩의 기준은 교회법이나 교단의 교리가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거룩의 유일한 기준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그 단순하고도 준엄한 명령에 있습니다. 다수의 지향과 다르다는 이유로 특정의 이웃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일에 앞장서는 교회는 결코 거룩하지 않습니다. 교회는 사회적 약자들, 그 가운데서도 성소수자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방식으로는 세상과 소통할 수 없으며, '평화'라는 이 시대의 부름에 응답할 수도 없습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는 이번 헌법 개정 결의안을 통해 "거룩한 교회, 다시 세상 속으로"라는 주제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을 범하고 말았습니다. 교회법이 하나님 사랑의 법과 사역보다 더 우선되지 않음을 강조했던 종교개혁의 정신으로 돌아가, 우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의 이번 결정에 반대하는 교회여성들과 여성신학자, 여성목회자들의 분명한 뜻을 담아 다음과 같이 선언하고자 합니다.

첫째, 성소수자의 존엄과 인권을 존중한다.

둘째, 성지향성은 찬성/반대 혹은 옹호/비난의 사안이 아님을 확인한다.

셋째,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감정을 이슈화하여 교권과 보수 정치의 세력을 재생산하려는 모든 시도를 규탄한다.

넷째, 어떠한 사람도 성소수자의 인권과 하나님의 자녀 됨을 표현한다는 이유로 교회, 교단, 그리고 신학교 내에서 차별받는 것에 반대한다.

다섯째, 성소수자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과 행복추구권에 대한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성숙한 이해와 진지한 논의를 요청한다.

2017년 9월 28일

한국여성신학회, 한국여신학자협의회

한국문화신학회 임원단,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기독여민회,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성평등과 정의분과, 가톨릭 이반자매모임 알파오메가, 믿는페미, 혁명기도원, 기독청년학생실천연대, 옥바라지선교센터, 감리교퀴어함께, 성소수자 배제와 혐오 확산을 염려하는 감리교 목회자 및 평신도 모임, 감리교신학대학교 여성신학회 'WOM,' 도시빈민선교회, 무지개감신, 장애인권동아리 '반디,' 감신IVF, 종교철학전공학생회, 기독교교육학전공학생회, 예수더하기, 장애인권운동동아리 동료, 바실레이아신학연구회, 사람됨의신학연구회, 장로회신학대학교 신대원 여학우회 '벗,' 장신고, 하나님의 선교, 은혜와정의, 암하아레츠, 성정의연대, 한신대학교 신학과 여학생회, 신학과 학생회, 신학과 성정의위원회, 학부 민중신학회, 기독교교육학과학생회, 신학대학원 성정의위원회 준비모임 '패미하다,' 신학대학원 민중신학회, 영성신학회, 인문학밴드 대구와 카레,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신학연구과정학생회, 이화여자대학교 오이코스동아리, 오이코스 페미니즘 책모임 '괜찮은 책읽기,' 기대원 28인, 이화여대YWCA, 무지개예수, 로뎀나무그늘교회 (계속 접수 중)

이인기 ihnklee@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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