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재준의 제명과 장로교의 분열

<만우 송창근 바로보기 17>

1947년 봄부터 송창근 목사에게 ‘신학생 51명의 진정서 사건’이라는 고통이 닥처왔다.

이 사건은 신학생 51명이 김재준 교수와 송창근 교수 및 정대위 교수의 강의 내용에 불만을 품고 그에 항의하는 진정서를 1947년 4월 18일에 대구에서 열린 제33회 총회에 제출함으로써 일어났다. 그들은 주로 평양신학교에 다니다가 해방 뒤에 월남한 신학생들이었는데, 세 명의 교수들 강의 내용에서 문제를 잡아 가지고 “조선신학교에서 정통신학이 아닌 자유주의 신학을 강의한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작성하여 제출한 것이다.

송창근 교수에 대한 혐의점은 ‘신약공관복음 자료 문제’에 관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발언이었다. ①공관복음서 중에는 마가복음이 제일 먼저 된 것인 바 이 복음은 로기아에 의해 쓰인 것. ②마태복음 기사의 4분의 3은 추상이고 4분의 1은 마가복음과 타 자료에서 취했다는 것. ③복음서 기자의 인격적 영감설을 설명함에 있어서, 성경은 금광과 같아서 그 중에는 금도 있고 돌도 있는데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금뿐 이라고. <그러나 우리는 성경 전체를 금으로 본다> ④’성서신학이란 것은 성경의 종교적 생명을 그 시대에 합당한 방법을 찾아 해석 설명하는 것이요, 그래서 성서를 역사적 과학적 방법으로 연구함으로 가장 합리적인 연구 결과를 찾아내고자 함’이라고 함.

그 외에 “과거 평양신학교는 학생들을 무지케 하여 지도코자 하는 노예교육이라 공격했다.”는 것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정대위 교수에 대한 혐의점은 하나였다. 학생들 앞에서 “자기는 이때까지 그리스도의 속죄론에 대하여 이해치 못하였다. 하나님과 자기 사이에 예수라는 존재가 없다면 문제는 단순한데 예수가 끼어 있어서 이해치 못하다가 지난 수난주간에 한경직 목사의 이사야 53장 설교 시에 처음으로 바늘구멍만치 이해하였다”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김재준 교수의 경우는 달랐다. 학생들의 근본 타깃은 김재준 교수였다. 김재준 교수의 구약 강의는 고등비평학을 수용한 것으로서 학생들의 진정서에 기재된 조목도 24개나 되었고 분량도 매우 많았다. “모세 5경을 모세가 쓰지 않았다고 하고, 노아 홍수설에 대한 역사성을 부인하고, 이사야 40장에서 66장까지는 저자 불명 운운했다” 등으로 이어지는 고발이었다.

그래서 총회에서는 1947년 5월에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문제가 된 세 교수를 직접 조사해 보기로 했다. 그 사건은 단순한 성서관이나 교리의 문제뿐만 아니라 교회정치와 교권 문제까지 두루 얽혀 있는 사건으로 발전했다.

정대위 교수는 이 사건을 당하면서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가 이야기하는 당시의 사건은 다음과 같다.

나는 그 당시 학부에서 고급 그리스어를 가르치고 있었는데, 문제가 된 바로 그 얘기는 그 클라스에서 한 이야기의 내용을 전혀 무시하고 말끝을 잡아 왜곡시킨 것이었다.

나는 너무도 억울해서 기막힌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고발 문제에 대해서 총회는 하나의 조사위원을 구성하여 신학교로 보내왔다. 이 기회에 나는 내가 말한 것으로 되어 있는 문제의 발언을 해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우 선생은 나에게 그런 기회를 주지 않으셨다. “장공 선생이 너무도 문제가 될 수 있는 구약학설을 자꾸 발표하셔서 이런 문제가 된 것이니 총회의 조사위원들이 나오는 경우엔 함구하여 임자랑 아무말도 하지말라”는 것이었다. 나는 정말 그대로 복종하고야 말았다. 그러지 않으면 문제는 더 악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 일이 있은 다음엔 만우 선생의 함구령에도 물론 유감스런 것을 느꼈지만 또한 그 정도의 이야기가 그토록 왜곡되는 신학교에서 나는 떠나야겠다고 거의 감정적인 결심을 하였던 것이다.

