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근 전 법무부 감찰국장의 성추행을 폭로한 진주지검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의 JTBC뉴스룸 인터뷰가 전방위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기독교계 역시 잇달아 논평을 내고 나섰다.
먼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소장 박승렬 목사)는 30일 논평을 내고 이번 사건을 "검사 한 사람에 대한 성추행이 아니다. 검찰과 법조계 전체에 대한 추행"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교회로서 부끄러운 것은 가해자 안태근은 자신이 회개하고 구원을 받았다고 간증을 하고 다닌다는 것"이라며 안 전 국장의 온누리교회 간증에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인권센터는 서지현 검사에 대해선 "세상 앞에 나서서 성추행 피해자들에게 ‘당신들의 잘못이 아니다.'고 증언하고자 자신의 아픔을 증언한 여성 검사의 용기에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독교 시민단체인 기독교윤리실천운동(아래 기윤실)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서 검사에게 "오랜 아픔과 편견을 깨고 우리 사회의 숨은 악의 뿌리를 들추어냄으로 우리 사회를 보다 깨끗하게 만들어갈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 것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는 뜻을 전했다. 기윤실은 이어 가해자인 안 전 국장과 교회를 향해 "술 취한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변명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기억을 살려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고 법적인 책임을 적극적으로 져야 한다. 그리고 교회는 이것이 진정한 회개임을 가르치고 지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서 검사 폭로 이후 소셜 미디어 상에서는 서 검사를 지지하는 응원의 메시지가 쇄도했다.
아래는 각각 NCCK 인권위와 기윤실이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현직 검사 성추행 사건'에 대한 논평
우리는 모든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하나님의 자녀이며 고귀한 존재임을 믿고 모든 사람의 인권을 지키려는 주님의 사명을 다하고자 한다.
최근 한 검사가 8년 전 당시 검찰의 고위 간부에 의해 성추행 당한 사건을 폭로하였다. 지난 2010년 10월 한 장례식장에서, 당시 법무부의 고위 간부였던 안태근 검사가 현직 검사인 자신을 성추행했다는 것이다. 성추행은 법무부장관 이하 관계자들이 있는 공개된 자리에서 자행되었다. 안태근 검사는 자신의 ‘허리를 감싸 안고 엉덩이를 쓰다듬는 행위'를 하였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그 곳에는 장관과 여러 검사들이 있었음에도 성추행을 누구도 만류하지 않았고 고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후 안 검사는 피해자에게 사과하기를 거부하였고 유례없는 사무감사를 하여 피해자를 지방으로 전출시켜 더 큰 불이익을 주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검사 한 사람에 대한 성추행이 아니다. 검찰과 법조계 전체에 대한 추행이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현직 여성 검사가 성추행을 당했을 뿐 아니라, 외면당하고 불이익을 받는다니 경악스러울 뿐이다. 이는 인권의 보루인 검찰과 법조계가 여성들의 성범죄와 피해 여성들의 인권에 얼마나 둔감한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이다.
교회로서 부끄러운 것은 가해자 안태근은 자신이 회개하고 구원을 받았다고 간증을 하고 다닌다는 것이다. 그는 서울의 한 대형교회에서 세례를 받고 ‘공직을 억울하게 그만두었으나 지금은 믿음을 느낀다'며 간증한다는 것이다. 그의 거짓 간증은 하나님을 조롱하는 일이며 한국교회를 모독하는 일이다. ‘회개'와 ‘구원'을 면죄부로 둔갑시켜 자신의 허물을 은폐하고 오히려 피해자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더욱 큰 ‘죄'를 짓는 행위일 뿐이다. 안태근은 지금이라도 피해자에게 직접 사죄하며 용서를 구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전형적인 성추행 사건이다. 상급자가 자신의 권위와 힘을 이용하여 추행하였을 뿐 아니라 사건을 은폐하려고 피해자를 가해자로 몰아간 것이다. 법무부와 검찰은 이번 사건을 성범죄 척결의 의지를 드러낼 수 있는 사건임을 직시하고 명명백백하게 그 진상을 밝혀내야 한다. 세상 앞에 나서서 성추행 피해자들에게 ‘당신들의 잘못이 아니다.'고 증언하고자 자신의 아픔을 증언한 여성 검사의 용기에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우리 인권센터는 이번 사건 뿐 아니라 검찰과 사법부가 인권의 최후의 보루로 거듭나고 모든 사람들의 인권이 지켜질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할 것이다.
2018년 1월 30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고 합당한 처벌을 받는 것이 진정한 회개입니다.
"너희는 회개했다는 증거를 행실로써 보여라" (마태복음 3장 8절)
진주지검 통영지청 소속 서지현 검사가 지난 1월 26일 검찰청 내부전산망에 "2010년 10월30일 한 장례식장에서 법무부장관을 수행하고 온 당시 법무부 소속 안태근 검사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밝히고, 1월 29일 같은 내용으로 JTBC 뉴스룸에서 인터뷰를 했습니다. 우리는 서지현 검사가 오랜 아픔과 편견을 깨고 우리 사회의 숨은 악의 뿌리를 들추어냄으로 우리 사회를 보다 깨끗하게 만들어갈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 것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로 드러난 수많은 악과 잘못된 관행들을 고쳐나가는 일에 우리 사회가 함께 나서야 함을 상기하며 다음과 같이 요청하는 바입니다.
첫째, 법무부는 서지현 검사가 제기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성추행 사건은 물론이고, 이 외 덮여있던 검찰 내 성추행 및 성폭력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이 문제를 발본색원하는 계기를 삼아야 합니다. 아울러 서지현 검사가 성추행 사건을 제기했을 때 이를 무마할 뿐 아니라 오히려 인사상의 불이익까지 주었던 일에 대해서도 진상조사 및 합당한 처벌이 있어야 합니다.
둘째, 안태근 전 국장은 자신이 저지른 성추행 사건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지는 것과 별도로 서지현 검사에게 진정으로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해야 합니다. 죄를 지었을 경우 하나님께 용서를 구할 뿐 아니라 내가 피해를 입힌 당사자에게 용서를 함께 구하는 것이 성경의 원리입니다. 술 취한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변명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기억을 살려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고 법적인 책임을 적극적으로 져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교회는 이것이 진정한 회개임을 가르치고 지도해야 할 것입니다.
셋째,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각종 성범죄와 관련해 교회와 기독교 기관에서 자신의 죄를 드러내고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는 일에 앞장서야 합니다. 서지현 검사의 성폭력 피해 폭로는 지난 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난 미투 운동의 영향이 컸다고 합니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해 미투 운동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게서 일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성범죄 관련해 종교인들의 상황도 세상과 큰 차이가 없는 현실을 생각할 때 교회와 기독교 기관들은 이 사건이 주는 메시지를 새기며 먼저 자신의 죄악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일을 시작함으로 이 일에 사회에 퍼져나갈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사건 폭로가 우리 사회와 교회에 주는 메시지를 깊이 새기며,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자신의 죄를 하나님뿐 아니라 피해자에게 직접 용서를 구하는 진정한 회개의 의미를 되새기며 나아가 교회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범죄를 근절하는데 앞장설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2018년 1월 30일
(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