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몰트만 박사(83)와 신학자, 신학도들과의 대화가 13일 오후 한국기독교회관 2층에서 열렸다. 몰트만은 11일에 입국해 대학을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신학강연을 펼치고 있다.
‘몰트만 박사와 대화 모임’에는 약 200여 명의 신학자, 신학도, 목회자, 사회운동가 등이 참석해 교회일치, 민중신학, 교회의 사회적 책임, 정치문제 등을 주제로 대화했다. 대화에 앞서 몰트만이 20분 가량 교회일치, 사회적 일치를 주제로 발제했고 이어 참석자들이 질문이 1시간 반 가량 진행되었다.
▲몰트만과의 대화모임 ⓒ베리타스 |
1975년부터 한국과의 인연을 맺었던 몰트만 박사는 한국 기독교에 대해 “기도와 정치적 참여를 조화롭게 이행한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밝혔으며, 발제와 대화 내내 교회일치와 사회적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독일과 한국이 공통적으로 분단의 경험이 있다며, 사회 통합을 위해서는 가정과 교회공동체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회의 역할에 대해 “사회상황적으로 필요한 역할을 모색하고, 정의롭고 평화적으로 통일을 향해 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대화을 요약한 것이다.
- 가정과 교회공동체를 강조하셨는데, 실제로 한국에서는 그것들이 무너지고 있다
교회의 두가지 중요한 사명은 예언자적 사명과 봉사다. 교회는 스스로를 구제할 수 없는 빈민, 노숙자, 수감자 들을 돌봐야 한다. 사회적 책임, 교회의 공공성을 스스로 인식하고 행동해야 한다. 사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연대감, 서로를 도와야 겠다는 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 민중신학을 전공하는 신학도다. 박사님은 민중신학의 '민중이 그의 고난을 통해 이 세상을 구원한다'와 같은 부분에서 민중신학의 방법론을 비평하셨는데, 하나님 나라는 개인의 구체적 경험들에 의한 결과들이지 가치적인 것이나 추상적인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하나님 나라는가치적인 것이나 추상적 개념이 아니다. 하나님 나라는 예수 그리스도가 살았던 삶의 현장이고, 예수의 인격속에 나타난 것이다. 민중들은 예수께로 왔고 예수는 민중에게로 갔다. 민중신학이 나오기 전에, 교회는 민중과 예수 사이를 간과한 측면이있다.
- 토지정의운동을 하고 있다. 통일하의 경제체제는 어떻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농업이 경제성을 우선시하면서 농촌이 붕괴되고 있다. 자녀들은 농업을 잇지 않으려하고 농업자들은 배우자들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정치신학에 몰입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모든 신학이 정치신학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데올로기는 아니다. 1960년대에 냉전체제에서 희망이 필요했고, 70년대에는 평화운동에 대한 갈구가 일어났고, 80년대에는 환경문제가 대두되었고, 90년대에는 시장경제 문제가 불거졌다.
신학은 항상 정치적 물음이다. 신학적 주제는 신학자들의 머리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상황으로부터 나온다.
- 어떤 사회적 상황이 신학적 주제가 될 수 있나.
특정 주제의 주제가 받아들여 질까, 그렇지 못할까 그걸 고민하지 말라. 옳은 것이라면 이야기 해야 한다. 바른 말 하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다.
- 큰교회가 작은교회를 잠식하고 있다.
교회가 지향해야 할 것은 성장이 아니라 진리다.
- 박사님의 꿈은 무엇인가?
젊은 교회를 꿈꾼다. 진보 보수를 뒤로 한, 새로운 세대의 교회가 필요하다고 본다.
대화가 끝난 후 서광선 박사(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여러분들의 질문들 속에서 현실에 답답한 심경을 읽을 수 있었다”고 논평했으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음을, 그리고 우리가 그 질문들에 대해 얼마만큼의 책임을 지고 있는지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