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종교개혁시대 예배음악의 미덕, ‘마음의 찬양’ 한 것

‘제27회 교회음악 학술세미나’ 열려

▲칼빈의 시편가가 수록된 찬송가집을 소개하고 있는 주성희 교수(총신대 교회음악과) ⓒ이지수 기자

존 칼빈(Calvin) 탄생 500주년을 맞아 칼빈의 신학 연구가 한창인 데 반해, 칼빈이 중시했던 ‘예배음악’에 대한 연구는 미미한 것 같다. 칼빈은 예배음악이 예배의 경건성 향상에 중요한 요소임을 일찍이 간파한 사람이었다. 그러므로 16년에 걸쳐 100편이 넘는 시편가를 집대성한 것이었다.

구약성경의 시편(Psalms)에 선율을 붙인 ‘시편가’(Psalter)만이 진정한 찬양이라고 했던 그의 주장은 힙합 스타일의 찬양마저 예배음악으로 쓰이는 오늘날에 먹혀 들 것 같지 않지만, 그런 주장을 한 ‘이유’는 현대의 예배음악가들이 경청할 만하다. 아니, 경청해야 한다.

18일 장신대 한경직기념예배당에서 한국교회음악학회(회장 이명신) 주최로 열린 ‘제27회 교회음악 학술세미나’에서 주성희 교수(총신대 교회음악과)가 칼빈의 시편가를 조명했다. 주 교수에 의하면 칼빈은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음악의 능력에 대해 관심을 가졌으며, 다윗의 시편이야말로 사람의 마음에 선한 동기를 불러 일으키는 최고의 가사라고 보았다.”

또 동시대 종교개혁자인 마틴 루터(Luther)가 4부 음악을 장려했던 데 비해, 칼빈은 단성음악(monophony, 무반주 단선율로 이루어진 음악)만을 고집하였는데, 그 이유도 “만약 성부가 나눠져 있으면 성도들 중 음악초보자는 하나님께 드리는 ‘마음’이 아닌 ‘악보’에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칼빈이 뛰어난 종교개혁가로 회자될 수 있는 것은, 그가 ‘이론’만이 아닌 ‘실천’에도 능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마로(Marot), 베제(Beze) 등 당대의 유명한 시인들을 만나가며 시편을 번역하고 운문화하는 작업에 몰두한다. 칼빈이 직접 ‘시몬의 노래’, ‘십계명’, ‘사도신경’과 같은 찬양을 만들기도 했다. 탁월한 조직력과 명쾌한 교리를 가진 신학자이자 목회자였을 뿐만 아니라 ‘음악가’이기도 했던 것이다.

칼빈은 “시편을 노래하는 것은 우리의 마음을 하나님께 드리도록 자극한다. 또한 시편을 노래함으로 교황과 로마교회에서 빼앗아버린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다. 교황은 모두의 성가이어야 하는 찬송가를 자기들끼리의 중얼거림으로 왜곡했다”며 ‘찬양의 본질’을 말했다.

주성희 교수는 발제에 앞서 “찬송은 하나님 중심과 그리스도 중심의 음악인데 오늘날 인간 중심의 음악으로 변해가는 경향이 안타까웠다. 올바른 찬송문화의 계승을 위해서 교회음악의 역사적 근거를 파헤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연구 동기를 밝혔다.

한편 주 교수의 이 같은 연구는 예장총회(합동) 신학부에 ‘시편찬송가편찬위원회’를 만드는 결실을 맺어 150편의 시편가가 실린 <제네바 시편가> 한국어판이 조만간 출판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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