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신대 김경재 명예교수 ⓒ베리타스 DB |
12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영성수련원이 주최한 제1차 영성심포지엄에 주제 발제를 맡은 김경재 교수가 이 같이 발언한 것은 과학과 이웃종교를 바라보는 한국교회의 현 주소를 짚을 때였다.
김 교수는 “복음은 연약한 진리가 아니다. 과학과 이웃종교에 경청하고 배우고 협동하면 금방 기독교의 자기정체성이 변질 되어버릴 것이라는 나약한 신앙인, 자신없는 신학자들이 너무나 많다는 현실이 한국기독교 현주소”라며 “한국사회는 그런 자폐증 환자 같고, 독선적이고 자기 우월의식에 도취한 기독교인들의 독단적 신앙자세를 가장 먼저 고쳐야 할 점으로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얼마전 어느 기독교 방송에서 한국교회 지도자라며 강사로 선 한 목회자가 “진화론은 무신론을 표방하기 때문에 한국교회는 진화론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 데에 “이는 ‘진화사실’과 ‘진화이론’을 혼동하는 무지의 소치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진화사실’은 과학적으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나 ‘진화이론’은 수용하는 입장에서 견해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믿거나 말거나는 교인들에게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어 이런 과학적 사실을 애써 부인하려는 교회의 경직성을 비판했다. 김 교수는 “굳어진 기독교의 보수성을 열려진 기독교로 변화시킬 사명이 기장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장도 이미 상당히 보수화되어 있고 신학적 발상자체가 경직되어 있다”며 “김재준·함석헌 등 선구자들이 가신지 2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한국 개신교나 기장 교단 마저도 그 분들의 과학과 이웃 종교에 대한 열린 개방성을 수용하지 못하는 단계에 머물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김 교수는 △ 기장 교단과 한신 신학이 영원히 놓아서는 안될 신학정신으로 ‘성육신의 신학전통’을 꼽았고, △ 1970년대 민중신학운동에 흐르고 있던 ‘저항과 섬김의 영성’을 현대에 맞게 되살려 내야 한다고 했으며 △ 기후 온난화 시대 기장이 ‘생태학적 영성’ 개발에 매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장의 영성을 회복, 증진시키자는 취지 하에 처음으로 열린 이 영성심포지엄은 향후 지방의 각 노회별로도 진행될 예정이다.
참석한 대일교회 호승배 목사는 “기장이 김재준 목사님이 생전 시절의 영성을 회복하려면 지금이 적기”라며 “이번 심포지엄을 계기로 기장 내 영성 운동의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금현교회 이선규 목사도 “뜻 깊은 시간이었다”면서도 “기장이 여전히 영성에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지 참석율이 저조해서 안타깝다”는 말을 남겼다.
한일교회(이승구 목사)에서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이날 영성심포지엄은 김경재 교수 발제에 이어 류충열 목사, 홍순원 목사, 김옥성 목사 등의 관상기도에 관한 강의 그리고 자유토론 시간으로 이어져 오후 4시 즈음 끝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