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성령충만한 그리스도인의 삶 (2)

김승진 목사 (침례신학대학교 명예교수)

편집자 주] 성령세례를 받았다고 해서 신앙의 성장과 성숙 그리고 경건하고 거룩한 삶의 실천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또한 충성스러운 봉사와 헌신적인 사역이 인간적인 노력이나 야심이나 열심으로 성취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한 것은 그리스도인이 끊임없이 성령으로 충만함을 받아야만 가능하다. 그러면 성령뱁티즘과 성령충만은 어떻게 다른가? 성령충만의 영적인 상태는 어떠한가? 어떻게 하면 그리스도인이 성령으로 충만함을 받을 수 있는가? 성령충만의 결과는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들에 답하는 형식으로 이 글을 전개해 나가고자 한다.

III. 성령충만의 영적인 상태

성령의 바람
(Photo : ⓒ 베리타스DB)
▲성령충만의 영적인 상태는 무엇인가?

성령충만은 어떠한 영적인 상태를 의미하는 것인가를 검토하기 전에, 무엇보다도 먼저 성령은 신성(deity)을 가지신 하나님이고 동시에 인격성(humanity)을 가지신 분이라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성령은 "그 분"(He)이시지 "그것"(It)이 아니다. 성령 그 분 자체가 불이나 바람이 아니요 능력이나 영향력이 아니다. 성령은 인격이시다. 그렇다면 성령충만의 영적인 상태를 어떻게 묘사할 수 있을까?

1. 인격이신 성령으로 가득 채워진 상태

첫째로, "성령으로 충만함을 받는다"는 말은 "인격이신 그 분으로 가득 채워진다"는 의미다. 성령충만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유리잔에 물이 가득 채워진 상태, 혹은 자동차의 연료통이 가솔린으로 가득 채워진 상태, 혹은 메말랐던 저수지에 폭우로 인해 물이 가득 차서 출렁일 뿐 아니라 철철 흘러넘치는 상태, 혹은 며칠을 굶었던 거지가 잔칫집에서 음식을 얻어먹고 허기진 배가 가득 차서 포만감을 느끼는 상태 등을 연상하게 된다. 그리스도인의 마음속에 죄나 세상 사랑의 생각이 아니라 인격이신 거룩한 영(성령)으로 가득 채워진 상태가 성령충만한 영적인 상태이다. 마음속에 성령으로 가득 채워지면 부족함이나 아쉬움이나 공허감을 느끼지 않고 뿌듯함과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필자는 가난했던 초창기 유학생 시절에, 낡은 8기통 자동차에 기름 넣을 돈이 부족해서 주일날 먼 거리에 있던 교회를 출석하는 것이 여간 큰 부담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필자의 사정을 잘 아시는 어느 집사님이 제 차에 기름을 가득 채워주셨다(filled her up). 그 때 필자는 그 집사님에게 대한 감사와 함께 자동차에 기름이 가득 차 있음으로 인해서 제 마음도 부자가 된 듯한 느낌을 가졌던 적이 있다. 그리스도인의 마음이 성령으로 가득 채워져 있으면 그는 부러울 것이 없을 만큼 뿌듯한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스도인의 마음에 무엇인가로 가득 채워져 있다는 느낌, 즉 충일감과 포만감이 들 때,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자신감도 생기고 활기찬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도 생긴다. 성령의 전(殿)인 그리스도인의 마음에 하나님의 영으로 꽉 차 있는 상태가 성령충만의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2. 성령이 통치하시고 지배하시는 상태

