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만들기 은빛 순례단>은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정상회담에 보내는 은빛순례단의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공개서한은 남북정상은 물론 남북 한민족과 전 세계인들에게 870여 서약자들의 이름으로 평화에 대한 간절한 염원과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한편, <은빛 순례단>은 3월 1일 종로 승동교회에서 출범식을 가졌으며, 남과 북, 지역, 세대, 빈부격차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분열에 대해 은빛 세대들이 반성하며, 내년 3월 1일까지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순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여기서 은빛 세대란 60세 이상의 전쟁전후세대를 일컬으며, 60세 미만의 서약자들은 금빛이라 칭해진다.
이 순례단에는 도법(조계종 화쟁위원장), 이삼열(대화문화아카데미 이사장), 이부영(동아시아평화회의 운영위원장), 이병철(전 귀농운동본부장, 생명평화결사 전 운영위원장), 김조년(전 함석헌기념사업회 이사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아래는 공개서한의 전문이다.
남북정상회담에 보내는 "한반도 평화만들기 은빛순례단의 공개서한"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위한 확고하고 실질적인 합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 님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 김정은 님에게 간절히 요청합니다.
우리는 이 땅 한반도의 남녘, 대한민국에서 육십년 이상을 살아온, 이른바 은빛 세대에 속하는 시민들입니다. 우리는 지난 해, 핵개발을 에워싼 북미간의 긴장과 갈등으로 한반도에 고조된 전쟁의 위기 상황에서 이 땅에서 생명을 이어온 사람들로서 그냥 앉아서 걱정만 할 수 없어 다시는 전쟁과 핵무장 없는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실현을 염원하며 그 길을 찾고자 나섰습니다.
우리 세대는 전쟁의 참상과 그 비극이 어떤 것인지를 직·간접으로 체험하고 기억하는 마지막 세대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저 칠십 여 년 전 이 땅에서 일어난 그 통한의 전쟁으로 인해 아직도 치유되지 못한 상처와 고통이 생생하게 남아 있고 그것이 남북분단이라는 민족의 불행으로 고착되어 한반도의 안녕과 민족의 번영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와 질곡이 되고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불행히도 우리는 일제로부터 해방되면서 우리 힘으로 하나의 독립국가를 수립하지 못한 채 외세에 의해 남과 북이 서로 이념과 체제를 달리하는 국가로 분리되었고 이로 인해 동족전쟁이라는 참상까지 겪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칠십 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서로를 경계하고 적대시해옴으로써 서로 간의 긴장과 갈등은 고조되고 급기야 전쟁의 위기 상황으로까지 치닫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한 에너지의 낭비와 전쟁에 대한 불안은 남과 북이 각기 정상국가로서의 발전을 이루는 데에 치명적인 장애가 됨은 물론 한반도 구성원 전체의 생존을 좌우하는 절체절명의 문제로 되었습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은 공멸입니다. 여기에는 남과 북, 좌와 우가 따로 없습니다. 우리가 그 어떠한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평화를 실현하는 것이 모든 일에 우선해야 한다고 믿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참으로 이 땅, 한반도에서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이는 한반도에 생존의 터전을 두고 사는 우리들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긴장으로 인해 불안해하는 아시아와 세계시민들의 평화와 생명을 위한 절실한 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한반도에 생존의 터전을 둔 남북 칠천만의 국민들은 물론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통해 세계의 평화실현을 염원하는 지구촌 평화시민들이 4•27 남북 정상회담에 간절한 열망과 기대를 보내고 있습니다.
참으로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실현하는 역사적 계기와 함께 신냉전체제를 허물고 새로운 세계평화의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염원하면서 우리 은빛순례단은 전쟁 없고 핵무장 없는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 실현을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남북 두 정상에게 간절히 요청합니다.
▲ 남북 두 나라를 서로 인정하고 존중합니다
이미 남과 북은 유엔과 국제사회에서 엄연히 서로 다른 독립된 국가입니다. 따라서 남과 북 또한 서로를 독립적인 국가로 인정하고 존중할 것을 공식적으로 선언해야 합니다. 이와 동시에 두 국가 사이에 공식적인 수교 절차를 시작해야 합니다.
▲ 남과 북 두 나라 간에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통해 더 이상의 적대적 행위와 전쟁의 기도를 중지합니다
한국전쟁 이후 지속되어온 대립과 긴장 체제에서 이루어진 모든 지난 과오와 이로 인한 고통에 대해서는 서로의 진심어린 양해를 구하고 비핵화를 통한 핵무장 해제와 이를 바탕으로 전쟁체제를 평화체계로 전환하며 남북 간의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해야 합니다.
▲ 남과 북 서로 간의 실질적인 교류 협력을 통해 사이좋게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 갑니다
남과 북이 모두 평화적 통일을 이룰 수 있는 내적 역량이 충분히 성숙되고 이에 합당한 국제적 여건이 조성될 때까지는 서로를 인정하며 사이좋게 돕고 살 수 있는 평화공존의 길을 실현해 가야합니다.
남과 북은 독립된 국가로서 제 각기 국가의 발전단계에 따른 과제가 다름을 인정하고 그 과제를 잘 달성할 수 있도록 실질적으로 함께 돕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한 경제협력은 물론 서로를 자유롭게 왕래하며 활발한 문화교류를 이루어가야 합니다. 또한 갈수록 심화되는 세계경쟁체계에서 남북이 연대 협력하여 공동의 이익을 실현하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 북미 수교와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남북이 함께 협력하고 국제사회의 이해와 지지를 모읍니다
북미간의 수교와 평화협정체결이 조속히 이루어지도록 함께 돕습니다. 한반도의 평화정착이 남북과 북미는 물론 한반도에 이해관계를 가진 모든 관련 당사국에게도 실질적인 이익과 도움이 됨을 함께 설득해 갑니다. 이를 위해 북일 간의 수교를 적극 돕습니다. 동시에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국가들에 의한 한반도의 평화를 저해하는 어떠한 긴장조성 행위에 대해서도 남북이 함께 반대함을 천명합니다.
지금은 남북 두 나라를 대표하는 정상 간에 참으로 통 큰 결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더 이상 지체하거나 또 다시 긴장과 갈등이 반복하는 상황이 되면 전 세계가 각국도생의 무한경쟁 속에 내몰려 있는 이 긴박한 상황 속에서 우리의 에너지와 시간을 두려움과 어리석음으로 헛되이 낭비함으로써 남북 모두 다시는 일어서기 어려운 나락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그 역사적 책임은 지금 이 협상에 임하는 남북 두 정상도 결코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남북 간의 화해와 평화정착이 생의 마지막 소원인 은빛순례단의 이름으로, 이 땅에 살아갈 미래의 세대들의 행복한 나라를 위하여 남북 두 정상의 역사적인 결단과 합의를 촉구하고 기대합니다.
2018년 4월 20일
한반도평화만들기 1000인 은빛순례단 모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