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헌의 종교시를 강의하고 있는 김경재 교수 ⓒ이지수 기자 |
한국문화신학의 권위자 김경재 교수(한신대 명예)가 이번에는 함석헌의 ‘시’(詩)를 강의한다. 김경재 교수는 5-6월, 함석헌, 유영모의 정신을 기리는 씨알학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함석헌의 대표시를 강의한다.
왜 시인가? 사실 김 교수는 함석헌의 시 연구를 오래 전부터 해왔다. 그는 “함석헌 선생이 흰 두루마기에 흰 고무신 신고 흰 수염 날리면서 30년 전 한국민주화를 이끌었던 재야 인사의 대부였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탁월한 시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함석헌 전집 20권 중 여섯째 권 ‘수평선 너머’에는 300여 편의 탁월한 시가 크고 작은 진주처럼 실려있다”고 말했다.
22일 저녁 시청역 대양빌딩에서 열린 첫 강의에는 노풍당당(老風堂堂)한 존로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시심에 흠뻑 빠져 아이 같은 표정으로 강의를 경청했다. 김 교수는 “함석헌의 시론의 핵심은 이 문장에 실려 있다”며 다음의 문장을 읽었다. ‘내 시야말로 내 것인데, 내 속에서 나간 내 혼정(魂精)인데, 내 아들인데, 나만이 낳고 나만이 아는 것인데, 내 생명의 지성소에서 나와 내 님만이 만나서 지난 일인데….’ 김 교수는 “함석헌은 마치 시를 자식처럼 생각했던 것이다. 그것을 수태하여 열 달 동안 길렀다가 출산하는 느낌이다. 그는 머리로가 아닌 영혼으로 시를 썼다”고 말했다.
감상시로는 함석헌의 대표적인 종교시 ‘맘’을 골랐다. 맘은 꽃 / 골짜기 피는 란 / 썩어진 흙을 먹고 자라 / 맑은 향을 토해 // 맘은 시내 / 흐느적이는 발함에 부셔지는 냇물 / 환란이 흔들면 흔들수록 / 웃음으로 노래해…(중략)…맘은 씨알 / 꽃이 떨어져 여무는 씨의 여무진 알 / 모든 자람의 끝이면서 / 또 온갖 형상의 어머니…(하략).
김 교수는 이 시가 “자연을 노래하는 서정시 같지만 깊은 종교시”라고 소개했다. “작가는 마음을 씨알에 비유함으로써 그의 씨알사상의 기초를 놓고 있다. 지금 여기 존재하는 사람존재, 즉 한 씨알은 꽃나무의 과거생명의 총괄압축이지만, 동시에 미래에로 무한히 펼쳐갈 온갖 형상의 담지자이다.”
김 교수는 함석헌의 시를 읽는 것이 그의 정신을 계승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빌헬름 딜타이는 삶이란 체험-표현-이해의 연속과정이라고 보았다. 함석헌 선생이 그의 체험으로부터 써내려 간 시를 우리가 이해할 때, 그것은 다시 우리 삶의 체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또 “그의 시 중 상당수는 감옥에서 쓰여진 것인데, 우리가 그처럼 감옥에 가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덤벙덤벙 살았지만, 그의 시를 읽으면서 ‘이런 게 삶이구나!’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씨알학회에서 주최하는 이번 강연회는 6월 22일까지 매주 금요일 대양빌딩 805호에서 열린다. 1강 ‘씨알생명의 다중적 차원과 종교시’에 이어, 2강 ‘씨알의 실존적 영성과 종교시’, 3강 ‘씨알의 역사적 영성과 종교시’, 4강 ‘씨알의 생태적 영성과 종교시’라는 주제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