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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신학교 운영과 성바울교회 목회

<만우 송창근 바로보기 16>

해방 이후에 조선신학교에 사방에서 학생들이 밀려 왔다. 송창근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신학교육의 현장을 사랑하고 교육에 힘을 쏟았다. 송창근이 담당한 과목은 목회신학이었다. 그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살아 있는 강의를 했다. 당시 조선신학교에는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몰려들었다. 강원용, 장준하, 문익환, 문동환, 이우정 등이 모두 이때 조선신학교에 들어와서 교육받던 학생들이다.

그런 학생들 중에서 송창근 교장과 강원용(1917~2006) 학생의 관계는 매우 특별했다. 강원용은 학생이면서 이미 사회적으로 유명했던 저명인사였다. ‘1백년 만에 하나 나오는 연설가’라는 평이 있을 정도로 뛰어난 대중연설가였던 그는 해방 정국에서 전국 각지로 다니면서 정치 연설을 했다. 그러나 송창근은 강원용이 소위 ‘정계의 3영수(이승만, 김구, 김규식)’ 등 정치계 인사들과 가까이 지내고 그들을 위해 연설을 하고 다니는 일을 끔찍하게 싫어했다.

정동감리교회에서 전국 기독청년대회가 열렸을 때 송창근은 강사로 와서는 4천 명 청중 앞에서 사회자인 강원용을 가리키며 “여러분, 그리스도를 주로 믿는 기독 청년들은 오늘 반기독교주의자들을 몰아내야 해요. 반기독교주의자가 무언지 아시오? 내가 말하는 반기독교주의자는 ‘반기독교(反基督敎)’가 아니라 ‘반기독교(半基督敎)’인데, 예를 들면 오늘 저녁 사회를 보는 강원용 같은 사람이 전형적인 반기독교주의자요, 반은 기독교운동하고 반은 정치운동하는 사람 말이요.”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강원용 목사가 기억하는 ‘교수로서의 송창근’은 매우 인상적이다. 송창근은 자기관리를 어찌나 철저하게 하는지 극도의 정통 보수파 인사들에게도 책잡힐 일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그가 보니, 송창근은 불필요한 갈등이 일어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는 데 신경을 크게 쓰더라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목사고시에 대비하여 학생들에게 예수교 장로회의 ‘교리문답’을 외우게 하는 준비를 시킬 때도 그러했다. “문 : 사람의 사는 제일 되는 목적이 무엇이나뇨? 답 :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오.”라고 되어 있는 교리 문답을 어미까지 본문 꼭 그대로 외우게 했다는 것이다.
 

1946년 (48세). 조선신학교 신입생 환영 야외예배에서 학생들과 함께(10월 18일 동구릉). /사진제공=경건과신학연구소

강원용 목사가 특히 인상적으로 기억하는 것은 송창근 목사의 대여성관계였다. 송 목사는 매우 잘 생긴 헌칠한 미남으로서 남성만이 아니라 여성들에게도 정말 인기가 많았다. 주위에는 늘 내로라 하는 잘난 여성들이 많았다. 그런데도 자기 관리를 어찌나 철저하게 했는지 스캔들이 일체 없었다. 송 목사는 스캔들이 일어날 소지 자체를 아예 차단하기 위해서 가까이 있는 여성들에게 모두 자신을 ‘아버지’라고 부르게 했다. 그래서 나이가 몇 살 차이가 나지 않는 여성까지도 송 목사를 “아버지”라고 불렀다. 일단 “아버지”라고 부르는 이상, 남녀의 관계로 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송창근은 조선신학원에서 교수로서 강의를 하는 한편 목사로서 ‘성바울 전도교회’에서의 목회에도 큰 정열을 기울였다. 1945년 12월 2일 주일에 동자동 천리교 조선본부 자리에서 18명이 모여서 예배를 드림으로써 문을 연 ‘성 바울 전도교회’는 빠르게 발전하여 이내 2년 안에 7백 명 교인이 모이는 대교회로 발전했다. 교인들은 송창근 목사의 설교에 반하고 예배의식에 반해서 모여들었다. 그런 사례 중 하나로 작곡가 나운영 교수와 그 부인인 메조 소프라노 유경손 장로가 1946년에 ‘성바울 전도교회’에 나오게 된 일을 들 수 있다. 유경손 장로의 자서전에서 당시 일을 살펴본다.

우리는 주일마다 애기를 업고 청파동에서 걸어서 덕수교회를 다녔다. 어느 주일날 동자동 길을 걷고 있는 길가에 바울교회라는 교회 간판이 보였다. 그날은 좀 늦기도 했고 덕수교회에서 책임을 맡고 있는 것도 없고 하여 그 교회로 들어가 예배를 드렸다.

건물은 일제 때 천리교가 사용하던 낡은 건물이었고 의자는 간이의자로 소위 호떡의자였다. 하지만 예배를 끝내고 나온 우리는 완전히 황홀지경이었다. 교인들의 자리 배치는 앞에서부터 차례로 가족이 같이 앉았고 찬송을 부를 때는 온 교인이 화음을 넣어 불러서 무슨 합창단의 합창 연주 같았다. 그런 가운데서도 제일 우리를 사로 잡은 것은 목사님의 설교였다. 그 목사님은 유명하신 송창근 목사님이셨다. 우리는 그때부터 성남교회를 다니기로 했다.

‘성바울 전도교회’에는 신학생들도 많이 나왔다. 그래서 신학생들에게는 목회실습을 하는 현장으로서의 기능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성바울 전도교회’라는 이름으로 1년쯤 지난 뒤에 노회에서 특이한 이름은 오해를 부를 소지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함에 따라 교회 이름을 ‘성남교회’로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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