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교회가 교회 다우려면 포용성과 평등을 보장해야"

성소수자 의제 논의한 ‘포용과 환대의 공동체를 향하여’ 국제회의, 서울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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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 지난 17일과 18일 양일간 서울 동대문구 모 호텔에서는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 필리핀, 대만 등 8개국에서 온 개신교계 관계자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소수자 의제 관련 국제회의가 열렸다.

성소수자 의제는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뜨거운 주제가 되곤 한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성소수자 의제를 금기시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지적을 빈번하게 받는다. 여기에 보수 성향의 개신교계는 성소수자 혐오를 여과 없이 발산해 논란을 증폭시키는 데 일조해왔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7일과 18일 양일간 서울 동대문구의 한 호텔에서 '함께하는 여정 : 포용과 환대의 공동체를 향하여'라는 제목의 국제회의가 열렸다. 이 행사에는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 필리핀, 대만 등 8개국에서 온 개신교계 관계자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국제회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 NCCK 여성위원회, NCCK 인권센터 등이 공동 주최했다. NCCK는 ▲ 성소수자 문제와 관련, 한국교회와 캐나다연합교회(UCC), 독일복음교회(EKD) 등 해외 협력 교단의 현상황 공유 ▲ 해외 파트너 교회 경험 학습과 연대 ▲ 포용과 환대의 공동체를 향한 향후 과제 설정을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NCCK 측은 언론 보도 시점도 며칠 미뤄줄 것을 취재진에게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NCCK 측 관계자는 "진지한 논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우선 안전 확보가 절실했다"고 전했다.

실제 NCCK는 2016년 4월 국내 동성결혼 1호 김조광수 감독을 초청해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는 이야기 마당>을 진행했다가 일부 극렬 개신교 신도들의 행사장 난입으로 행사 진행이 불발된 적이 있었다.

근본주의 기독교, 사회와 '불통' 심화

첫날인 17일 주제 발표에 나선 감리교신학대학교 유연희 박사는 '성소수자의 현실이 거칠다'고 전제하면서도, 일반의 인식은 개선되고 있다고 했다. 유 박사의 발표 중 일부를 아래 인용한다.

"퓨 리서치의 조사에 의하면, 동성애를 수용하는 비율 증가가 한국이 2007년의 18%에서 2013년의 39%로 가장 높았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조사는 연령대에 따른 인식을 보여준다. 2014년에 20대의 60.2%가 동성 결혼을 지지한다고 답했고, 30대는 40.4%가 그렇게 답했다. 이것은 2010년에 20대의 30.5%가, 30대의 20.7%가 그렇게 답한 것과 비교하면 4년 만에 두 배로 높아진 것이다."

그러나 개신교인의 인식은 비개신교인과 비교했을 때 현저한 차이를 드러냈다. 이와 관련, 이화여자대학교 송진순 박사는 흥미로운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동성애에 대한 인식은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 사이에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동성애는 죄인가'라는 질문에 개신교인 28%가 '매우 그렇다', 25.5%가 '그렇다'의 비율로 답했으나 비개신교인 5.5%가 '그렇다'의 비율로 답했다. 즉 '동성애의 죄인식'의 문제에 있어서 개신교인(53.5%)은 비개신교인(18.5%)에 비해 35%p 이상 월등히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반면 개신교인 23%, 비개신교인 45%가 동성애는 죄가 아니라고 응답함으로써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은 동성애 인식에 대해 현저하게 다른 의견 차이를 보여주었다."

송 박사는 이어 "연령대가 높을수록 동성애를 죄로 인식하는 경향이 증가했다"라면서 "이러한 결과는 근본주의적 개신교가 사회와 소통하지 못하고 교회와 교인들에게 동성애에 대해 왜곡된 방식으로 전달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결론지었다.

교회, 시민사회와 교류하며 간극 좁혀야

해외의 분위기도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교회가 성소수자 의제에 전향적 입장을 취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필리핀교회협의회(NCCP)에서 활동하는 존 라이언 멘도자는 "필리핀 교회는 정의, 평화, 인권 운동에 매달려 왔다. 반면 LGBT 관련 논의는 2015년에 와서야 비로소 대화모임 중심으로 본격화 됐다"라면서도 "사회와 달리 교회가 이 문제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분위기가 성숙했을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인간의 현실을 논의할 때 '성'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결론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NCCP는 2015년 제24회 총회에서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됨으로써 존엄성을 부여받았다는 것과 인간의 성은 창조주의 선물이며 반드시 인정받고 축하 받아야 한다는 것을 확언한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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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지난 17일과 18일 양일간 서울 동대문구 모 호텔에서는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 필리핀, 대만 등 8개국에서 온 개신교계 관계자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소수자 의제 관련 국제회의가 열렸다. 사진 왼쪽부터 NCCP 존 라이언 멘도자, 캐나다 연합교회 마이클 블레어 목사, 독일복음교회 카르스텐 쾨르버 목사.

현재 방콕에서 목회 활동 중인 독일복음교회(EKD) 카르스텐 쾨르버 목사도 "(독일에서) 1960년대와 70년대 교회 문건은 동성애를 병적이며 비정상적인 낙인의 대상으로 서술하고 있다"고 알렸다. 이런 분위기의 변화를 주도한 주체는 바로 교회였다. 쾨르버 목사의 말이다.

"독일은 시민사회가 오히려 교회의 지원에 힘입어 성소수자를 호의적으로 수용하고 포용했다. 성소수자 문제는 교회와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어서다. 자식이나 부모, 혹은 가까운 공동체 일원이 성소수자일 수 있다.

이때 교회가 이들을 이단시하거나 악마화 하면 이들의 신앙관이 왜곡될 수 있고,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없다. 이에 교회가 사회와 손을 맞잡고 대화로 이 문제를 풀어갈 수 있었다. 현재 한국 시민사회는 성소수자에 우호적이라고 들었다. 이는 커다란 기회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교회가 시민사회와 교류하면서 현재의 분위기를 학습한다면 입장차를 좁힐 수 있다."

국제회의는 ▲ 차별금지법 제정 ▲ 2020년까지 성소수자들을 위한 목회 매뉴얼 마련 ▲ 교회 내 성소수자들을 위한 피난처 개설 추진 등을 위해 세계 교회가 협력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마무리됐다.

이번 회의에 참가한 참가자들은 회의 결과에 흡족함을 표시했다. 캐나다 연합교회(UCC) 마이클 블레어 목사는 "회의는 참가자 각자에게 안전한 공간에서, 그리고 약간의 의견차를 드러내기도 했지만 서로를 존중하는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는 소감을 밝혔다. 블레어 목사는 그러면서 "모든 교회가 정의와 평화를 부르짖으면서도 성 문제만 나오면 발이 묶인다"며 "교회가 교회 다우려면 포용성과 평등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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