둘째로, 성령충만은 "성령이 통치하시고 지배하시는 상태"(domination and total control)이다(John F. MacArthur, "What Does It Mean to Be Filled with the Spirit," 5/16, 인터넷 자료 https://www.gty.org/library/articles/45FILLED/what-does-it-mean-to-be-filled-with-the-spirit, 2018년 3월 10일 접속). 우리가 진심으로 예수를 믿는 순간, 우리는 "성령으로 뱁티즘을 받게 되고"(be baptized with the Holy Spirit), 성령이 우리 마음속에 들어오시고 계속해서 우리 속에 내주하신다(indwell). 그래서 예수를 믿은 우리는 성령의 전이 된다(고전 3:16, "너희는 너희가 하나님의 성전인 것과 하나님의 성령이 너희 안에 계시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 그런데 성령이 내주하시지만 옛 사람의 성품과 옛 습관도 여전히 함께 거하고 있다. 죄인이 회개를 하고 예수를 믿을 때 그 분을 "나의 구주요 나의 주님으로"(as my Savior and my Lord) 마음속에 모셔 들이지만, 신앙의 초보단계에서는 아직도 여전히 나 자신이 나의 주인노릇을 한다. 그러니까 성령충만의 영적인 상태는 "내가 나의 주인됨을 포기하고 성령이 내 삶의 모든 영역들에 주인이 되시도록 성령께 온전한 주권(Lordship)을 내어드리는 것"을 의미한다.

성령충만의 영적인 상태는 내가 "온전히 성령으로부터 통치를 받고 지배를 받는 상태"(controlled and governed fully by the Holy Spirit)인 것이다. 나의 지성, 감정, 의지 그리고 나의 목표, 꿈, 야심 등을 모두 내려놓고, 성령의 인도하심에 순복하고 있는 상태가 성령충만의 상태이다. 사도 바울은 "(너희는-필자 주) 오직 성령으로 충만함을 받으라"는 말씀을 하기 전에 "술 취하지 말라 이는 방탕한 것이니"(엡 5:18a)라는 말씀을 하였다. 사람이 술에 취하면 술의 통치와 지배를 받게 된다. "영향력"(influence)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술취함의 상태와 성령충만의 상태가 유사하다는 점을 언급한 것인데, 술에 취하면 방탕하게 되지만 성령에 취하면 올곧은 정신을 가지게 된다는 점에서 무척 대조적이다. 성령충만할 때 감정적으로 고조가 되어 평상시와는 다르게 기쁨과 흥분의 도가니 속에 빠진 듯한 경험을 할 수도 있지만, 성령충만은 나의 지성과 감성과 의지가 전인격적으로 성령의 통치를 받는 상태이다. 내 인생의 모든 영역들에서 나의 주인됨을 포기하고 성령의 주인됨을 인정하는 것이다.

3. 성령의 이끄심에 압도를 당하는 상태

셋째로, 성령충만의 영적인 상태는 "그 분의 이끄심에 압도를 당하는 상태"(pressure)이다(Ibid., 4/16). 마치 돛단배가 바람의 압력에 압도를 당하여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이끌려가듯이, 성령으로 충만함을 받으면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성령 하나님의 강권하시는 인도하심에 압도되어 이끌림을 받는다. 고린도후서에서 사도 바울이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강권하시는도다"(고후 5:14a)라고 말하였는데, 성령충만한 그리스도인은 성령의 강권하심에 의해 성령의 뜻 가운데 이끌림을 받는다.

필자에게도 그러한 경험이 있다. 청년시절에 잘 나가는 대기업(종합무역상사)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일은 많고 육신적으로는 고달팠지만 매월 받는 월급과 시시때때로 지급되는 보너스가 안정된 삶을 보장해 주는 듯 했다. 신혼 때여서 아내와 함께 평범한 미래의 행복을 설계하며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성령께서는 필자를 풀타임 사역자로 쓰겠다고 하시면서 안정된 직장을 사임하고 신학대학원으로 진학하라고 하시는 듯한 무언의 압력을 받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왜 저입니까? 왜 지금입니까?" 하며 항변하기도 했지만, 성령님의 강권하시는 인도하심이 필자를 압도하였다. 결국 성령님께서는 필자에게 "그 직장에 계속 있으면 길이 자꾸 막히겠지만, 직장을 포기하고 신학대학원으로 가기만 하면 너의 인생길이 확 열리게 될 것"이라는 환상을 보여주셨다. 성령께서는 현실생활에 대한 아무런 대책이 서 있지도 않은 필자를 신학대학원으로 밀어 넣으셨다. 그 때 필자는 저항할 수 없는 성령의 이끄시는 압력을 경험했던 적이 있다. 성령 하나님은 필자가 직장을 떠나 신학대학원으로 진학하지 않을 수 없도록 삶의 환경을 주장하셨다. 거룩하시고 좋으신 성령께서는 자신의 목적을 성취하시기 위해서 하나님의 자녀를 강권적으로 이끄신다. 성령충만할 때 인간적인 의지나 고집을 꺾으시고 하나님의 뜻을 이루시는 성령님의 강권적인 압력을 느끼게 된다.

