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NCCK “개혁은 끊임없이 이어져야 합니다”

김영주 총무, 종교개혁주일 및 촛불집회 1주년 맞춰 글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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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NCCK 김영주 총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영주 총무는 오는 29일 종교개혁기념주일과 촛불집회 1주년을 맞아 한국 교회와 사회에 드리는 글을 발표했다.

김 총무는 이 글을 통해 우리시대에 부조리는 교회에 사회에서 비슷한 양태로 일어나고 있으며 이런 현상의 극복을 위해 신자 한 사람, 시민 한 사람의 힘이 절대적으로 중요함을 호소했다.

아래는 김 총무의 글 전문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 교회와 사회에 드립니다.
"개혁은 끊임없이 이어져야 합니다
"

루터의 개혁 후 500년이 되었습니다. 경축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책임이 우리 앞에 놓여있습니다. 500년 전의 사건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쉬지 말고 개혁할 것을 요청합니다.

1. 개혁은 인류적 과제입니다.

루터 이전에도 시대의 사회적 종교적 과제에 대하여 여러 모양의 개혁이 있었습니다. 프란치스코의 개혁과 같이 영적 집중에서 벗어나 가난한 이를 향한 신심의 방향 전환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또한 얀후스나 유럽 내에서 개혁파라 불리는 사람들의 활동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2. 종교개혁 "모든 억압하는 것으로부터 자유"

루터 당시를 돌아보면 황제와 제후들에게 지배의 대상인 민중이 전부였으며 종교의 영역에서도 사죄의 선포의 대상으로서 민중이 존재했습니다. 지배와 피지배의 도식만이 존재하던 시대에 오직 하나님만이 주시는 은총 아래서 주창된 '만인사제직'은,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근대적 사고와 다를 바 없었고, 수많은 인문주의자들의 동참을 이끌어 내었습니다. 종교개혁 이후 중세는 근대사회로 급격히 전환되었습니다. 루터 역시 95개조를 통해서 하나님의 은총을 제한하는 교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면서, 면벌부의 통용은 그 자체로서 은총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부자와 가난한 이 사이에 차별로 나타남을 분명히 지적하고 있습니다. 차별의 시스템은 종교와 사회의 영역을 구별하지 않고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종교개혁이 주창한 ‘만인사제직'은 "모든 억압하는 것으로부터 자유'"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인류사적으로는 새로운 역사의 이정표라 할 수 있습니다.

3. 한국사회의 개혁 "촛불시민이 지켜낸 자유"

오늘날 한국에서도 여전히 억압은 존재하고 있습니다. 종교개혁의 관점에서 대한민국은 오래 왕정이 종식된 후 민중이 스스로 세운 나라입니다. 권력의 주체가 일인 혹은 소수의 ‘귀족'에게 국한되지 않고 국민 한사람, 한사람에게 있는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민주주의사회에서 권력은 봉사를 위한 수단으로 국민이 위임한 권한임에도 불구하고 비밀스런 곳에서는 소수의 항구적 지배로 되돌아가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승만과 자유당 독재에 이은 군사독재 체제는 물론 이명박, 박근혜까지 이어진 부조리한 정치는 국민을 대상화함으로 반민주적, 반인류적 회귀를 꾀하였고 온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이르렀습니다. 마침내 2016년 10월 29일 1차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민중은 그러한 비정상과 부조리에 대한 저항하였으며, 스스로 자신의 권익과 인류사적 정신을 지키고 수호하는 주체로 나타났습니다. 모든 영역에서 지배와 피지배의 비정상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시도들은 단호히 거부하여야 합니다.

4. 교회와 사회의 위기는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시대의 종교개혁은 종교와 사회적 차원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종교는 사회에 대해서, 사회는 종교에 대해서 개혁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NCCK를 비롯한 종교의 영역이 사회적 부조리를 지목하여 개혁을 요구할 때, 어떤 이들은 ‘정교분리'를 내세우며 정당한 저항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부패한 권력이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즐겨 쓰던 수단이었으며 시대와 민중의 요구를 묵살하기 위한 공작일 뿐이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교회가 사회적 기준에 비해 뒤떨어져 있는 현실입니다.

5. 교회의 위기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2017년의 한국교회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교회의 공공성은 부재하여 교회의 사회적 역할을 아무도 기대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근현대사와 긴밀히 연계된 교회의 분열은 근원적 반성에 기인하지 않고 힘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교단통합 혹은 연합기구 통폐합으로 얼굴만 달리해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회의 일원으로서 교회가 종교인납세를 거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목회권 세습은 가난한 교회가 아닌 중형, 대형교회에서만 거론되고 있습니다. 부와 권력의 대물림이 일반화된다면 그 속에서 종교적 경건과 양심은 지켜지지 못할 것입니다.

6. 사회의 위기

사회적 위기 역시 교회가 맞은 위기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과거사에 대한 반성 없이 이승만의 자유당은 이름만 달리한 채 우리 주변에 자리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거대 자본은 골목길마저 장악해서 지역 공동체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거대 자본은 경영세습을 위하여 국가공동자산을 사유재산처럼 활용하기까지 이르렀습니다.

7. 개혁의 주체는 신자 한사람, 시민 한사람입니다.

민주주의의 이상은 제도와 사람들의 삶 속에서 언제나 정의와 진실함으로 구현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종교개혁의 이상은 훨씬 더 엄격하고 정직하게 실현되어야 합니다. 어떤 종류의 억압이라도 그것은 정의가 될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은 그것의 출발이나 과정, 그리고 결과까지 정의로워야 합니다. 엄격한 자기반성과 자기개혁이 뒤따라야 합니다. 따라서 개혁의 성패는 신자 한사람, 시민 한사람의 신실함과 정직함에 달려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특별히 스스로를 ‘개혁적 기독교인'(Protestant Christian)이라 규정한다면 자기개혁에 더욱 철두철미해야할 것입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이 생일잔치처럼 지나지 않고 종교의 본래적 자리, 가난한 이웃과 함께 사는 자리, 억압에 의해 죽어가는 사람과 함께하는 자리, 지구생태가 처한 위기의 자리에서 다시금 발견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2017년 10월 31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 영 주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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