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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주일 설교] 하나님의 의와 은총

2017년 10월 29일 설교 작성자 손규태 성공회대 명예교수

성경본문

로마서 3:21-31

설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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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베리타스 DB)
▲손규태 성공회대 명예교수(본지 자문위원)

오늘은 마르틴 루터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주일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 수도원 수도사였던 마르틴 루터가 당시 가장 고민했던 문제는 첫째 하나님의 본성에 관한 것이었고 둘째는 당시의 가톨릭교회의 현실이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그는 믿고 따라야 하는 하나님이 원하는 것과 그 분을 섬기고 따르는 교회의 현실 사이의 깊은 괴리를 발견했던 것입니다. 당시 가톨릭교회의 중심은 교황과 교황청이었는데 그들은 성서의 가르침과 초대교회의 아름다운 전통을 깡그리 무너뜨리고 왜곡된 길로 가면서 교황과 가톨릭교회는 독재체제를 구축하고 있었습니다.

교황은 성서의 해석권을 독점하여 말씀을 왜곡하고, 초대교회의 공의회주의를 무너뜨리고 교리를 제 마음대로 정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성직을 (자기들의 숨겨진 자식들에게) 세습하거나 친척들에게 나누어주거고 나아가서 부자와 귀족들에게는 많은 돈을 받고 판매했습니다. 교황은 베드로 대성당을 건축한다는 명목으로 면죄부까지 만들어 강매하고 막대한 부를 축적했습니다. 그리고 성직을 돈으로 산 추기경이나 주교들은 고리대금업을 해서 가난한 사람들로부터 막대한 이자를 챙겼습니다. 가톨릭교회가 북부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초기자본주의와 결탁하여 금권통치를 하고 있었습니다. 루터는 1624년에 한 "상행위와 고리대금업란 설교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 라이프치히에서는 일백 굴덴을 가진 자는 매년 40굴덴을 먹어치워 농부나 시민 한 사람을 파멸시키고, 1천 굴덴 가진 자는 400 굴덴을 취함으로 기사나 귀족 한 사람을 파멸시키고, 1만 굴덴을 가진 자는 1년에 4천 굴덴을 취하고 부유한 백작 한 사람을 파멸시키고 10만 굴뗀 가진 자는 1년에 4만 굴덴을 취함으로써 영주 한 사람을 파멸시키고 100만 굴덴 가진 자는 1년에 40만 굴덴을 취함으로써 왕 한 사람을 집어삼킨다." 이런 교회와 사회의 비리를 말하자면 한이 없습니다. (39%에서 근래에 25%로 내려갔다.)

성서의 가르침에 나타난 의로운 하나님의 정의와 당시 교회의 현실 사이의 괴리는 극복될 수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바울과 같이 "아, 나는 비참한 사람입니다. 누가 이 죽음의 현실에서 나를 건져 주겠습니까?....나는 마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따르려 하나, 육신으로는 죄의 법에 복종하고 있습니다."(롬 7:24-25)라는 탄식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그래서 칼 바르트는 신학자는 1919년 바울의 로마서에서 1:21-32절에 나타난 당시의 타락한 인간들의 모습을 해석하면서 그 세계를 어두운 "밤"의 세계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루터는 의로운 하나님의 본질과 타락한 인간의 현실 사이의 괴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톨릭교회 수도회가 가르치는 대로 성서읽기와 기도와 명상 그리고 금욕생활에 집중함으로써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마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따르지만 육신으로는 죄의 법에 굴복하고 있는 자신과 동료수도사들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좌절했습니다. 그래서 루터연구가들이 루터의 신학을 시련과 좌절의 신학(Anfechtung) 혹은 그의 삶을 시련과의 투쟁의 삶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루터는 1510년 에르푸르트 대학의 성서학교수가 되어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결정적 실마리를 로마서 강해(1515)를 시작하면서 발견했습니다. 종교개혁의 단초가 된 성구를 그는 로마서 1장 17절에서 발견했습니다. "하나님의 의가 복음을 통해서 나타났으며,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게 합니다. 이것은 성경에 기록된바 '의인은 믿음으로 살 것이다' 한 것과 같습니다." 이것을 내 나름대로 번역하면 "인간이 하나님의 본성인 정의를 따라 살고 실천할 수 있는 길이 예수의 복음 즉 그의 은총을 통해서 열렸다. 구약의 예언자 하박국도 이러한 하나님의 의를 따라 산 사람인데 이러한 하나님의 의를 실천하는 삶을 믿음의 길(삶)이라고 했다."

이렇게 하나님의 심판하는 정의(본성)가 예수의 복음(사랑)을 통해서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그 내용은 누가복음 15장 탕자를 맞이하는 아버지의 심정에서 잘 나타나 있습니다. 잘못되어가는 자녀들에 대한 부모님의 분노하고 정죄하는 정의는 자녀에 대한 측은하고 깊은 사랑과 뒤얽혀 있는 심정을 탕자의 비유는 말합니다. 잘못된 자녀에 대한 분노와 그에 대한 사랑을 갖지 않는 우리 부모들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하나님의 본성도 우리 인간들의 본성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경험적으로도 진노하시고 심판하시는 하나님의 정의와 은총으로 용서하고 사랑하는 그리스도의 복음의 상관관계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잘못된 길로 가는 자녀들을 향한 정의의 회초리 가운데는 언제나 보무님들의 사랑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들의 회초리를 사랑의 매라고 합니다.

