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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근의 사상과 유산

<만우 송창근 바로보기 19>- 최종회

송창근의 삶과 사상을 일관한 것은 ‘하나님과 사람에 대한 사랑’이었다. 그는 그것을 향하여 항사 자신의 전부를 열어놓고 살아간 사람이었다. 그의 사상의 외피는 다양하면서도 그 내용은 하나님과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는 점에서 하나로 일관되어 있었다.
 

주재용 교수는 그의 사상의 다양함을 1. 성빈사상 2. 말씀의 신학 3. 기독교 윤리신학 4. 민중신학 5. 민족교회의 신학 6. 실천적 목회신학으로 정리했다.
 

그는 ‘감격’의 사람이었다. ‘감격’은 그의 삶의 근본 토대였다. 그래서 찬송가를 불러도 열정적으로 힘 있게 불렀다고 한다. 이장식 교수의 회고록에 ‘찬송가를 부르는 송창근의 모습이 들어 있다.
 

나는 성바울교회에서와 신학교 예배실에서 송창근 박사님의 찬송 부르시는 모습을 눈 여겨 보았다. 그는 찬송가 책을 한 손에 높게 드시고 힘차게 그리고 큰 목소리로 부르셨다. 그는 감격을 가지신 분이었다. 그가 해방 전에 <청년>지에 감격을 강조하는 글을 쓰신 것을 나는 훗날 언젠가 읽은 적이 있다. 그는 젊었을 때 열혈 청년이었다. 그가 계성중학교의 신앙수양회에 오셔서 젊은 학생들 앞에서 열정적이고 고무적인 설교를 하셨던 것을 나는 기억한다. 그는 청년들을 끄는 매력을 가지신 분으로 감격이 없는 신앙은 죽은 신앙이라고 말씀하셨다. 그의 본을 받은 신학생들이 학교 예배시간에 찬송을 힘 있게 그리고 화음을 맞춰서 크게 부르곤 했는데, 외국인 손님들 역시 크게 감명 받은 일이 많았다.
 

찬송을 부르는 모습이야말로 기독교인들이 지닌 신앙의 참된 열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바로미터에 해당한다. 송창근 목사가 찬송을 부를 때 “찬송가 책을 한 손에 높게 드시고 힘차게 그리고 큰 목소리로 부르셨다.”라는 것은 그의 감격이 늘 살아 움직이는 것이었음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그는 삶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탐미주의자이기도 했다. 그는 설교 시간에 자주 “죽은 개의 이빨에도 아름다움이 있다.”고 말하고는 했다. 그는 또한 ‘사람’을 키우는 일에 특별히 마음과 정성을 쏟은 사람이었다. 그러한 그의 소신과 생각을 잘 드러낸 글 한 편이 <신학지남>에 실려 있다. 그가 평양 산정현 교회에서 목회하면서 <신학지남>에 자주 기고하던 때 쓴 것으로 추정되는 글이다.
 

전당건축(殿堂建築)에서 인간건축(人間建築)에

"사도 베드로가 그리스도의 품위에 대하여 정당한 이해를 가진 때 주께서는 베드로에게 ‘반석’의 칭호를 주시고 다시 그 ‘반석’ 위에 당신의 교회를 건축하기로 약속하셨습니다. 그러면 교회 건설의 기초는 무엇입니까? 그리스도에 대한 정당한 이해를 가진 ‘인격’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옛사람도 ‘백년지계(百年之計)는 재어수인(在於樹人)’이라고 했으니 인물 기르는 것이 건설의 기초원리임을 알 것입니다.
 

그런데 50년래의 조선교회는 과연 ‘반석’ 같이 흔들리지 않는 인물을 양성하기에 얼마나한 계획과 노력을 하여 왔습니까? 선배들의 노력이 크기는 하지마는 지금껏 주 안에서 참으로 위대한 인물을 가지지 못한 것은 아직도 조선교회가 그 터전이 다져지지 않은 것을 의미함이 아닙니까? 


예배당 짓는 정성은 상당합니다. 그러나 인물 짓는 정성은 거의 없다 하여도 과언이 아닙니다. 유위한 청년남녀 중 조금만 성의 있게 붙들어주고 도와주면 주 안에서 큰일을 맡아 할 수 있을 것을 짐작하면서도 다들 보는 체 안하고 아는 체 안하므로 마침내는 곁길로 나아가 타락의 구렁텅이에 떨어져 민멸해지고 마는 참극을 얼마나 많이 보고 있습니까? 인물을 아낄 줄 모르고 인물을 감사할 줄 모르고 인물이 지극한 보배인 줄 모르는 교회가 어찌 주 앞에서 축복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교회의 기초는 돈이 아니오 규칙이 아니오 오직 바른 믿음 가진 ‘인격’에 있는 것을 생각하여 전당건축에서 인물건축에 새로운 계획과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위와 같은 말을 송창근은 그냥 하지 않았다. 자신의 전부를 걸고 자신의 전부를 쏟아서 말했다. 그는 실로 평생토록 ‘주 안에서 제대로 된 사람을 제대로 기르는 일’에 헌신했다. 그는 또한 하나님의 나라를 지상에 이루는 길은 곧 제대로 된 신학교육에서 비롯된다고 보았기 때문에, 그는 신학교를 세우고 경영하는 일에 자신을 모두 바쳤던 것이다.
 

