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역사적 만남에서 회담까지...두 정상 대화 내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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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청와대)
▲27일 오전 남북 정상이 판문점의 군사분계선에서 역사적인 만남을 갖고 악수하는 모습.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 간 주요 대화 내용이 브리핑을 통해 공개됐다. 27일 오전 10시 15분부터 11시 55분까지 판문점 인근 '평화의 집'에서 100분간 진행된 비공개 남북정상회담의 주요 대화 내용에 대해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브리핑을 통해 전달했다.

윤영찬 홍보수석은 브리핑에서 "두 정상은 회담에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 남북관계 발전 방향에 대해 시종 진지하고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고 했으며 "양측은 공동선언문 작성을 위한 실무협의를 계속하기로 했으며 선언문이 나올 경우 양 정상은 서명식을 갖고 이를 공동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앞서 윤영찬 홍보수석은 두 정상이 판문점의 군사분계선에서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눈 뒤 남북정상회담 장소인 '평화의 집'에서 환담을 나누기까지 비공개로 진행된 대화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브리핑에 따르면 두 정상은 9시 48분께 환담장에 입장해 이야기를 나눴다. 문재인 대통령이 먼저 환담장 뒷벽에 걸려있는 김중만 작가의 '훈민정음'을 소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작품은 세종대왕이 만드신 훈민정음의 글씨를 작업한 것이다. 여기 보면 '서로 사맛디'는 우리말로 '서로 통한다'는 뜻이고 글자의 미음이 들어가있다. '맹가노니'는 '만들다'는 뜻이다. 거기에 기역을 특별하게 표시했다. 서로 통하게 만든다는 뜻이고, '사맛디'의 미음은 '문재인의 미음,' '맹가노니의 기역'은 '김 위원장의 기역'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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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청와대)
▲남북정상회담 장소인 '평화의 집'에서 환담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남측 인사들의 모습.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우리 때문에 NSC에 참석하시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쳤다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셨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께서 우리 특사단이 갔을 때 선제적으로 말씀해주셔서 앞으로 발 뻗고 자겠다"라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재차 "대통령께서 새벽잠을 설치지 않도록 내가 확인하겠다. 불과 200미터 오면서 왜이리 멀어보였을까 또 왜이리 어려웠을까 생각했다. 원래 평양에서 문 대통령님을 만날 줄 알았는데 여기서 만난 것이 더 잘됐다. 대결의 상징인 장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가지고 보고 있다. 오면서 보니 실향민들과 탈북자, 연평도 주민 등 언제 북한군의 포격이 날아오지 않을까 불안해하던 분들도 오늘 우리 만남에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을 봤다. 이 기회를 소중히 해서 남북사이의 상처가 치유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분단선이 높지도 않은데 많은 사람들이 밟다보면 없어지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오는데 도로변에 많은 주민들이 환송을 해주었다. 그만큼 오늘 우리 만남에 대한 기대가 크다. 대성동 주민들도 다 나와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우리 어깨가 무겁다. 오늘 판문점을 시작으로 평양과 서울, 제주도, 백두산으로 만남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환담장 앞편에 걸린 장백폭포 성산일출봉 그림을 가리키며 "왼쪽에는 장백폭포가 있고 오른쪽에는 제주도 성산일출봉 그림이 있다"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문 대통령께서 백두산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아시는 것 같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나는 백두산을 가본 적이 없다. 그런데 중국 쪽으로 백두산을 가는 분들이 많더라. 나는 북측을 통해서 꼭 백두산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오시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것이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 평창 올림픽에 갔다온 분들이 말하는데,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하더라. 남측의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으로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 우리도 준비해서 대통령이 오시면, 편히 모실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앞으로 북측과 철도가 연결되면, 남북이 모두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다. 이런 것이 6.15, 10.4 합의서에 담겨 있는데, 10년 세월 동안 그리 실천을 하지 못했다. 남북 관계가 완전히 달라져 그 맥이 끊어진 것이 한스럽다. 김 위원장께서 큰 용단으로 십년동안 끊어졌던 혈맥을 다시 이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기대가 큰 만큼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큰 합의를 해놓고 10년 이상 실천을 못했다. 오늘 만남도 '그 결과가 제대로 되겠나'하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짧게 걸어오면서 정말 11년이나 걸렸나 라고 생각했다. 그런 우리가 11년간 못한 것을 100여일 만에 줄기차게 달려왔다. 굳은 의지로 함께 손잡고 가면, 지금보다 못해질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대통령님을 제가 여기서 만나면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래도 친서와 특사를 통해 사전에 대화를 해보니 마음이 편하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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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청와대)
▲남북정상회담 장소인 '평화의 집'에서 환담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남측 인사들의 모습.

문 대통령은 "오늘의 주인공은 김 위원장과 나다.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잘 할 것이다. 과거에는 정권 중간이나 말에 늦게 합의가 이뤄져 정권이 바뀌면 실천이 이뤄지지 않았다. 제가 시작한지 이제 1년차다. 제 임기 내에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달려온 속도를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김여정 부부장의 부서에서 '만리마 속도전'이라는 말을 만들었는데, 남과 북의 통일의 속도로 삼자"고 말했다. 임종석 준비위원장도 "'살얼음판을 걸을 때 빠지지 않으려면 속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다"고 거들었다. 

문 대통령은 "과거를 돌아봤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다"고 말했고, 김 위원장은 "이제 자주 만나자. 이제 마음 단단히 굳게 먹고 다시 원점으로 오는 일이 없어야겠다. 기대에 부응해 좋은 세상을 만들어 보자. 앞으로 우리도 잘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대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자고 왔고, 우리 사이에 걸리는 문제들에 대해 대통령님과 무릎을 맞대고 풀려고 왔다. 꼭 좋은 앞날이 올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다. 그러면서도 세계와 함께 가는 우리 민족이 되어야 한다. 우리 힘으로 이끌고 주변국들이 따라올 수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끝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좋은 논의를 많이 이뤄서 우리 남북의 국민들에게,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고 고 말하자 김정은 위원장은 "많이 기대하셨던 분들한테 물론 이제 시작에,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겠지만 우리 오늘 첫 만남과 오늘 이야기 된 게 발표되고 하면 기대하셨던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기대를, 만족을 드렸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마무리 발언을 했다.

한편 서광선 박사(베리타스 회장/이화여대 명예교수)는 본지에 기고한 27일자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통령께 드리는 편지'에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30년 전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민의를 반영한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이하 '88선언')의 정신을 계승하기를 기대했다.

88선언문은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민간 차원에서 분단을 당연시하고 분단 이념에 갇혀 서로를 철천지원수로 미워하고 증오한 죄를 고백하며 남북 정부를 향해 민중의 뜻을 호소한 선언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서광선 박사는 민의를 거스르는 어떠한 정치적 지배 이데올로기도 배제한 이 선언문의 초안 작성에 참여한 인물이기도 하다. 해당 선언문의 내용은 6.15 공동선언문 등에도 반영된 바 있다. 아래는 서 박사가 밝힌 88선언의 주요 내용.

1. 평화협정을 체결하여 종전을 선언하고 전쟁상태를 정식으로 종결하자.

2. 남과 북은 군비를 축소하고, 한반도 전역을 비핵화하자.

3.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남북한 상호간에 신뢰회복이 확인되며 한반도 전역에 걸친 평화와 안정이 국제적으로 보장되었을 때, 주한미군은 철수해야 하며 주한 유엔군 사령부도 해체되어야 한다.

김진한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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