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신고리 5,6호기 공사재개 결정 유감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10월 20일(금)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에 관해 성명을 발표하고 공사재개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성명서는 금번 공론화과정에서 정부와 여당이 공약사항 이행을 위한 노력들을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공사재개의 결론은 정부와 여당의 탈핵 의지가 부족했던 결과이며, 이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겠다는 것은 공약을 믿고 정부를 선택한 유권자들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로 볼 수 없다. 이어 성명서는 노후원전을 조기 폐쇄할 것과 어떤 가치보다 생명을 우선하는 사회를 건설하는데 헌신해야 할 것을 주문했다.

아래는 성명서의 전문이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에 대한 기독교환경운동연대의 입장

"이 땅이 언제까지 슬퍼하며, 들녘의 모든 풀이 말라죽어야 합니까? 이 땅에 사는 사람의 죄악 때문에, 짐승도 새도 씨가 마르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든지, 하나님께서 내려다보시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예레미야 12:4)

신고리 5,6호기 공사재개에 대한 공론화 과정이 끝났다. 471명의 시민대표 참여단의 의견은 건설재개 59.5%, 건설중단 40.5%로 건설재개의 권고안이 정부에 전달되었고, 정부는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사재개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

금번 공론화과정에서 정부와 여당은 자신들의 공약사항 이행을 위한 노력들을 보이지 않았다. 공론화과정에서 언론보도의 편향성과 한수원 등의 공기업 및 국가출연 연구기관 연구원들이 공사재개 측 대표로 참여하는 등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채 뒷짐만 지고 지켜보던 모습은 탈핵공약에 대한 실현 의지를 의심케 만드는 대목이었다. 현재 공사재개의 결론은 이러한 정부와 여당의 탈핵의 의지가 부족했던 결과이다. 이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겠다는 것은 공약을 믿고 정부를 선택한 유권자들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로 볼 수 없다. 숙의의 과정에 참여한 시민대표참여단의 심사숙고의 과정과 노고를 인정하면서도 이번 결과를 수용하기 힘든 것은 바로 '기울어진 운동장'의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이번의 권고안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

원전축소의 의견을 존중하여 노후원전을 조기 폐쇄하라

시민대표참여단의 결정 가운데 원전축소에 관한 찬성이 53.2%로 반대(9.7%), 유지(35.5%)에 비해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다는 사실이 앞으로 정부의 정책결정과정에서 중요한 방향추가 되기를 바란다. 최근 한빛4호기에서는 핵연료 격납 건물의 철판 부식, 건물 콘크리트의 구멍, 증기발생기의 이물질 등의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월성4호기에서도 냉각수 누출로 인한 문제가 발생했다. 하지만 이들 노후 핵발전소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후원전 수명연장 없는 폐쇄를 공약을 통해서 약속했고, 고리1호기 폐로식에서 이를 다시 한 번 공언한 바 있다. 이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약속이므로, 문제가 있는 핵발전소들에 대한 조속하고 합당한 조처를 기대한다.

그 어떤 가치보다 생명이 우선되는 사회여야 한다

신고리 5,6호기 공사재개 측은 경제적 논리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해왔다. 신고리 5,6호기에 기존에 투입된 비용이 엄청나고, 공사중단으로 인해 일어날 경제적 피해가 막대하다는 논리였다. 탈핵을 선택한다는 것은 그러한 경제적 피해와 손실을 감수한다는 것이다. 돈보다 생명과 안전이 우선이라는 가치관의 변화가 없이는 결코 탈핵의 길로 나아갈 수 없다. 생명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지 못했던 결과 우리는 수많은 고통스러운 일들을 겪어야만 했다. 가치의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계속 핵으로 인한 고통스러운 경험들을 하게 될 것이다. 핵발전 기술은 가치중립적인 기술이 아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핵사고를 통해 돌아보듯이 핵발전은 경제적인 이득을 위해 생명과 안전이 포기되는 것을 감수하겠다는 선택이 담긴 탐욕의 기술이다. 핵발전은 우리 세대를 넘어 미래세대의 생명까지도 담보로 하는 결코 용납할 수도 없으며, 이해될 수도 없는 행위이다.

예언자 예레미야는 황폐해지는 땅, 말라죽는 풀은 사람들의 죄악의 소산이라고 말한다. 생명이 존중받지 못하는 세상에서 땅은 슬퍼하며, 풀은 말라죽는다. 죄악으로 인한 결과를 두고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내려다보시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는 스스로의 죄악으로 인한 결과에 대한 책임을 하나님께로 전가시키는 일이다. 생명을 우선하지 않은 선택으로 인해 땅은 황폐해지고, 풀이 말라 죽는다면 이는 우리의 책임이다. 후쿠시마와 체르노빌에서 인간의 교만이라는 죄악을 빼고 말할 수 없듯이 말이다. 비록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시민대표참여단은 공사재개의 결론을 정부에 권고했으나 우리는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를 위한 싸움을 이어나갈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죄악으로 인해 온 세상을 도탄에 빠뜨리는 죄인으로 전락할 수 없다. 그것은 이 세상에 대한 책임이 있음을 우리에게 알려주시는 생명의 하나님에 대한 반역이기 때문이다.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구원하소서.

2017년 10월 20일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이인기 ihnklee@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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