조선신학교 교장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던 때 어느 야유회 날에. 가운데 앉은 사람이 송창근 목사. /사진제공=경건과신학연구소

오늘날, 송창근에 대한 재조명의 요구가 새롭게 머리를 들고 있다. 그가 남긴 유산과 그가 제시한 길이 새삼 선명하게 우리의 나아갈 바를 지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용 목사는 송창근이 보여주었던 ‘새로운 목회자상’에 주목한다. “인간 중심의 신학이 아니라, 하나님이 창조한 모든 피조물, 그것은 동물, 식물뿐이 아니라 하늘에 있는 새, 저 푸른 하늘에 지나가는 달아, 별들아! 그렇게 노래 부르는 바로 그것이 송 목사님의 사고였다”면서, 오늘의 생태계, 에콜로지가 21세기에는 아주 중심적인 문제인데 이것이 이 송 목사님의 사상 속에 뚜렷하게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교회사학자 민경배 교수는 송창근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다.
 

“송창근은 한국교회가 그 역사 50년에 정치적으로 얽힌 일제 하의 시련기에서 그 노도를 헤치고 나아갈 방향을 지시하였던 신학자로 그 기치가 드높은 인물이다. 그가 왕성하게 활동하였던 1930-1940년대는 선교사들의 언필칭 토착성을 구조적으로 강행하려고 하였던 때였고, 그 과정에서 신앙유형 간의 갈등이 노출되어 한국교회에 일대 지각변동의 회오리가 몰아치던 때였다.
 

그런 난시에 역사를 꿰뚫어 보고 비록 대세의 적조가 있었으나 고독과 소외를 마다하고 시대적 소명감이라 확신한 일에 맹진하여 한국교회의 정로를 멀리 지시하다가 간 시대의 예언자, 그가 바로 송창근이었다.”
 

12살의 나이에 공부하기 위해서 생애 최초의 가출을 감행한 이래, 송창근은 늘 벽과 맞서 싸웠다. 그가 자주 토로했다는 말처럼, ‘벽도 문이라고 믿고 밀고 나가면 문이 된다.’는 것은 그의 삶의 체험에서 울어난 지혜였다. 그는 평생 수많은 벽을 만났고 그 별들을 하나하나 밀고 나가 문으로 만들어 통과하면서 자신의 삶을 보다 완전한 형태로 끌어올렸다.
 

북간도와 서울과 일본과 미국에서 받은 여러 가지 형태의 교육을 토대로 자신을 완성해간 그는 평양 산정현교회의 목회, 부산에서의 도시 빈민 선교, 김천 황금정교회에서의 목회, 그리고 조선신학교에서의 신학교육을 통해서 세상을 변화시켜서 보다 하나님의 나라에 가까운 곳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에게 ‘미래’는 이미 닥쳐온 현실 안에 잇는 그 무엇이었다. 그는 그 현실을 보다 나은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여러 형태의 인상을 남겨주었다. ‘유머에 능했고, 인정다웠고, 창의적이었고, 용감했고, 민족애에 불타는 애국자’(김재준), ‘총명 위에 다독하고 다정한 위에 결벽한 사람’(김인서), ‘경건, 학문, 선교의 신학교육 이념을 정립하신 이’(김정준), ‘교계인사 중 가장 멋있고, 사랑스럽고, 존경하는 분’(강원용), ‘불이면서 물이신 분’(박한진), ‘신학이론이 아니라 신학의 실상, 한국교회의 실상을 가르쳐주신 이’(김영수) 등등 그에 대한 회상의 대역은 매우 넓다.
 

그의 인간적인 측면에 주목한 김경재 교수는 “만우의 언행과 그의 탁월한 영적 지도력은 그가 가지고 태어난 개인 심리적 유형과 능력, 그리고 그가 후천적으로 연구하고 노력하여 습득한 자질에 힘입은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의 다정다감한 미학적 감성능력, 그의 인간을 사랑하는 휴머니즘적 기질, 그의 인간관계에서 갖는 포용력과 판단력, 사물과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통찰력, 특히 교육과정에서 엄격한 부성적 측면과 인애하는 모성적 측면의 절묘한 조화, 인간집단체의 조직력과 그 운용능력 등등 실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한 능력을 스스로 함양하고 발휘하여 한국 개신교사에서 드물게 보는 큰 인물로서 모든 사람의 존경을 받는다는 것이 당연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돌아보면 그가 품었던 하나님에 대한 사랑의 크기와 인간의 삶에 대해 지녔던 뜨거운 이해와 가없는 포용력의 크기가 현기증일 일게 한다. 그가 평생에 걸쳐 씨름했던 명제는 ‘하나님’과 ‘하나님 앞에 선 인간’이었다. 그래서 그는 ‘인간 건축’을 부르짖었다. 그는 “교회의 기초는 돈이 아니오 규칙이 아니오 오직 바른 믿음 가진 ‘인격’”이라고 선포하고, 한국 교회로 하여금 그러한 성취를 이루도록 하기 위하여 자신의 전부를 바쳤다.
 

그는 가고, 이제 우리 앞에는 그가 걸어간 길이 남았다. 그 길을 어찌할 것인가. 그것이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과제요 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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