그래서 마르틴 루터는 전통적 가톨릭교회 식으로 하나님의 본성을 심판하시는 벌하시는 율법적 하나님으로 이해하지 않고 회개하는 탕자를 큰 아들보다 선대하는 복음적 하나님으로 해석하면서 당시의 가톨릭 신학전통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개혁운동을 전개합니다. 루터는 1515년의 갈라디아서 해석에서도 심판하시는 율법의 하나님과 용서하시는 복음의 하나님 사이의 상관관계를 구별하는 일에 집중합니다. 저는 이 구약성서의 전체 내용인 율법과 신약성서의 전체 내용인 복음 사이의 상관관계를 구별하는 것이 루터신학의 해석학적 틀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루터는 이 상관관계의 구별법을 아는 사람이야말로 신학자라고 했습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여 오늘날 세계 아니 한국과 한국교회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오늘날 세계를 지배하는 세상풍조는 즉 바울이 본받지 말라고 한 세상풍조는 어떤 것입니까(롬 12: 2)" 동서냉전이라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양극체제가 끝나고 세계를 지배하는 일극체제는 자본주의라는 세상풍조입니다. 바울은 당시의 세상풍조 즉 로마제국의 실상(로마서 1:21-32)을 불의와 탐욕(롬1:29)의 세상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늘날의 세계는 어떻습니까? 로마 제국 시대보다 더 강력하고 세계지배체제 즉 미국식 자본주의적 금권통치가 바로 오늘날을 지배하고 있는 세상풍조입니다. 이러한 세계자본주의 체제는 업적과 성과를 올리라는 율법주의의 우상숭배요 그것은 인간들의 생명을 제물로 바치는 암몬의 몰록숭배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왕상 11:7).

마르틴 루터는 당시 등장한 초기자본주의의 금권통치와 결탁한 가톨릭교회의 신학 즉 인간의 공로와 하나님의 은총의 협력도식(토머스)을 부정하고 인간은 오직 그리스도의 은총을 통해서만 살수 있고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바울은 오늘 본문에서 그것을 이렇게 요약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속량을 힘입어서, 하나님의 은혜로 값없이 의롭게 하여 주심을 받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예수를 사람에게 속죄의 제물로 주셨습니다. 누구든지 그 피를 믿으면 속죄함을 받습니다." 말하자면 오늘날 새로운 형태의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적 금권통치가 지배하고 그것이 인간에게 공로 즉 업적만을 강요하여 인간들은 자본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제3세계현실은 말할 것도 없고 비교적 은총(복지)사회로 나아가던 유럽에서도 인간들은 절망과 좌절 그리고 마침내는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에서 공로로 구원받는다고 주장하는 가톨릭 국가들)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의 현실은 절망적입니다.

사실상 냉전의 한 축이었던 소련을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권은 사실상 정의로운 "은총의 사회", 그들 말로는 "인간다운 사회"라는 원대한 꿈을 내세우고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이 국가사회주의는 한편으로는 인간의 내면의 실체인 도덕적 타락과 부패로 망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본주의 세계의 공세에 의해서 소멸되었습니다. 율법적 성과만을 내세우는 자본주의는 말할 것도 없고 은총사회를 지향했던 소련식 국가사회주의도 자기를 비우고 희생하려는 도덕성이 결여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칼 마르크스가 그의 초기작품 Deutsche Ideologie에서 사회주의는 도덕적일 때만 기능한다는 명제는 타당한 것입니다.

이러한 자본주의와 국가사회주의 모순들 사이에서 제3의 길을 모색하면서 복지사회를 실현해오는 루터의 종교개혁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북유럽이나 서구유럽 국가들이 오늘날 비교적 안정된 평등사회를 이루고 있는 것은 그들이 성과나 업적이 아니라 은총을 삶의 원리로 삼고 강자들이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자기희생(십자가)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주거, 의료, 교육 등 오늘날 인간들의 삶의 기본조건들을 능력 있는 자들의 희생으로 무상으로 제공하는 공동체 국가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사망하면 장례비까지 의료보험에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스웨덴에서는 최고소득자들이 소득의 65%까지를 세금(은총)으로 내고 있습니다. 사회적 강자들이 그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도덕적 능력은 그들이 삶의 원리를 성과가 아니라 성서의 은총의 원리에서 찾고 있고 예수처럼 자기를 비우고자 하는 낮아진 예수의 마음을 내면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경제체제는 우리가 우상처럼 숭배하는 자유시장경제가 아니라 "사회적 시장경제"입니다. 그래서 독일의 신학자 골비쳐는 기독교가 사회주의와 대립하고 업적만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와 결탁한 것을 역사적 불행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사회주의자는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고 그리스도인은 꼭 사회주의자가 되어야 한다.(Ein Sozialist kann Christ sein, ein Christ muss Sozialist sein.)라는 베르톨드 그림메라는 독일 청치가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과 한국교회에게 바울의 말씀으로 설교를 마감하고자 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그러므로 나는 하나님의 자비하심을 힘입어 여러분에게 권합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몸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십시오. 이것이 여러분이 드릴 합당한 예배입니다. 여러분은 이 시대의 자본주의 풍조를 본받지 말고,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서,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완전하신 뜻이 무엇인지를 분별하도록 하십시오."

온라인이슈팀 newspaper@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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