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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선] 탐욕은 오명을 영구화한다

부정축재
(Photo : ⓒ Pixabay.com)
▲“[돈을] 탐내는 자들은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써 자기를 찔렀도다”(디모데전서6:10).

미국총기협회(NRA)가 발렌타인데이에 총기를 선물할 것을 권유하는 광고를 냈다. 분홍색 하트 모양의 초콜릿 통 위에 남녀용으로 보이는 권총 두 자루가 나란히 놓인 사진을 트위터에 올린 것이다. 플로리다 주 파크랜드의 한 고등학교에서 모두 17명이 목숨을 잃은 총기 참사가 일어난 뒤의 일이다. 여론의 빈축을 사면서 광고는 삭제되었지만 이런 일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사후약방문도 아니고 마치 총을 사두지 않았기 때문에 총기사고가 났다는 식의 노이즈광고의 일단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것은 비인간적인 자본주의의 가장 극단적인 모습을 폭로하고 있다. 총기에 대한 미국 사회의 일반적인 통념을 참작하더라도 말이다. 그 광고는 유비무환의 명분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이면에는 돈이 안전을 보장한다는 식의 사고를 숨겨놓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공포도 상품화하는 자본가의 탐욕이 섬뜩하게 느껴진다.

마침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전 세계를 향해 자본주의 총알을 난사하고 있는 중이다. 미국 경제는 내수가 90퍼센트를 차지하고 수출입은 10퍼센트 정도를 차지한다. 그런데 90퍼센트를 유지하기 위해 10퍼센트의 세계 시장의 목을 졸라서 내수를 활성화하고자 한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국가 간의 조약도 폐기하고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그리고 세계 무기 시장의 점유율도 2017년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통계에 따르면 33퍼센트로 압도적 1위이다. 이 정도면 트럼프는 세계 시장에 총을 들이대고 갑질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갑질은 한국 자본가들의 전형적 행태인데 트럼프가 한국을 오가더니 배우게 됐는지 의심스럽다. 공교롭게도 요즘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의 비리가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검찰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트럼프가 자본이라는 중립적 가치를 훼손하여 자국우선주의의 주력 무기로 만드는 행위의 선례가 폭로되고 있는 셈이다.

많이 가진 자들은 왜 더 가지려고 하는가? 이것은 단순히 도덕적 실패라고만 볼 수 없는 보다 근원적인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예수께서 들려주신 비유 중에 곳간을 증축하려는 부자의 이야기가 나온다(누가복음12:16-21). 그는 자기 영혼에게 "여러 해 평안히 쉬고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자"고 말한다. 그의 언행은 연락을 영원히 즐기는 것 자체가 목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 동기는 결국 자신이 현재 누리는 조건을 지속해서, 그리고 좀 더 편하게 누리고자 하는 욕심이다. 그런 욕심은 인간이면 누구나 갖고 있다. 왜냐하면 인간에게는 어느 것도 영원하지 않다는 존재론적인 불안이 있기 때문이다. 그 불안과 우연히 혹은 자력으로 얻은 기회가 결합하여 재산축적이 이루어졌고 어느 선을 넘으면 그 결합의 관성이 작용하게 된다. 바울 사도는 "[돈을] 탐내는 자들은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써 자기를 찔렀도다"(디모데전서6:10)라고 말하고 있다. 불안 심리가 가중된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총기에 집착하는 것도, 자본을 독식하려는 것도 결국 그 불안에 대한 반작용 때문이다.

존재론적인 불안에 대해서는 예수께서 일러주신 해법이 있다. 어떤 부자 관리가 예수께 와서 영생의 길을 문의했을 때 분명히 말씀하셨다(누가복음18:18-25). 그 말씀에 따르면 부자는 곳간을 더 지을 것이 아니라 곳간 문을 열고 가난하고 굶주린 자들을 먹였어야 했다. 그것이 자신과 동등한 생명을 살리는 길이고 그 생명의 값을 나중에 두둑히 받을 일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투자의 모범답안이다. 천국에서는 영원히 살 것인데 영원히 쓸 재물을 미리 비축해두어야 할 것이 아닌가? 우스갯소리처럼 들리지만 언중유골이다. 보물은 하늘에 쌓아야 한다. 트럼프나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이나, 또 비슷한 부자들은 "내 곳간을 헐고 더 크게 짓고 내 모든 곡식과 물건을 거기 쌓아[두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 하나님께서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준비한 것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라고 말씀하실 줄 어떤 부자도 알 리가 만무하다. 따라서 그들은 그 근심의 반작용으로부터 물러서는 결단을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디모데전서6:10)라는 교훈의 모범 사례로 영원히 회자될 것이다.

이인기 ihnklee@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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