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88선언 30주년 국제협의회 "평화 진전 이뤄진데 감사해"

7일 성명서 채택한뒤 막내려...궁극적 핵무기 제거 소망 내비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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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한국교회 88선언 30주년 기념 국제협의회가 5일부터 7일까지 열렸다.

‘한국교회 88선언 30주년 기념 국제협의회'(국제협의회)가 7일 성명서 채택을 끝으로 2박 3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특히 이번 국제협의회 기간 동안 남북정상회담 성사 소식이 전해지면서 의미를 더했다. 국제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남북간 합의에 대해 "평화의 진전이 이루어진 데 대해 하나님께 기쁨의 감사를 드린다"며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미국을 향해선 "상호 긴장완화 및 신뢰 구축 조치를 통해 평화의 징조에 적극 대응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궁극적으로 우리는 최근 채택된 '핵무기 금지 조약(NPT)'에 제시된 대로, 인간이 고안한 가장 파괴적이고 무차별적인 대량 살상 무기를 한반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완전히 제거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국제협의회에는 세계교회협의회 (WCC), 세계개혁교회연맹 (WCRC), 아시아기독교협의회 (CCA), 미국교회협의회 (NCCCUSA), 국제 기독교구호기관인 ACT와 불교계의 니와노 평화재단 등의 해외 종교 지도자 40여명과 국내 교계지도자 100명 총 140 여명이 참가했다.

아래는 국제협의회가 채택한 성명서 전문이다.

한국교회 88선언 30주년 기념 국제협의회 성명서
- 평화를 심고 희망을 선포하다 -

"그리스도야말로 우리의 평화이십니다. 그분은 자신의 몸을 바쳐서 유다인과 이방인이 서로 원수가 되어 갈리게 했던 담을 헐어버리시고 그들을 화해시켜 하나로 만드시고" (에베소서 2:14)

이 세계를 향한 하나님의 비전은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사 2:4), 국가들이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의 빛 아래 모이고, 한때 갈등했던 자매와 형제들이 서로를 껴안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의 자녀들이 굶주림이나 갈증이나 전쟁의 위협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각 국가가 서로에 대한 침략을 연습하고, 서로를 파괴할 폭탄과 미사일을 개발하며, 비현실적인 조건이 충족 될 때까지 협상을 거부하는 한, 우리는 우리 세계를 향한 하나님의 비전에서 더 멀어지게 될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언젠가 모든 피조물을 구원할 것이라는 약속을 선포하시며 우리와 함께 평화의 길을 걸으신다. 우리는 전 세계 기독교인들과 선한 뜻을 가진 모든 사람들을 이 평화의 길로 초대한다.

우리 전 세계 기독교 지도자들은 한국 기독교 지도자들과 함께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88 선언)"의 의미와 이 선언이 오늘날 우리의 삶과 실천에 미치는 영향을 성찰하기 위해 모였다. 우리는, 폭발적으로 긴장이 고조되던 시기를 지나, 평창 올림픽 휴전이 이루어지고 북남 대화를 향해 새로운 걸음을 걷게 된 것을 역사적 기회로서 대단히 환영한다.

특별히, 우리 협의회 기간 동안 이 지역 평화를 위한 가장 희망적인 진전이 이루어진 것을 큰 은혜로 여긴다. 지난 3월 6일, 남한 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하여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고위급 남북 회담이 성사되었고, 2018년 4월 남북 정상을 개최하기로 합의했음이 발표됐다. 우리는 이러한 평화의 진전이 이루어진 데 대해 하나님께 기쁨의 감사를 드린다. 특히, 북측 지도부가 대화를 위해 핵무기 개발 계획을 유예하기로 발표하고 북과 북의 정권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약화될 경우 핵무기를 보유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표명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 우리는 이러한 징후가 지속 가능한 평화의 달성을 의미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간 긴장이 격화되던 상황에 비교할 때, 이러한 징후는 희망의 강력한 징조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국제 사회, 특히 미국이 상호 긴장 완화 및 신뢰 구축 조치를 통해 이러한 평화의 징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줄 것을 요청한다.

우리는 앞으로 전개될 어려움과 복잡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 평화 모멘텀이 계속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위협적이고 어리석은 군사훈련 재개로 인해 평화가 훼손되지 않기를, 그리하여 전쟁의 북소리가 사라지기를 기도한다.

2018년 3월 5일부터 7일까지 서울에서 진행된 이 협의회에서 우리는 한반도 사람들과 한국인 디아스포라로부터 분단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평화적 공존과 통일에 대한 희망을 나누었다. 평화를 사랑하는 기독교인들과 시민들은 평화와 화해를 위한 비전을 공유했고, 정책 전문가들과 전직 정부 관료들은 한반도에서 지속 가능한 평화 체제를 실현할 현실적인 방법들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 협의회 밖에서, 우리는 냉전 담론에 끊임없이 매달리고 위협과 위력을 사용하여 서로를 몰아붙이는 국가 지도자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전 어느 때보다도 바로 지금이 '88 선언'의 원칙을 선언해야 할 때라고 인식한다. '88 선언'의 핵심적인 내용은 오늘날에도 강력하고 시급한 문제로 남아있다.

