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뉴스되짚어보기] 마침내 드러난 세월호 7시간, 한국교회도 공범이다

박근혜 감싸고 세월호 아픔 외면한 한국교회, 역사의 심판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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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

28일 박근혜씨의 세월호 당일 7시간 행적이 드러났다. 우선 용어 정리부터 해야겠다. 박근혜씨는 이미 구속 상태이고, 법원 판결을 앞둔 형사 피의자다. 더구나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은 재직 중 탄핵결정을 받은 자에 대해선 대통령 예우를 받을 수 없도록 했다. 그래서 박씨라고 하는 게 맞다.

검찰 수사결과 박씨는 세월호 참사 당일 침실에 있었다. 그리고 사고대책을 비선실세인 최순실과 논의했다. 그간 박씨의 행적을 두고 온갖 추측이 난무했고, 밀회를 즐겼다는 식의 선정적 루머까지 나돌았다. 그러나 검찰이 밝혀낸 행적을 보니 박씨는 침실에서, 세월호가 완전히 침몰한 뒤인 오전 10시20분 상황보고를 받았다. 참으로 허탈하다.

이후 박씨와 청와대, 당시 정부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의 행태는 사악하기 그지 없었다. 박씨는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가결되어 직무 정지인 상태에서 기자들을 불러모아놓고선 "계속 그것(세월호 참사 - 글쓴이)을 체크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세월호 관련 문제제기 자체를 불온시했고, 경우에 따라선 '종북'으로 덧칠했다. 상황을 맨꼭대기에서 통제한 장본인은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다. 결국 박씨의 행적을 가리기 위해 국가공권력과 정부 여당이 합작한 셈이다. 도무지 용서할 수 없는 행태다.

이들이 벌인 거짓 행각은 더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다만 지적하고 싶은 건, 개신교계의 태도다. 박씨가 권좌에 있던 지난 3년 8개월의 시간 동안 약자들은 홀대 받기 일쑤였다. 특히 세월호 참사로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은 약자 중의 약자의 위치에 있었다. 이때 개신교는 약자의 아픔을 철저하게 외면했다.

유가족 가운데 한 분인 안명미씨는 2017년 3월 오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주관으로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열린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하는 사순절 기도회'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안씨의 고백은 개신교 교회의 민낯을 생생히 드러낸다.

"저는 교회가 정말 정의로운 모습인 줄만 알았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아파서 힘들어 하니까 분명 교회는 우리 손을 잡아주고 이끌어 줄 거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교회의 모습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제가 본 교회의 모습은 '못 걷는 사람'이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나와서 세월호를 외치는데 교회는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월호를 폄훼하다

사실 개신교계는 박근혜 정권의 세월호 축소, 은폐를 거든 한 축이었다. 첫 신호탄은 보수 개신교계 연합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에서 불거졌다. 당시 공동부회장이던 조광작 목사는 참사 직후인 2014년 4월 20일 열린 긴급 임원회의에서 이 같이 말했다.

"가난한 집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불국사로 가면 될 일이지, 왜 제주도로 배를 타고 가다 이런 사달이 빚어졌는지 모르겠다. 천안함 사건으로 국군 장병들이 숨졌을 때는 온 국민이 조용한 마음으로 애도하면서 지나갔는데, 왜 이번에는 이렇게 시끄러운지 이해를 못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눈물 흘릴 때 함께 흘리지 않은 사람은 백정이나 용공분자다."

지금 돌이켜 보면, 조 목사의 발언은 여러모로 예언자적이다. 조 목사는 세월호 참사가 박근혜 정부 책임론으로 번질 것을 내다봤고, 일찌감치 박 전 대통령과 맞서는 이들을 '용공분자'로 낙인찍었으니 말이다.

조 목사는 여론의 비난이 거세지자 "너무 생각이 짧았고 물의를 일으켜 또 다시 유족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을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공동부회장직도 사임했다. 그런데 <미디어오늘>은 지난 18일 자 기사에서 조 목사가 올해 같은 요직으로 복귀했다고 전했다.

