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세습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교회 안에서 나왔다. 명성교회 대학부(19기)·청년부(80기) 출신 교인 42명은 5일 성명을 내고 교회를 진짜 주인에게 돌려달라고 호소했다. 명성교회 내부에서 목소리가 나온 건 지난 달 30일 명성 아카데미 졸업생 62명의 성명에 이어 두 번째다.
명성교회 대학·청년부 42명은 김삼환 원로목사를 향해 "존경하던 한경직 목사님의 은퇴 후를 기억하며 당회장실에서 나오라"고 촉구했다. 김하나 목사에 대해선 "지금도 어려운 교회 현장에서 가정과 교회를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다른 동료 목사들과 무책임한 담임목사 때문에 하루아침에 갈 곳을 잃어버린 새노래명성교회 성도들을 생각해 교단 총회 법을 준수하길 바란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들은 명성교회에 시무하는 교역자들을 향해서도 "공의를 외치지 못할 상황이라면 침묵하라"고 요구했다.(7일 오후 2시 기준 2명이 더 참여해 참여 인원은 44명으로 늘었다)
이런 가운데 명성교회가 속한 동남노회는 명성교회의 세습을 반대하며 노회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활동을 해온 교회에 대해 지원을 중단해 새로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노컷뉴스>는 5일 "노회 세계선교부는 공문을 통해 노회 임원회가 결의한 ‘불법단체'에 가입한 교회에 대해서 노회가 정상화 될 때까지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불법단체'로 규정된 서울동남노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선교비 중단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아래는 명성교회 대학·청년부 42명이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명성교회 세습사태에 대한 명성교회 출신 19기(대학부), 80기(청년부) 성명서
<우리는 명성교회에서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
요즘처럼 추운 날이었지만, 단층의 얇은 컨테이너로 된 은혜교육관에서 기름 냄새를 맡으며 따뜻하게 예배를 드렸습니다. 고등부 때는 임대교육관에서 밤늦게까지 땜질을 해가며 음향라인을 고쳤고, 문학의 밤이 취소되던 토요일에는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으며, 본당에서 겨울연합수련회 연극이 무사히 끝난 뒤에는 모두 모여 감사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방과 후엔 제우스 오락실보다 지하2층 기도실을 찾았고, 기도와 찬양소리로 서로 경쟁을 벌이며 우리의 다리를 쥐나게 했습니다. 예배와 말씀이 좋아서 일주일의 스케줄을 예배로 채웠습니다. 교회학교 여름수련회에서 잠 안자고 떠든다고 빨간모자 교관들에게 많이 혼났지만, 몇 년 뒤에는 도리어 빨간모자가 되어 도망간 학생들을 빗속을 헤치며 추적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대학부와 청년부 때엔 쉬고 싶고 놀고 싶던 토요일과 주일 오후를 대학청년부 예배와 훈련에 참석했으며,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단기선교를 떠났고, 내가 못가면 가는 친구들을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수련회 참석하는데 휴가를 낼 수 없으면 직장을 그만두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교회에 미쳤던 것은 그 곳에서 하나님을 만났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는 김삼환 목사가 좋았습니다. >
저녁예배 때마다 "나 같은 사람을 하나님께서 복을 주셨다."라고 하며 하나님께 감사의 눈물을 흘리던 모습은 아직도 잊혀 지지 않습니다. 대형교회 담임목사임에도 불구하고 여타 다른 목사들과 달리 소형차(티코)를 타고, 자가가 아닌 전세를 살며, 심지어 장로들이 사준 대형세단을 팔아 헌금한 모습도 말입니다. 무엇보다 "총회장과 새성전 건축, 세습 이 세 가지는 절대 하지 않겠다."며 강단에서 한 선포는 우리를 포함한 온 교인을 감동케 했습니다.
‘좁은 길 후회 없는 삶'의 김삼환 목사는 우리가 예수님 다음으로 닮고 싶던 신앙의 선배요 스승이었습니다.
<이제 명성교회를 주인에게 돌려주십시오. >
어느덧 우리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어른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김삼환 목사는 결단코 안하겠다던 세 가지를 결국 했습니다. "총회장과 건축, 그리고 세습". 이 과정을 통해 우리가 알던 교회는 왕국이 되어버렸고, 친구들과 선후배 목사들은 부역자들이 되었으며, 우리의 친구들과 이웃들은 하남에서 갈 방향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김삼환 목사는 명성교회의 주인이 되어 아들로 하여금 대를 잇게 했습니다.
수십 년 전처럼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던 학생이 아닙니다. 교회를 통해 성경을 배웠으며, 그 성경의 가치에 따라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 고민하며 살아가는 어른입니다. 그래서 이제 교회에 대해 성경적으로 그리고 주체적으로 이렇게 고백합니다.
"교회의 머리는 예수 그리스도요(골 1:18), 교회는 건물이 아닌 살아계신 하나님의 집이 있는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다(고전 3:16)."
하나님이 세우신 명성교회에서 은혜를 받고 자란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청합니다.
1. 명성교회를 진짜 주인에게 돌려주십시오.
명성교회와 새노래명성교회는 개척한 개인이나 그 친족이 소유할 수 없습니다. 총회법을 준수하여 세습을 지양하고, 이를 근거로정식 절차를 밟아 담임목사를 청빙 및 위임하고, 새노래명성교회는 명성교회의 간섭 없이 자립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2. 교회 재산중 개인 명의로 된 것이 있다면 반환하십시오.
교회는 비영리기관으로 교회 소유의 토지와 건물을 개인의 명의로 둘 수 없습니다. 혹시 국내 및 해외선교지에 교회와 관련된 재산을 개인 명의로 한 것이 있다면 즉시 교회 명의로 반환하십시오.
3. 성도들을 속이지 마십시오.
정규 신학대학원 과정을 통해 신학과 성경, 그리고 헌법을 배운 목사/전도사들이 하나님의 교회를 보호한다는 미명 하에 성도들에게 사실과 다른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요청합니다. 공의를 외치지 못할 상황이라면 침묵하십시오.
4. 박수칠 때 떠나십시오.
아직도 기회는 있습니다. 오랜 세월 수고한 김삼환 원로목사는 존경하던 한경직 목사님의 은퇴 후를 기억하여 당회장실에서 나오십시오. 김하나 목사는 지금도 어려운 교회 현장에서 가정과 교회를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다른 동료 목사들과 무책임한 담임목사 때문에 하루아침에 갈 곳을 잃어버린 새노래명성교회 성도들을 생각하여 교단 총회법을 준수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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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십칠년 서른여덟 마지막 달, 오일에
강태준 강은희 강현식 강호연 고영승 고재석 권민정 권순재 김규헌 김동호 김미현 김수연 김철민 김혜수 김호성 노희열 류태현 박승철 배 석 송신애 신은경 심재윤 양어진 오상록 원대연 윤성준 이동엽 이수오 이승연 이재진 이정호 이지혜 전명규 전병렬 정옥윤 조남길 조대섭 주지윤 채광현 최재윤 한서연 한선우 홍동우 황주환 (이상 44명)
* 위 성명서의 내용은 명성교회 대학부 19기/청년부 80기 전체가 아닌 일부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