당시 장로교 총회가 보낸 조사위원회의 위원 중 한 사람이었던 문재린 목사는 다음과 같은 증언을 남겼다.

1940년 김대현, 송창근, 김재준 등 뜻있는 기독교인들이 조선교회를 이끌어 갈 목회자를 자주적으로 키우려고 조선신학교를 설립했다. 이 학교에 외국에서 교육받은 신학자들이 교수로 들어와 성서의 새로운 해석을 강의하니, 이제껏 선교사들이 전해 준 정통 보수 신학만을 믿어 온 이들 중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1947년, 평양신학교 졸업생들을 포함해 조선신학교 재학생 50여 명이 이른바 ‘이단’ 교수들을 쫓아낼 것을 요구했다. 문제가 된 교수들은 이 학교의 핵심인 김재준, 송창근, 정대위 교수였다. 그러자 장로교총회와 학교에서 공동으로 조사위원회를 구성했고, 나도 이 학교 이사였기에 조사위원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조사위원은 함태영, 계일성, 김원일, 이장익, 문재린 등 한국인 6명과 미국북장로교 선교사, 남장로교 선교사 한 명씩 해서 모두 8명이었다.

송창근 교수의 발언 중 문제가 된 것은 4복음서 중에서 마가복음이 제일 먼저 쓰였다고 했다는 것이었다.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는 사람들은 신약에 수록된 순서대로 마태, 마가, 누가, 요한복음 차례로 기록되었다고 믿었던 것이다. 송창근을 불러 어느 복음서가 제일 먼저 쓰였느냐고 물으니 “마태복음”이라고 대답하고 나가 버렸다. 그는 정치를 잘 아는 사람이라 이런 일로 말썽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기억은 안 나지만 정대위 교수도 정말 말도 안 되는 것으로 문제가 되었다. 그도 요령껏 대답하고 빠져 나갔다.

그런데 김재준 교수는 논문을 복사해 와서 나누어 주고는, 성서의 내용이 역사적으로 전부 사실은 아니라고 말했다 해서 정죄한다면 갈릴레오의 지동설을 문제 삼은 중세 기독교와 같은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나는 그래도 일을 원만히 해결하고 싶어서 김 목사에게, 성경의 내용에 글자 그대로는 역사적 사실이 아닌 것이 있으나, 그 본뜻에서 성경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내가 위원들에게 김 목사가 성경이 잘못됐다고 하지 않았잖느냐고 하니, 그들은 문 목사가 질문을 교묘하게 해서 그렇다고 반박했다.

