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먹는 사람들(The Potato Eaters), Vincent Van Gogh, 1885
노동과 목회를 병행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교회 울타리를 넘어 세상에서 발견되어지는 인식의 각성과 자기 성찰의 기쁨이 지속의 힘을 준다. 자비량 목회의 가장 큰 열매는 세상과의 공감이다. 교회 안에서만 생활했다면 알 수 없었던 사회의 아픔과 교우들이 느끼는 신앙과 현실의 괴리를 매일 같이 마주한다.
분주했던 하루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마음 한 구석이 헛헛할 때가 있다. 돈과 성과 앞에 관계와 이상이 무너지기도 한다.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때론 자신과 신앙을 속여야만 하는 현실 앞에 신앙은 무력해진다. 퇴근 후에 동료들과 함께 모여 소주잔을 기울이는 이들을 탓했던 지난 설교의 여정들이 자신을 부끄럽게 만든다. 이런 나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순간이 있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나누는 식탁이다. 함께 떡을 떼며 서로의 삶을 토닥여준다. 세상과 신을 탓하기도 한다. 서로의 안부를 나누며 희망을 건넨다. 작은 성찬이 펼쳐지는 순간이다.
고흐는 '감자 먹는 사람들'이란 작품을 통해 보통의 존재들이 누리는 성찬의 순간을 그려낸다. 일상의 식탁이 거룩한 예배의 순간임을 깨닫게 한다. 그림을 보자. 한 줄기 빛이 어둑한 공간을 비춘다. 하루일과를 마친 이들이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둘러앉았다. 서로를 향한 애틋한 시선, 자기보다 타자를 향해 먼저 내미는 손길이 인상적이다. 내어주는 사랑의 기쁨 때문일까? 이들의 눈망울은 살아있다. 물리적 공간은 허름하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림을 응시할수록 애정이 담긴 살림살이와 보이는 것 너머의 기운 앞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고흐는 신과의 사귐을 고풍스런 예배당 안에 가두지 않는다. 자격과 배움이 요청되는 제의적 형식 안에 국한시키지 않는다. 그렇다. 반복되는 식탁은 이미 하느님 나라의 너른 마당이었다. 우리는 매일 같이 살아있는 성찬을 나누고 있었다. 다만, 그곳이 예수가 말한 거룩한 식탁의 현장임을 잊고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