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의학적 '영생' 기술이 가리지 못할 '죽음'의 의미와 교훈

김소윤 이관표 교수 '현대 의학의 영생 기술과 그 신학적 성찰' 논문에서 죽음의 의미 해석

theology
(Photo : ⓒ한국신학연구소)
▲신학사상 178집 겉표지

복제양 돌리를 가능케 했던 유전자 편집기술(Gene Editing)은 이제 동물 유전자 뿐만 아니라 인간 유전자도 사정거리 안으로 끌어올 정도로 진보되었다. 유전자를 자르고 붙이는 '편집기술'이 식물에게 적용될 때 불거질 문제는 GMO에 대한 찬반논쟁 등에 불과하지만, 이 기술이 인간에게 적용될 때 비교할 수 없는 복잡성을 가지게 된다. 동식물 유전자 조작의 결과물은 인간에게 '소비'되어 결국은 없어지지만, 인간 유전자를 조작하면 이론적으로는 인간이 '영원히' 살 수 있어 계속 존재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을 신의 피조물로 여기고 특히 인간 생명의 근원을 창조주로부터 기인한 것이라 믿는 그리스도교에 상당한 도전이다. 인간이 자기 생명에 대한 주도권과 결정권을 쥐고 생명을 연장하고 심지어 끝나지 않게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기술이 첨예한 윤리적 논란과 인간의 욕망으로 인한 치명적 오용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부정적 측면에도 결국 기술은 진보를 거듭할 것이다.

최근 연세대 김소윤 교수(의학)와 이관표 인천대 교수(기독교윤리)가 이 문제와 관련해 「현대 의학의 영생 기술과 그 신학적 성찰」 논문을 발표하면서 해석한 '죽음의 의미'와 '죽음의 교훈'이 눈길을 끈다. 이들에 따르면 지구공동체에 속한 모든 인간의 생명과 삶은 타자의 죽음과 같은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하며, 타자의 희생 없이 자기 생명을 스스로 가능케 하는 자는 이 세상에 없다.

"매 끼니의 식사도, 우리가 걸치고 있는 옷도, 또한 우리가 숨 쉬는 공기까지도 우리 스스로가 직접 만들어내어 취하고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다른 것들이 그들의 생명을 잃고 희생함으로써 산출되는 것을, 우리는 우리 자신의 생명의 연장을 위해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이러한 다른 이들의 희생을 통해 살기에 우리 역시 다른 것들의 생명을 위한 희생으로 내줄 수 있어야 하며...."(논문 중 발췌)

저자들의 관점에서 보면 죽음은 타자의 생명을 위한 희생이고 이 희생(즉 죽음)을 통해 세계의 생명이 유지되어 왔으므로, 자기의 죽음을 끝까지 거부하고 그저 자신만 영원히 살고자 하는 생각은 개인 이기주의를 넘어 세상을 망칠 수 있는 가능성이다. 이들이 제시한 '제대로 살아가는 것'이란 "한정된 시간과 공간 안에서 모두가 함께 타자를 위해 자신을 제한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한편 저자들은 유전자 조작기술(텔로미어 및 유전자 가위)이 가진 긍정적 입장들도 기술했는데, 여기에는 ▷창조주가 인간 창조 후 보시기에 좋았다고 하셨으므로 영생기술이 곧 신의 뜻일 수도 있다는 것 ▷유전자 조작으로 인간이 공동창조자 지위로 신의 창조작업에 동참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부정적 측면 즉 ▷인간이 스스로 획득한 영생은 인간의 자기중심주의로 귀결될 뿐이고 ▷영생 기술은 죽음의 극복이 아닌 죽음의 연기에 불과하며 ▷이 기술을 적용받을 수 있는 계층이 한정되므로 사회경제적 차별로 연결될 것이라는 분석도 아울렀다.

이 논문은 신학사상 178집(한국신학연구소 출판, 2017 가을)에 실렸다.

이민애 theworld@veritas.kr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AI의 가장 큰 위험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죄"

옥스퍼드대 수학자이자 기독교 사상가인 존 레녹스(John Lennox) 박사가 최근 기독교 변증가 션 맥도웰(Sean McDowell)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신간「God, AI, and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한국교회 여성들, 막달라 마리아 제자도 계승해야"

이병학 전 한신대 교수가 「한국여성신학」 2025 여름호(제101호)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막달라 마리아에 대해서 서방교회와는 다르게 동방교회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극단적 수구 진영에 대한 엄격한 심판 있어야"

창간 68년을 맞은 「기독교사상」(이하 기상)이 지난달 지령 800호를 맞은 가운데 다양한 특집글이 실렸습니다. 특히 이번 호에는 1945년 해방 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김경재 교수는 '사이-너머'의 신학자였다"

장공기념사업회가 최근 고 숨밭 김경재 선생을 기리며 '장공과 숨밭'이란 제목으로 2025 콜로키움을 갖고 유튜브를 통해 녹화된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경직된 반공 담론, 이분법적 인식 통해 기득권 유지 기여"

2017년부터 2024년까지의 한국의 대표적인 보수 기독교 연합단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의 반공 관련 담론을 여성신학적으로 비판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인간 이성 중심 신학에서 영성신학으로

신학의 형성 과정에서 영성적 차원이 있음을 탐구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김인수 교수(감신대, 교부신학/조직신학)는 「신학과 실천」 최신호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안병무 신학, 세계 신학의 미래 여는 잠재력 지녀"

안병무 탄생 100주년을 맞아 미하엘 벨커 박사(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 명예교수, 조직신학)의 특집논문 '안병무 신학의 미래와 예수 그리스도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위험이 있는 곳에 구원도 자라난다"

한국신학아카데미(원장 김균진)가 발행하는 「신학포럼」(2025년) 최신호에 생전 고 몰트만 박사가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전한 강연문을 정리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교회 위기는 전통의 사수와 반복에만 매진한 결과"

교회의 위기는 시대성의 변화가 아니라 옛 신조와 전통을 사수하고 반복하는 일에만 매진해 세상과 분리하려는, 이른바 '분리주의' 경향 때문이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