우리는 발표된 이후 대한민국 정부의 대북 대화 노력에 반영됐던 '88 선언'의 5대 원칙이 현재에도 여전히 분단 해결을 위한 원칙으로서 유효하다고 다시 확언하는 바이다. 즉, 자주, 평화, 민족 대단결, 인도주의, 민의 참여가 그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제국주의와 냉전 이데올로기를 우상으로 숭배했음을 기독교인으로서 다시 회개한다. 이 우상 숭배로 인해 북과 남, 서방 국가와 다른 국가, 그리고 남한 및 우리 각 사회 내 파벌들 사이에 분열이 당연시되고 지속되었다. 현상 유지를 선하고 필수적인 것으로 간주하며 우리는 분단의 배후에 있는 한국 사회 안팎의 복잡한 역사적·정치적 요인들을 모호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분단을 치유해야 할 우리 공동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 우리는 교회가 분열을 조장하고 용납하는 것을 도왔으며, 사람과 사람, 국가와 국가 사이에 제국과 구조적 폭력을 인정하는 언어적이고 신학적인 틀을 제공했음을 고백한다. 현재 한국의 상황에서 상대의 후퇴를 전제 조건으로 하는 요구는 긴장과 분단의 고리를 영속하게 만들 뿐이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제국과 전쟁의 지배적인 힘과 권력과 특권에 바탕을 둔 문화적 가치, 사회적 가정 및 성별 규범에 도전하며 평화를 추구할 것을 요청한다.

한반도 위기에 대한 평화적 해결은 오직 남북이 이제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아 진정한 대화를 나눌 때 가능하다. 우리는 미국이 대화 테이블에 참여해 평화에 대한 희망을 굳건히 만들어 주기를 요청한다. 우리는 또한 중국, 러시아, 일본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협력하고 동북아시아 공동 평화 안보 체제를 구축해줄 것을 요청한다.

우리는 침략과 암살 연습을 위해 군사 훈련을 반복하고 핵공격으로 상대를 위협하는 것은 평화를 향한 길을 가로막는 것이라고 선언한다. 한반도 또는 세계 어느 곳에서든 상대를 위협하기 위해 핵무기가 사용되는 한, 안정적인 평화 체제는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세계의 어느 한 쪽에서 핵무기를 합법적인 형태의 핵 억제력으로 여전히 받아들이는 한, 다른 쪽에서도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동일한 핵 억제력을 획득하려고 한다는 것을 인정한다. 우리는 대화의 전제조건으로서 비핵화를 주장하기 보다는 비핵화를 향한 대화를 촉구하는 바이다. 현 상황에서 비핵화를 전제조건으로 하는 것은 대화를 거의 불가능하게 만든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최근 채택된 '핵무기 금지 조약(Treaty on Prohibition of Nuclear Weapons)'에 제시된 대로, 인간이 고안한 가장 파괴적이고 무차별적인 대량 살상 무기를 한반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완전히 제거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 핵무기는 어떤 윤리적 관점에서 보아도 본질적으로 비난 받아 마땅하다. 북이 비핵화를 논의할 의지를 표한 데 대한 상호적인 대응으로서 남측 정부가 이 조약에 서명하는 것을 고려해 주기를 바란다.

우리는 또한 대북 추가 제재의 영향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 이미 최고 강도로 이루어지고있는 대북제재 체제는 협상 복귀용이라는 명시된 목적에 어떤 긍정적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또한 북의 핵무기 개발과 대륙간 탄도 미사일 성능을 막지도 못했다. 대북 인도주의적 접근은 면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제재 조치는 재난 구호 및 기타 인도적 목적을 위한 대북 지원을 방해했고, 북의 가장 가난하고 취약한 주민들에게 피해를 입혔다. 또한, 이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새로운 대화 구상을 위한 환경을 손상시키는 데 기여했다. 긴장 완화와 대화 및 인도적 접근의 증진을 위해 우리는 가장 최근의 가장 엄격한 대북 경제 제재 조치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이 협의회를 통해 우리는 한반도에서의 또 다른 전쟁을 막고 긴장을 줄이며 대화를 촉진하기 위해 긴급히 협력해야 한다는 합의에 이르렀다. 그리고 한반도 평화 조약 체결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적 공존을 위해 중대하고 시급한 사안이라는 데 합의했다. 우리는 한반도 분단, 그리고 중단되었지만 해결되지 않은 전쟁 상태가 바로 현재 이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군사 대결, 군비 경쟁 및 핵무기 확산의 근본 원인이자 근거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긴장과 대립의 원천인 해결되지 않은 갈등과 분열을 제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국가 안보라는 협소한 개념보다는 민중의 안보에 더 중점을 둔 대화를 요청하는 바이다.

한반도의 긴급한 위기를 인식하며, 우리는 한반도 갈등에 관계된 국가들을 대화의 장으로 부르고, 갈등의 경계를 넘어 평화적이고 인간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일에 협력해줄 것을 세계 에큐메니칼 공동체에 촉구한다. 특별히, 이 협의회에서 진행된 토론을 기반으로 작성된 액션 플랜을 이행해 주기를 요청한다.

에큐메니칼 공동체는 하나님의 평화와 정의는 모든 곳을 위한 정의 없이는 결코 어디에도 평화가 존재할 수 없다는 믿음에 기초한다고 확언한다. 실제로 세계 평화는 한반도 평화 실현에 달려 있다. 88 선언 이후 30년 동안 우리는 평화를 심기 위해 노력해왔다. 누가복음 18장에 나온 인내하는 과부와 같이, 우리는 인내의 열매인 희망을 외칠 수 있다. 우리 협의회에서는 이를 "치열한 인내"라고 표현했다. 바울은 갈라디아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낙심하지 말고 꾸준히 선을 행합시다. 꾸준히 계속하노라면 거둘 때가 올 것입니다."(갈 6:9)라고 권면했다. 우리는 현재 우리가 마주한 정치적 사건들을 카이로스적 순간으로서 인식한다.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와 함께 가능성의 끝자리에 서있다. 우리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시간이 바로 지금임을 선언한다.

2018년 3월 7일
한국교회 88선언 30주년 기념 국제협의회 참가자 일동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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