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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되짚어보기] 자유한국당의 올림픽 깎아내리기, 얼마 못간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우리 선수 선전하면 흑색선전 힘 잃을 것

자유한국당이 연일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칭하며 정치공세를 일삼고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25일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를 찾아 평화올림픽을 호소했지만, 자유한국당은 막무가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최 지사가 다녀간 다음 날인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가 유치한 평창올림픽을 평양 올림픽을 만들어 북의 체제 선전장을 만들어 주고 나라의 안보를 북에 맡기는 어리석은 친북 정책을 펴고 있는 데도 국민들에게는 이를 평화올림픽이라고 괴벨스식 선전만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극우성향의 매체들도 여론전에 나서는 양상이다. <미래한국>이라는 매체는 25일자에 '2030 '김정은 화형식' 릴레이 캠페인 SNS 확산 중"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미래한국>은 이 기사에서 "최근 SNS 상에서 2030 청년들의 이색적인 화형식 릴레이 퍼포먼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평창올림픽을 10여일 앞두고 북한정권의 비위를 맞춰주기에 바쁜 현 정부가 김정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정부가 북한에 대해 굴욕적일수록 대한민국의 존엄과 국민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가 생긴다는 점을 정부는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런 광경들을 보면서 자유한국당과 극우보수진영이 평창동계올림픽을 깎아내리기로 작심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러나 이 같은 흑색선전은 올림픽 개막과 함께 힘을 잃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여기에 한 가지 전제가 있다. 그 전제란 바로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들이 선전한다는 것이다.

올림픽 개최 도시 맞나 의심스러웠던 벤쿠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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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 개막 직전까지만 해도 현지 분위기는 미온적이었다.

지난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 때의 일이다. 난 2009년 11월 벤쿠버로 건너가 그곳에서 현지 분위기를 직접 느낄 수 있었다. 벤쿠버 동계올림픽 개막 직전까지만 해도 이곳이 과연 올림픽이 열리는 도시인지 의문이들 정도로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더구나 벤쿠버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이 같은 반대여론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벤쿠버 시민들은 이 올림픽이 실익은 없이 납세자의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한 번은 현지교민이 경영하는 노래방에서 아르바이트하던 백인 여고생과 올림픽을 화제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이때 이 학생은 다소 냉소섞인 어조로 '올림픽이 엄마 아빠의 주머니만 털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현지 여론조사에서도 올림픽 반대여론이 30%를 넘나들었다.

올림픽 개막 당일엔 개막식이 열리는 BC플레이스 인근에서 대규모 반대집회가 열렸다. 바로 다음 날엔 올림픽 반대 시위대가 도심에서 다시 한 번 시위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올림픽 공식 후원업체가 운영하는 대형 쇼핑몰이 피습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냉담한 여론이 바뀌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올림픽 개막 이후 캐나다 선수들은 그야말로 선전에 선전을 거듭했다. 캐나다 선수단은 자국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에서 모두 14개의 금메달을 휩쓸었다. 이는 구소련이 갖고 있던 역대 최대 금메달 기록(13개)을 갈아치운 것이다. 게다가 이 선수들이 선행에 앞장서면서 벤쿠버 시민들은 물론 캐나다 전역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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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개최국 캐나다 대표님은 선행을 아끼지 않았다. 왼쪽부터 알렉스 빌로듀, 클라라 휴즈, 제니퍼 헤일.

그럼 선수들은 어떤 선행을 했을까? 먼저 남자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에 출전한 알렉스 빌로듀 선수는 캐나다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이어 여자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에 출전한 제니퍼 헤일 선수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들은 개막 12일째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알렉스 빌로듀는 캐나다 소아과 보건학회에 뇌성마비 연구기금으로 써달라고 2만 5천 달러를 기부한다고 밝혔다. 바로 이어 제니퍼 헤일은 비영리 구호단체인 플랜 캐나다에 사회정의 실현에 써달라며 2만 5천 달러를 쾌척했다.

