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저녁 7시 서울 순화동의 한 인문예술공간에 20여 명의 사람들이 신학자 폴 틸리히의 책을 팔에 끼고 모여들었다. 이들은 최근 『틸리히 신학 되새김』을 출간한 김경재 박사(한신대 명예교수)의 틸리히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하루의 업무를 마친 후 비가 오는 궂은 날씨를 뚫고 시작시간에 맞춰 강연장에 도착했다.
참석한 이들은 농부, 법조인, 의료인, 택시운전사, 목회자, 회사원 등 다양한 직업군과 연령층의 신앙인들이었다. 김경재 목사가 주재하는 「상징신학 거장 폴 틸리히 읽기」 강연회 첫 시간인 이날의 주제 '궁극적 실재와 종교적 상징'에 맞게 참석자들은 궁극적 실재와 종교적 상징에 관해 90여분 청강과 대화를 이어갔다.
이날 참석자들은 '상징'에 다양한 관심을 표했다. 틸리히의 종교적 상징이 오늘날 개신교인들의 이목을 끄는 까닭에는 종교의 표현이 필연적으로 상징성을 띄면서 표출될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개신교가 종교개혁을 하면서 가톨릭 성례들의 상당부분을 거세하고 세례와 성만찬만을 유지한 것에도 연유가 있을 것이다. 한 참석자는 "틸리히를 읽으면서 상징신학에 초점을 두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물었다.
이에 진행을 맡은 정경일 박사(새길기독사회문화원장)는 종교개혁에는 득도 있지만 실도 있음을 밝히면서, "기독교가 상징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틸리히의 상관관계 이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간파할 때 우리가 가진 유한적 틀을 깰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기존의 서양문명이 제시한 하나님의 이미지를 벗어나 'God is black'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정 박사는 부연했다.
김경재 박사는 틸리히의 신학에서 면면히 흐르는 '역설'이 오늘날 교회에도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에베소서 4장 6절이 자신의 신학에 있어 키워드와 같은 구절임을 말하며 "참으로 초월이기에 참으로 내재적일 수 있고, 참으로 부동의 동자이기에 참으로 과정적일 수 있음"에 대해 설명했다. 아울러 "역설이 없으면 기독교는 죽는다고 생각"하는데 오늘날 교회가 역설과 상징을 많이 잃어버리고 있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5월의 폴틸리히 강연회는 앞으로 24일(목)과 31일(목) 2회를 남겨놓고 있다. 한길사가 운영하는 순화동천 예술공간에서 저녁 7시에 열리며, 참가비용은 3만원이고, 참석 문의는 02-772-9001로, 강의신청은 yharchive@daemuna.or.kr으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