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은 70여년 얼어붙은 분단과 대결의 한반도를 녹여 평화와 상생의 한반도로 전환시킬 커다란 첫 발걸음을 내디딘 역사적 사건이었다.
전환을 위한 시도는 처음이 아니고 과거에도 있었다. 1991년 남북 고위급 회담과 2000년과 2007년의 정상회담에서도 판문점 선언과 비슷한 내용의 합의와 선언이 발표되었지만 합의된 선언을 실천해갈 수 있는 의지와 신뢰가 부족했고 정권이 바뀌면서 약속과 협력은 무산되고 말았다. 이번 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은 강한 실천의지와 현실적인 전략을 담고 있고 높은 신뢰의 분위기가 수반되었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달리 커다란 변혁을 실제로 가져오리라는 감동과 기대를 일으켜냈다.
판문점 선언문을 요약한다면 남북관계를 적대관계에서 화해와 공존의 관계로 발전시켜 전쟁과 군사적 대결을 방지하고 군축과 비핵화를 포함한 평화체제를 실현해갈 포괄적인 평화의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라 생각된다. 사실상 91년 합의서와 6.15와 10.4 선언의 내용들을 모두 포괄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현실적으로 구현할 전략과 프로세스를 스케치한 큰 그림이었다.
남북관계를 평화공존의 관계로 확실히 나아가게 할 기본협약이나 조약 같은 법적, 제도적 틀에 대한 언급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후속될 회담과 조치로 미뤄진 것으로 생각된다. 돋보이는 것은 우리민족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을 거듭 천명했다는 것과 민족경제의 공동 발전을 위해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정기적인 회담과 직통전화를 통한 협의와 상주 대표들의 연락사무소를 개성에 설치해 약속을 당장 실천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국제적 관심이 가장 높았던 비핵화 문제와 평화협정 문제는 남북 사이에서만 결정될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원칙적인 선언만 했고 북미회담과 국제관계개선을 통한 완전한 해결을 요청해놓았다.
이제는 두 정상의 신뢰와 실천의지를 보여준 위대한 첫 걸음을 중단 없이 나아가도록, 남남갈등을 극복하고 국민적 합의를 이루는 일과 주변 강대국들과의 슬기로운 외교를 통해 동아시아의 평화체제를 함께 만들어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