한국인 조사위원들의 의견은 3대 3으로 갈렸다. 그래서다음날 일찍 이장익 조사위원을 설득하러 찾아갔더니 계일성 조사위원과 같이 있기에 두 사람에게 이야기했다. 이 신학교는 총회의 신학교이고, 그 교수들은 학교를 설립한 당사자들이며 학장이다. 그런데 그 교수들이 나가겠느냐. 안 나가면 총회에서는 신학교를 따로 세워야 하고 총회가 갈라질 텐데, 그러지 말고 당신들도 나도 학교에 들어가서 직접 강의하면서 그들을 잘 지켜보고, 정말 문제가 있으면 그때에 쫓아내자고 설득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선교사들은 내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교수들이 신신학이라는 말만 듣고 그들 편이 되어, 투표 결과가 3대 5로 교수들을 내보내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학교 이사회에 보고했더니 위원회 결정을 따르겠다고 하기에, 내가 일어나 자초지정을 설명하니 그럼 안 되겠다고 하고, 총회에 위원회 결정을 따르지 않기로 했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1953년 대구에서 열린 38회 총회에서 김재준 목사와 캐나다 선교사 서고도 목사가 제명되었다. 그리고 김재준을 따르는 사람은 모두 제명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장로교는 둘로 갈라지게 되었다. 김재준의 신학은 해외의 보수적인 교단에서도 인정되는 것인데도 선교사들에게 보수적인 신학만을 배워 온 한국 교단은 수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송창근 목사는 그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다했다. 다음 해인 1948년 4월 20일에 새문안 교회에서 열렸던 제34회 총회에서 김재준이 제명될 위기에 처하자, 그것을 막으려고 그가 강원용에게 “청년들을 동원하여 막으라”고 지시했던 일은 유명하다. 강원용 목사의 글에 그 전말이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새문안 교회에서 예수교 장로회 총회가 열리고 김재준 교수의 추방안이 한창 토의되던 때다. 그때 나는 한국신학대학 학생회 회장이었다. 어느날 밤에 그는 나를 그의 방에 불렀다. “너희 청녇들이 그게 무슨 꼴이냐. 그래 그 못된 늙은이들이 죄 없는 김 교수를 간교한 방법으로 추방하는데 그저 보고만 있어?”하기에 “알겠습니다. 생각해 보고 행동하겠습니다.”하고 나와서 학생회 임원들과 의논하여 다음 날 학생 200여 명을 새문안 교회에 동원시켰다. 김 교수의 이단설에 대해 그에게서 직접 배우고 있는 학생회 대표에게 언권을 달라는 언권 청원서를 정식 청년부를 통해 제출했다. 그러나 총회는 이 언권 청원에 대해 회중에 물어보지도 않고 묵살한 채 김 교수의 추방을 결의하려 했다. 결국 언권을 달라고 소리를 지른 것이 도화선이 되어 총회는 결의를 못한 채 수라장이 되었다. 나는 송 목사님이 속으로 칭찬하려니 생각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가 매우 흥분해서 야단야단하더니 결국 이사회 압력으로 내게 무기정학을 선고했다. 몹시 화가 나서 그를 찾아가서 항의조로 이야기 했더니 “야, 이 어리석은 녀석아, 내가 청년들이 왜 가만히 있느냐고 했지 학생들이라고 하더냐? 네가 기독청년연합회 간부니 청녇들이 무엇 좀 하라고 한 것인데, 우리 학생들을 동원시키면 도대체 어떻게 한단 말이냐?”하는 것이었다.

송창근 그처럼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무마하고 있던 동안에는 사건 자체가 그대로 가라앉을 전망이었다. 그러나 그가 6.25로 납북된 뒤에 알력과 갈등이 계속해서 확대 재생산을 거듭한 결과 1953년에 결국 장로교단이 둘로 나뉘는 대분열로 끝이 났다. 그 와중에서 양편 모두 큰 상처를 입었다.

지금은 당시 원수처럼 격렬하게 싸우면서 분열된 상대편인 예장(예수교 장로회) 측의 신학대학들에서도 성서신학을 이른바 ‘고등비평학’을 수용하여 가르치고 있다. 송창근의 예상대로 된 것이다. 그런 걸 생각하면, 당시 송창근이 말했다는 “아직은 때가 아닌데, 시간이 좀 지나면 저절로 다 해결되는 것을 가지고 미리 그럴 필요가 없는데”라는 한탄이 새삼 절실하게 마음에 와 닿는다. 신학생들에게 좀더 시간을 주었으면 고등비평학을 수용할 수 있게 되었을 텐데, 평양신학교에서 보수 일변도의 교육만 받던 ‘어린아기 같은’ 신학생들에게 대뜸 ‘젖’이 아니라 ‘단단한 음식’을 먹이려고 했던 것이 당시 김재준 교수의 방식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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