4. 성령의 거룩한 속성들이 스며들어 있는 상태

넷째로, 성령충만의 영적인 상태는 "신자의 전인격이 성령 하나님의 거룩한 속성들에 의해 온전히 스며들어 있는 상태"(permeation)이다(Ibid., 5/16). 인격이신 성령으로 충만함을 받게 되면 그 분의 거룩한 성품이 신자의 전인격에 스며들게 된다. 무엇보다도 성령은 "거룩한 영"(a holy spirit)이시다. 성령은 죄를 미워하시고 책망하신다. 성령과 죄는 공존할 수가 없다. 신자가 성령으로 충만함을 받으면 자신의 죄가 보이게 되고, 그래서 그 죄로 인하여 괴로워하게 되고, 결국에는 그 죄를 토해 내게 된다. 거룩의 성품으로 신자에게 충만하게 스며든 성령은 그로 하여금 점차 거룩한 인격을 갖게 하시고 더 나아가 거룩한 삶을 살도록 인도하신다. 성령의 거룩한 성품이 그리스도인의 마음 곳곳에 편만하게 스며들어 있는 상태가 성령충만의 영적인 상태다. (계속)

이인기 ihnklee@veritas.kr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사회봉사를 개교회 성장 도구로 삼아온 경우 많았다"

이승열 목사가 「기독교사상」 최근호(3월)에 기고한 '사회복지선교와 디아코니아'란 제목의 글에서 대부분의 교단 총회 직영 신학대학교의 교과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믿음을 파편적으로 이해한 한국 개신교...은총의 빈곤 초래"

칼빈주의 장로교 전통이 강한 한국 개신교가 '믿음'을 파편적으로 이해한 탓에 '은총'에 대한 신학적 빈곤을 초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13일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기후위기 시대, 에너지 줄이는 것도 에너지 필요"

기후위기 시대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배현주 박사(전 WCC 중앙위원, 전 부산장신대 교수)가 얼마 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바르트의 인간론, 자연과학적 인간 이해와 대립하지 않아"

바르트의 인간론을 기초로 인간 본성에 대한 자연의 신학적 이해를 시도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이용주 박사(숭실대, 부교수)는 최근에 발행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여성 혐오의 뿌리는 철학과 기독교 사상의 이원론"

여성 혐오와 여성 신학에 관한 논의를 통해 건강한 교회 공동체를 세우며 성서적인 교회론 확립을 모색한 연구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조안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세속화와 신성화라는 이중의 덫에 걸린 한국교회

한국기독교장로회 목회와신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최영 목사가 기장 회보 최신호에 실은 글에서 기장이 발표한 제7문서의 내용 중 교회론, 이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정치를 외면하고 지상의 순례길 통과할 수 없어"

3월 NCCK '사건과 신학'에서는 4월 총선을 앞두고 '4월의 꽃, 총선'이란 주제를 다뤘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선거 참여와 정치 참여'란 제목의 글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하나님 형상은 인간우월주의로 전환될 수 없어"

서울신대 박영식 교수가 '기후위기 시대의 신학적 인간 이해'란 제목의 연구논문을 최근 발표했습니다. 박 교수의 창조신학을 엿볼 수 있는 이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기독교가 물질 배제하고 내세만 추구해선 안돼"

장신대 김은혜 교수(실천신학)가 「신학과 실천」 최신호(2024년 2월)에서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지구 신학의 형성을 위해 물질에 대한 신학적 반성과 ...