이어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는 2014년 5월 주일예배 설교를 통해 "하나님이 공연히 이렇게 (세월호를-기자 말) 침몰시킨 게 아니다. 나라를 침몰하려고 하니 하나님께서 대한민국 그래도 안 되니, 이 어린 학생들 이 꽃다운 애들을 침몰시키면서 국민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라고 해 다시 한 번 공분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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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JTBC뉴스룸 화면 갈무리)
박근혜씨는 탄핵돼 직무가 정지된 와중에도 자신은 세월호 참사책임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내부단속도 치밀하게 이뤄졌다. 비교적 지명도가 높은 강사나 찬양 사역자가 세월호 리본을 달았다는 이유로, 아니면 광화문 광장에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는 이유로 집회나 강연이 취소되고 강연 동영상이 삭제되는 식의 처분을 당했다. 단문메시지 서비스인 카카오톡에서는 "노란 리본은 주술적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 사용하면 안 된다. 노란 리본 사용은 우상숭배이고 사탄에게 미혹되는 것"이라는 식의 메시지가 유포됐다.

위에 적은 모든 일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벌어졌다. 예수 그리스도는 가난하고 병든 자, 권력에 억압당하는 사회적 약자들의 편에 서서 당시의 종교 권력자에 맞섰다. 예수의 생애에 비추어 본다면 세월호 참사에 보인 개신교계의 태도는 반역에 가까웠다.

한국 개신교는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외면하고, 철저히 정권의 의중을 먼저 생각했다. 이는 한경직 등 당시 개신교계 유력 목회자들이 광주민주항쟁을 무력으로 진압한 직후인 1980년 8월 '나라를 위한 조찬기도회'를 열고 전두환씨를 축복한 일에 비견할만한 행태다.

박씨의 행적은 4년 만에 전모가 드러났다. 사실 박씨의 세월호 7시간 미스테리는 광주5.18이나 제주4.3 등과 같이 수십 년이 지난 시점에 공개될 줄 알았다. 이렇게 되면 진상규명은 더 어려워진다. 유가족이나 관계자들의 기억이 왜곡될 수 있고, 관련 자료 역시 조작될 위험성이 높아져서다. 또 관련자들이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 그러니 4년 만에 드러난 게 실로 다행이다. 아직 세월호의 기억이 생생하니 말이다.

박씨의 행적 앞에 세월호 유가족들의 눈물을 외면하고, 진실은폐의 장본인을 떠받들었던 한국 개신교는 역사로부터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개신교계의 과오를 잊지말자는 취지에서 세월호 관련 목회자들의 망언을 아래 정리해 놓는다. 개신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세월호 유가족에게 머리 숙여 용서를 구한다.

"여러분 아시지만 한국은요. 이번에 정몽준씨 아들이 (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을 향해) '미개하다'고 했잖아요. 사실 잘못된 말이긴 하지만 틀린 말이 아니거든요."

-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 2014년 4월 미국 남가주 사랑의 교회 목회자들과의 세미나

"세월호 사고 난 건 좌파, 종북자들만 좋아하더라. 추도식 한다고 나와서 막 기뻐 뛰고 난리야. 왜? 이용할 재료가 생겼다고. 아니 추도식은 집구석에서 슬픔으로 돌아가신 고인들에게 해야지, 광화문 네거리에서 광란 피우라고 그랬어? ... (중략) ... 이게 국민 수준이냐는 말이야."

-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 2014년 5월 사랑제일교회 주일 예배 설교

 "진상조사는 정부에 맡기자. 특별법 제정은 국회에 맡기자, 책임자 처벌은 사법부에 맡기자, 진도 체육관에서 나오고 팽목항에서도 나오고 단식 농성장에서도 서명 받는 것에서도 나와 달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희생자 가족이 아니라 희망의 가족이 돼 달라. 일상의 삶으로 돌아가 참사 피해자가 아니라, 안전의 책임자가 돼달라."

- 인천순복음교회 최성규 목사, 2014년 7월 <국민일보> 광고

* 박근혜씨는 탄핵 직전 최 목사를 국민대통합위원장에 임명했었다.   

"슬픔을 당할 때 그 슬픔에 동참하는 것,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 그리스도인에게는 어떤 이유에서든, 어떤 단체든 우상이 되는 것을 금해야 한다. 세월호 유족들이 슬픔을 당했기 때문에 그분들의 모든 것이 '언터처블(untouchable, 건드릴 수 없는)', 아무도 터치할 수 없는 우상이 된다고 한다면 그건 아니다."

- 백주년기념교회 이재철 목사, 2016년 3월  목회자·신학생 멘토링 컨퍼런스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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