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뉴스룸'이 아주 작정하고 명성교회 세습 논란을 집중 보도하고 나섰다. 13일엔 '탐사플러스'와 교회개혁실천연대 박득훈 공동대표 인터뷰를 내보냈다. 이어 14일엔 '앵커브리핑'으로 운을 떼더니 또 다시 '탐사 플러스'에서 장로회 신학대학교에서 있었던 명성교회 세습 반대 기도회 현장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명성교회 김재훈 장로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교회 측 반론을 들었다. 14일 'JTBC뉴스룸' 2부를 아예 명성교회 관련 소식으로 다 할애하다시피 한 셈이다.
기독교계 매체를 제외한 일반 언론에서 특정한 한 종교단체에서 불거진 논란에 이토록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입한 경우는 일찍이 없었다. 명성교회 세습 논란이 개신교계를 넘어 한국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다는 걸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러나 정작 사태의 진원지인 명성교회는 이 같은 파장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더구나 김재훈 장로의 인터뷰 내용을 들여다보면, 솔직히 한숨만 나온다.
일단 김 장로는 '세습이란 표현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이랬다.
"가장 민주적이면서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이루어진 승계가 왜 문제가 되어야 하는지를 저는 이해를 잘 못하겠습니다. 그리고 후임자로서 자격이 없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교인 대다수가 원해서 가장 적합하고 정당한 민주적인 절차를 걸쳐서 그 과정에서 이루어진 청빙이고, 그런 평가였다면 왜 이것을 세습이라고 굳이 표현을 하고 안 좋은 방향으로 몰고 가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저는 이해를 할 수가 없겠습니다."
이미 명성교회 측은 수차례 김하나 목사 청빙이 세습이 아니며, '민주적'인 과정을 통해 이뤄졌다고 강변해 왔다. 자신을 명성교회 11교구 59구역 성도라고 소개한 이 아무개씨 역시 한 기독교계 언론 매체 기고문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3월 19일 교회 공동체 안에서의 국민투표에 해당하는 공동의회 표결에서 합병 안건은 8,104명 중 5,860명(72.32%) 찬성, 2,128명 반대, 116명 기권으로 통과했고, 김하나 목사 위임목사 청빙 안건은 8,104명 중 6,003명(74.07%) 찬성, 1,964명 반대, 137명 기권으로 통과했다. 안건 통과를 위해 충족해야 하는 공동의회 출석 회원의 3분의 2 찬성을 아슬아슬하게 넘긴 결과였다. 김하나 목사 청빙은 그렇게 결정됐다."
결국 김 장로의 주장은 그간 교회측이 고수했던 입장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은 셈이다.
김 장로, 손석희 앵커와 맞설 ‘깜'이 안됐다
문제는 김 장로 주장이 너무 허술하다는 데 있다. 인터뷰를 진행하던 손석희 앵커는 늘 그랬듯 정곡을 파고 드는 질문을 던졌다. 가장 인상적인 질문은 이랬다.
"조금 제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인데 이해가 가도록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왜 세습이라는 말은 성경에도 나오지 않는데 그걸 여기다 쓰느냐, 그런데 제가 과문해서 잘 모르겠습니다마는 성경을 다 읽어보지 못했는데요, 성경에서 교회를 아버지 목사가 아들 목사한테 물려주는 게 있습니까?"
앵커의 질문에 김 장로는 '정당한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김하나 목사 청빙이) 이뤄졌다'는 취지의 답변만 되풀이 했다. 여기서 그쳤다면 모르겠다. 김 장로는 이런 답변도 했다.
"교회 내에 있는 분들이 절차나 진행사항이나 진행과정을 제일 잘 알지 밖에 있는 분들이 참석도 전혀 안 한 분들이 이렇다, 저렇다 하는 건 남의 말을 들어서 하는 얘기고 특히 후임 김하나 목사도 위임예배 때 언급을 한 것처럼 몇 분들의 우려나 이런 것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아주 가장 바람직한 말씀을 했어요."
김 장로의 답변을 요약하면 '일단, 명성교회 와서 예배 드려보라. 그럼 다 알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김 장로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직접 한번 와보시면 밖에서 말씀하시는 사항이 기우고 우려라는 것을 직접 느끼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로 교단에 속한 교회에서 장로는 교회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일반 기업으로 말하자면 고위직 임원이다. 더구나 장로 교단으로선 세계 최대 규모인 명성교회의 장로라면 대기업 이사진이나 다름없다. 그런 위치에 있는 분이 자타가 공인하는 뉴스인 'JTBC뉴스룸'에 출연해 뻔한 답변이나 내놓는 건, 그 교회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케 한다.
한국교회는 개혁이 아닌, 혁파의 대상
이 지점에서 한국 교회의 부끄러운 단면을 이야기해야겠다.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만한 대형교회에 오래 다녔고, 그곳에서 집사·권사·장로 같은 직위를 맡아 신앙생활 한 분들치고 성서를 제대로 읽고, 성서에 적힌 구절이 어떤 맥락에서 쓰여졌으며, 성서 말씀을 현 상황에 어떻게 적용하고 실천해 나가야 하는지 고민하는 분들이 거의 없다. 이런 몰이해는 비단 신도들의 수준에 머무르지 않는다.
목회자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물론 성서를 늘 읽고, 하느님의 뜻을 간절히 구하는 목회자들이 없지 않다. 그러나 한국 교회에서는 대형화라는 잘못된 망상에 사로잡혀, 자신의 욕망에 따라 성서 말씀을 취사선택해 신도들을 다그치는 목회자들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런 지경이니 울산 수암성결교회에서 장로로 시무하는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이 대법원장 인사청문회 석상에서 "성소수자를 인정하면 동성애 뿐만 아니라 근친상간, 소아성애자, 시체 상간, 수간 즉 동물 성관계 허용까지 비화될 것"이란 막말을 서슴없이 내뱉고, 일반 개신교인들은 마치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게 하느님께서 주신 소중한 사명인양 날뛰는 것이다.
명성교회 김 장로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교회가 세습 문제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음에도 버젓이 "우리 교회에 직접 한 번 와보시라"는 말을 하는 건 그만큼 명성교회의 영성이 야트막하다는 걸 입증한다. 사실 대형교회라고 별 거 없다. 김 장로 정도가 딱 한국 교회의 전반적인 수준이고 민낯이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JTBC뉴스룸'이 명성교회 세습 논란에 주목한 데 대해 고마운 마음이 강했다. 그러나 명성교회 김재훈 장로 인터뷰를 보니 이제 'JTBC뉴스룸'이 이 문제를 그만 다뤄줬으면 좋겠다. 명성교회 세습 논란을 자꾸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한국교회의 천박함만 드러나니, 그리스도인으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어서다.
정작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들은 당당한데, 나 같이 평범한 그리스도인들은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할까?
종교개혁 500주년이라지만, 한국 교회는 개혁으로는 부족하다. 구약성서에 보면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민족이 하느님의 존재를 무시하고 죄악을 저질렀을 때, 종종 이방민족을 일으켜 이들을 벌하셨다. 난 차라리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에서 하셨던 것처럼 이 나라 교회를 회복불능의 지경에 이르도록 하셨으면 좋겠다. 강도 소굴이나 다름없는 지금의 교회가 무너져야 새로운 출발을 기약할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