마침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아이티에서 대지진이 발생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올림픽 개막식에서 캐나다 선수단 기수를 맡았던 클라라 휴즈는 자신의 주종목인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5000m에서 동메달을 딴 뒤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때 클라라 휴즈는 동메달 포상금 1만 달러를 지진피해를 당한 아이티에 기증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캐나다 아이스하키 승승장구 하면서 분위기 폭발

무엇보다 캐나다 남녀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승승장구는 올림픽 열기 조성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캐나다는 자국 달러 지폐에도 아이스하키 경기 장면을 그려 넣을 정도로 아이스하키를 사랑한다. 농구가 미국의 국기라면 아이스하키는 캐나다의 영혼이라 해도 좋다. 특히 남자팀이 8강에서 라이벌 러시아를 만나 7-3으로 대승을 거두자 벤쿠버 시민들은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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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캐나다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님이 미국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하자 벤쿠버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승리를 자축했다. 현지 분위기는 2002년 한일월드컵 때를 연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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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캐나다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님이 미국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하자 벤쿠버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승리를 자축했다. 현지 분위기는 2002년 한일월드컵 때를 연상시켰다

남자팀은 올림픽 폐막일에 열린 결승에서 '국경 라이벌' 미국마저 물리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마침 여자팀 역시 전날 미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기에 현지 분위기는 절정에 올랐다. 올림픽 아이스하키 캐나다와 미국의 결승전은 캐나다 전역에 생중계 됐고, 캐나다가 승리를 거두자 벤쿠버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거리로 뛰쳐나와 승리를 자축했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 축구대표팀이 4강에 진출했을 때를 떠올리면 그곳 분위기를 이해하기 쉽다. 난 이 광경을 현장에서 직접 보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감을 느꼈다.

또한 캐나다 선수단의 선전은 캐나다를 하나로 묶는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앞서 언급한 알렉스 빌로듀와 피켜 스케이팅에 출전한 조앤 로셰트는 퀘벡 출신이다. 조앤 로셰트 선수는 경기 출전 3일 전 어머니를 여의었다. 그럼에도 로셰트 선수는 혼신의 연기를 펼쳤고, 이에 영어권인 벤쿠버 시민들은 그녀의 선전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여기서 여담 하나, 한국에서는 김연아 선수의 메달소식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었지만 현지 언론은 로셰트 선수를 집중 조명했다.

프랑스어권인 퀘벡은 분리독립 문제로 늘 연방정부와 갈등을 빚어 왔다. 이 와중에 전해진 퀘벡 출신 선수들의 메달 소식은 캐나다 사회 전체에 기쁨을 가져다주었고, 퀘벡 역시 캐나다 사회의 한 구성원임을 재확인시켜줬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우여곡절이 참 심하다. 올림픽 스키장을 짓겠다며 500년 이상 된 가리왕산 원시림을 훼손했고,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이 올림픽 이권사업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또 올림픽이 임박해서는 쇼트트랙 코치가 선수를 폭행하는 사건이 불거지는가 하면, 한 선수는 연맹의 착오로 4년간 준비해 온 올림픽 출전 기회를 날릴뻔 했다.

그러나 이 와중에 북한이 동계올림픽 참가의사를 밝혔고, 여자 아이스하키에서는 남북 단일팀이 꾸려졌다. 갖가지 잡음에도 이번 올림픽이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교류의 물꼬를 트는데 기여했다면 역사적인 동계올림픽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남북화해를 이끌어 낸 것만으로도 의미는 남다를 것이다.

이제 평창동계올림픽이 임박했다. 자유한국당과 극우진영이 북한 참가가 막말과 폄훼를 일삼는 모습이 썩 달갑지는 않다. 그러나 2010년 벤쿠버 올림픽 때 캐나다 선수들이 그랬듯, 우리 선수들이 선전하면 이런 흑색선전은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본다. 우리 선수들이 잇달아 메달 소식을 전해오고 올림픽 열기가 달아오르면 저들은 또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

정치는 정치고 스포츠는 스포츠다. 부디 우리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한다.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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