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들불 처럼 번지고 있는 가운데 도덕성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있는 성직자의 성추행 폭로가 나왔다. 성추행 가해자는 현직 천주교 수원교구 소속 한모 신부로 '울지만 톤즈'에서 고 이태석 신부와 함께 출연할 정도로 명망있는 성직자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천주교 여성 신도 김민경 씨는 23일 KBS뉴스와 인터뷰에서 "2011년 아프리카 남수단 선교 봉사활동 당시 한 신부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뻔 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식당에서 나오려 하는데 한 신부가 문을 잠그고 강간을 시도했다"며 "이후에도 한 신부가 문을 따서 방으로 들어와 움직이지 못하게 나를 잡고는 '내가 내 몸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네가 이해를 좀 해달라'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2011~2012년 성추행을 당한 김씨는 결국 계획했던 1년 봉사를 마치지 못하고 11개월 만에 귀국했다. 김씨는 7년여간 피해 사실을 숨기고 있다가 최근 미투 운동에 용기를 얻어 방송에 이 같은 사실을 제보하게 됐다고 전했다.
보도에 의하면 가해자 신부는 고 이태석 신부의 뒤를 이어 2008년부터 4년 동안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선교활동을 펼치며 주목을 받아왔다. KBS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에도 이태석 신부와 함께 등장하기도 했다.
김씨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교회 안에서 이런 문제가 상당히 많다. 나도 미투 운동이 없었다면 아마 무덤까지 가져갔을 것"이라며 "내 딸이 나중에 커서 이런 일을 안 당했으면 좋겠지만 만약에 당한다면, 나처럼 침묵하지 말고 얘기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천주교 수원교구는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한 신부를 정직 처분했다고 23일 밝혔다. 한 신부는 자신이 소속돼 있던 정의구현사제단에서도 스스로 탈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